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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초대 장관은 창조과학회 이사/ 생계형 "생활 보수"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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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초대 장관은 창조과학회 이사/ 생계형 "생활 보수"

경향신문 기사인데,


진화론 부정 ‘창조과학회’ 활동 논란 빚자 박성진 “기독교 신자지만 진화론도 존중”

경향신문 2017.8.28


진화론'도' 존중한답니다. 말 참 대단하네요. 명박이 장로때 아하에너지가 생각났음.

대통령에게 인재가 없나.. 대한적십자사 사장에 김성주를 앉힌 박 모와 닮아가네.

저번 장관 후보는 환빠더니 이번 장관 후보는 창조과학회 이사..


앞서 박 내정자는 진화론을 부정하고 창조론의 내용을 교과서에 포함시킬 것을 주장하는 한국창조과학회 이사로 활동한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에 휩싸였다. 1981년 설립된 기독교 창조과학 확산 단체인 한국창조과학회는 성서의 창조론을 과학에 근거한 사실로 보고 진화론을 부정하는 단체다.


그는 2007년 창조과학회 학술대회에서 “성경적 창조론으로 무장된 사람들을 교육, 언론, 행정, 기업, 정치 등 모든 분야에 배치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 데 대해서도 “미국 창조과학협회에서 한국 학생들을 선발해 장학금을 주겠다는 제안을 해와서 그 프로그램을 소개하는 자리였는데 당시의 발언이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 경향신문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가 2016년 국내에서 열린 창조과학 관련 학술대회에 연사로 나서 창조론에 입각한 창조공학(Creationism in Engineering)을 통해 창조론의 확산을 재정적으로 지원할 수 있다는 내용의 강연 - 경향신문


"창조"라... 지금 503이라 불리는 어느 분이 떠올랐습니다.


문재인대통령 자신도 박정희때 교육받은 세대라서 이 쪽으로 상상력이 풍부한 교육을 받았을 터인 데다[각주:1], 대통령을 보좌하는 사람들의 나이가 슬슬.. 단(丹), 단군, 환웅, 환단고기, 천부경.. 이런 것이 아주 흥했던 시기에 감수성이 예민한 시절을 보냈거나 이런 것에 열중하던 연령대와 겹치긴 합니다. (이우혁 작가의 퇴마록 후기 작품은 그 물결의 끝트머리였습니다) 80년대의 서브컬쳐라고 보심 돼요. 요즘 일본산과는 달리 나라에서 은근히 밀어주던. 부흥회가 흥했고 미션스쿨이 아니라도 방송부가 CCM을 틀던 시절이기도 해서 창조설을 접할 기회도 많던 시절이었습니다. 반면 지금같은 인터넷 팩트체크는 없었죠. 사료의 전산화는 한컴의 아래한글이 발명된 다음에 시도됐다고 보면 될 것 같고[각주:2], 민족문화대백과사전이 90년대에 들어서야 나왔습니다. 종이판이 90년대 초반에 나왔고 전산화되는 데는 십여 년이 더 걸렸죠.


이런 저런 소릴 했지만 아무 쓸모없는 이야기니 지우고


종교적으로 심각하게 빠진 사람, 자기들 사이에서는 독실하다고 표현하는 그런 사람들이 중책을 맡은 경우는 전에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국가조찬기도회를 검색하면 언급되는 역대 명사들 중에는 좀 심각한 어록을 남겼지만 당시에는 천재다, 유능하다는 평판을 얻은 쟁쟁한 사람들이 있어요.[각주:3] (그리고 지난 정부의 고위 관료인 황교안 전 총리,  종교적으로 거시기한 구석이 있지 않았나요?) 그래서 박성진씨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일을 하는 데 종교적 성향이 결정적인 결함이 될 거라 단정하진 않겠습니다. 하지만, 창조설을 진지하게 생각해 나라에 퍼뜨리려 한 사람이라면, 적어도 그 종교적 신실성으로 주위를 피곤하게 만들 사람같습니다.



덧붙이는 말.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자리는 원래 벤처기업가 출신 중에서 골라 보려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회사를 일구어 경영 중인 사람들은 자기 주식을 포기하고 짧으면 일 년도 못 할 장관이 되긴 싫다고 해서, 아닌 사람 중에서 고르다 보니 교수도 보게 된 모양이라는데, 그 때 누군가 추천을 했겠죠.


박성진씨의 경력은 약 10년 전 기준으로는 흠잡을 게 없습니다. 일 주일 전 한겨레신문 기사에 따르면,

LG전자 생산기술원, 미국 미시시피주립대 연구교수 역임

현 포항공대 기계공학과 교수, 포대 산학처장, 포스텍 기술지주 대표.[각주:4]

그래서 청와대에서 고를 때도 괜찮다 했겠지요. 거기까지는 이해합니다.

그리고 과학자 중에 독실한 교인이 많아요. 그래서 창조설 교육과 전파를 주장하지만 않았다면, 종교 자체를 가지고 뭐랄 사람은 없어요.


그런데, 기사나오는 걸 보니, 10년 전에만 그런 게 아니라 작년에도 창조론 전파를 연설했네요.. 쩝

금요일에 나온 기사를 덧붙입니다.

박성진 “창조과학, 창조공학 통해 인간의 삶으로 들어가야”발언 논란 - 아시아경제


“공학은 과학을 기반으로 개발됐지만 실생활에 미치는 영향은 과학보다 크다”, “따라서 창조과학은 창조공학을 통해 인간의 삶으로 들어가야한다. 이러한 활동은 창조과학을 신봉하는 평신도의 숫자를 늘릴 수 있으며 창조론을 재정적으로 뒷받침 해 지속가능하게 할 것이다


영리한 사람일 지는 몰라도, 정책결정권자로서는 부적격이네요. 창조론 신봉자를 늘리는 데 힘쓰겠다니..


어쨌든, 보내기로 한 부처가 과학기술이 아니라 산업쪽이라 문제없다 봤을 지도 모르긴 한데.. 하지만 엊그제, 마찬가지로 산업부처 업무와는 무관한 주제지만, 이번에는 청와대가 싫어할 만 한 다른 이야기가 나오는 바람에[각주:5], 어떻게 될 지 모르게 되었습니다. (나중에 생각하니, 공대교수인데 종교학회활동도 열심히 하고 유명한 정치인사들 초청도 주도하고 정권 입맛에 맞는 정치쪽 보고서도 써 올렸으니 정치교수 성향도 있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처세술 좋네요.)


그리고 주말. 9월 1일.

여기서 청와대가 악수를 두었습니다. 금요일에 기자를 불러모은 박 후보자가 자리를 고집했는데, 청와대도 이 인사를 밀고 갈 것이라는 의향을 내비쳤다고 합니다. 뉴라이트를 그렇게 욕하던 정당이 그 쪽 활동을 하던 교수를 청와대 인사에 목소리큰 사람이 좋아한다는 이유로 저러는 건, 글쎄요.. 망치는 망치질만 잘 하면 된다고 보았을 수도 있지만, 그렇게 보고 이력을 접어줄 것 같으면 이명박, 박근혜 정부때 민주당이 해 온 그 많은 경력좋던 인사들에 대한 비토는 뭐라고 설명할 겁니까? 그리고 이 인사는 애초 구 여권이 반대한 것으로 보아서는 대통령이 자기 지지율 얼마와 바꾼 정치적 타협같은 것은 전혀 아니고 그냥 청와대가 좋아서 인선한 엽관 인사로 보이니, 청와대의 보수 품기라고 볼 수도 없습니다. 여러 모로 악수고, 실수를 인정하고 얼른 대타를 내놓는 것이 좋아보입니다.


그러면서 청와대 관계자발로 대부분의 매체에 보도되었다는 내용이 안 좋아서,

청와대는 박성진 후보자를 '생활 보수'라고 규정했습니다 - SBS


불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습니다.

“청와대가 공대 출신을 세상에 무관심한 ‘공돌이’로 만들었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709011656001#csidx8f7f80aec7d43b59bb5cfd7b634f6fb

“청와대가 공대 출신을 세상에 무관심한 ‘공돌이’로 만들었다” - 경향신문 2017.9.1


이야기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미디어다음 기사모음 링크.

[박성진 거짓말 논란]"하나님이 준 신념..국정교과서·건국절도 확신에 차 설득" - 경향신문 2017.09.08.
같은 과 교수, 박 후보자 실명 비판

과학계 박성진 반발기류 심상찮다.."천동설 믿는 19세기 사고" - 뉴스1 2017.09.07.
"박성진 임명은 사이비들이 공직에 투입되는 계기될것"


"지구 나이는 신앙적인 나이와 과학적인 나이가 다르다"

"기본적으로 하나님을 믿는 기독교인으로서 창조과학이 아닌 창조론을 믿고 있다. 창조과학은 그분들의 생각이고 그분들의 논의에 대해 국민으로서 존중해드려야 한다"

"창조과학자들이 과학적 방법론으로 전문가들에게 입증된 부분은 당연히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박성진 2017.9.11

앞서, 미국에서 돈준다길래 좋은 소리 해줬다던 변명은 다 거짓말이고 자기 신조가 맞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박근혜정부때 대통령 듣기 좋은 이야기해준 것과 이영훈, 변희재초청건도 어쩌면.. 이 사람을 기용해서는 안 됩니다.

여기까지 와서 청와대가 박성진씨 내정을 유지해야 할 이유가 어디 있습니까? 누군지 모를 추천인의 개인적인 친분말고는 아무 것도 남지 않은 것 같은데요.



처음 글을 적은 날의 다음 달.

박성진씨는 결국 사퇴했습니다. 국회 청문회에서는 여야 모두 반대였는데, 여당은 당정 불화라는 말이 나올까 염려해 반대의사를 표명하지는 않고 표결에 불참하는 것으로 대신했습니다. 앞서까지의 내용을 쓰고 나서 결정적인 문제가 터졌는데, 정치적인 흠결은 아니지만 실무적으로는 이게 제일 컸을 것 같습니다. 기업체 근무 경력이 있고 지금도 학교에서 벤처관련 업무를 주관하는 유명 공대 교수란 점이 청와대가 본 메리트였을 텐데, 자신에게 현금을 지급한 셀프 포상 의결, 객관적인 점수로 논외인 업체를 우대한 심사 기록과 그 회사가 바로 자신과 이어져 이해관계가 있었다는 이야기, 그리고 그 외 몇 가지 더 나왔습니다. 


  1. 사실, 그 때는 여러 가지 이야기가 있을 수밖에 없었어요. 사료 국역 출간은 커녕 정리와 목록화를 하던 시절이었고, 발굴도 조사 연구도 부족한 시절이었으니까요. [본문으로]
  2. 한글 고어와 확장한자를 지원한 첫 워드프로세서였으니까요.그 전에 대기업에서 나온 건 행정전산망과 사내전산망용으로, 잘 해야 KS표준에 골라 놓은 현대 한자 기준으로 만든 것이었습니다. 90년대 중반 PC통신에선 컴퓨터에서 고문서를 다루어야 하는 학과 사람들이 아래한글 1.5용 확장한자폰트를 교환하기도 했습니다. [본문으로]
  3. 이를테면 정근모씨같은 사람. [본문으로]
  4. 이게 교수 중에서는 벤처와 관계가 있지만, 벤처 업계를 잘 안다고 보기는 좀 그렇습니다. 박씨는 모임에서 지금부터 열심히 공부하겠다고 말해 기업인들이 한숨을 내쉬었다는 기사가 있습니다. [본문으로]
  5. 그 이야기때문에 반대야당의 대열에서 자유한국당이 빠지고 정의당이 들어와 공수교대라는 제목을 쓴 매체도 있었습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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