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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디 위어의 "마션"/ SF라는 장르 생각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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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디 위어의 "마션"/ SF라는 장르 생각

0.
SF 많이 보세요. 옛날 이한음씨의 과학동아 꽁트든, 1970년대 정부의 진흥 정책[각주:1]이 있을 때 번역돼 나온 70~80년대 SF를 발굴하든, 80~90년대 국내 작가들의 PC통신 연재 SF를 읽든, 1910~1960년대에 나온 초기 SF/스페이스 오페라든, 50년대 이후에 많이 나온 장편 하드 SF든, 미국것이든 동구권것이든 간에 말입니다. 

미래를 "~하는 식으로 해결하고", "~ 했다 치고"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느냐를 상상한 소설이 SF기 때문에, 오십 년 백 년 전에 상상한 미래 중 우주개발과 복제인간말고는 꽤 많은 게 가시권에 들어왔거나 들어오려 하는 지금 시대를 만든 사람이 그 때 SF를 읽은 사람들이며, 그 때 사람들이 이거 저거 상상한 것들이 지금 우리 세대의 과제가 되었거나 되려 하고 있습니다. 뭐가 하나 개발되고 상용화될 때 매체들이 소설이나 영화를 들어 이야기하는 것은 괜한 게 아닙니다.

요즘 유행하는 자율주행이니, 로봇윤리니, 무인공장이니, 인공지능이니하는 것들, "~이라는 게 있다 치고, 그 떄 우리는 어떻게 살까, 살아야 할까, 법과 제도는 어떻게 만들어야 하고 사업은 어떻게 해야 할까"하는 상상을 해놓은 SF가 많습니다. 그 중에는 그냥 시류에 편승해 종이 좀 팔아보겠다고 찍어 놓은 것도 많지만, 작가 나름의 아이디어를 집어넣은 것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것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1.
앤디 위어의 <마션>. 첫 장 첫머리부터 "나 진짜 ㅈㅗㅈ됐다" 로 시작한다고 해서 입소문을 탄 그 소설입니다. :)

영화는 안 봤습니다.[각주:2] 책은 사보았습니다.[각주:3]
대단한 이야기를 했거나 엄청난 영감을 주었거나 하는 무거운 책은 아닙니다만,
참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해를 넘긴 뒤에 감상문을 따로 쓸 만큼은.


구글 이미지 검색

일본에서 들어왔고 우리 나라에도 요즘 많아진 라노베(라이트노벨)처럼 쓴, 혹은 적어도 그렇게 가볍게 읽을 수 있게 번역된 SF라고 생각하면 됩니다.[각주:4] 원래 웹연재소설이었다고 하네요. 양은 책 한 권 분량인데 장편인지 중편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종이책 쪽수는 적지 않은데 내용은 "라이트" 합니다. 그래서 SF팬이 아니라도 누구나 쉽게 펴볼 수 있습니다. 화성인, 우주전쟁[각주:5] 이런 거 없어요. ㅎㅎ 

Science Fiction을 번역해서 옛날에는 공상과학소설이라고 했고 요즘은 과학소설이라고도 많이 부르고 영어를 그대로 쓰는 세태에 따라 번역없이 그냥 SF라고도 많이 씁니다. 

초판 기준으로 원문을 안 봐도 알 수 있는 번역 오류가 몇 군데 있지만 애교로 봐줄 수 있습니다. 비전공자는 모를 겁니다. 그렇게 쉽게 읽을 수 있는 괜찮은 번역이 마음에 듭니다.

가볍게 읽을 수 있고 장면을 쉽게 상상할 수 있는 묘사, 이게 "NASA의 자문을 받았다/NASA에서 참고한다더라"이런 소리가 들 만큼 그럴 듯 합니다.[각주:6] [각주:7] 과학지식이 부족한 사람에게는 그랬다 치고~ 일단 줄거리를 따라갈 재미를 주고, 배경 지식이 있는 매니아나 이공계생에게는 허점을 알아채도 무리없이 페이지를 넘길 만큼은 되는 설명, 지루하지 않도록 적절한 타이밍에 맺고 끊는 솜씨, 막간 개그, SF라지만 꿈꾸는 미래도 아니고 강대국들이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을 것 같이 손에 잡힐 듯 한 느낌이 좋습니다.


2.
이 작품이 이 장르 치고는 꽤 팔렸다는데요, 그건 위와 같은 특징에, 타이밍이 적절해서 그랬을 것 같기도 합니다. 기억에 아마.. 영화가 가을 개봉, 트레일러가 여름 공개, 봄에 출판 이랬던가? 종이책과 전자책이 같이 나왔죠. 그리고 입소문. 순수문학과 달리 읽고 무슨 소감을 말해도 상관없으면서 라노베와 달리 "너 그런 거 읽냐"는 눈길을 안 받음(이건 자격지심일 지도요. ^^). 

그리고 과학소설 혹은 공상과학소설이 마이너한 장르지만 쪽 팬덤도 소위 "부심"이라는 게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읽지 않았지만 외국에서 호평받는 고전을 높게 치는 분위기가 없지 않은데, 작가와 씌어진 연대와 세계관과 용어를 뒤지지 않고 바로 고전에서 재미를 찾을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겁니다. 그런 와중에 한 몇 년 터울로 국내외 작가들의 신작이 나와 팬덤의 갈증 해소 + 일반 독자의 먹잇감이 되는데 그 때는 마션이 그랬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3.

2010년대인 지금 화성 궤도에는 무인 탐사선이 있습니다. 달에서 물이 나왔다. 3D프린터로 달의 자재를 써서 달에서 구조물을 짓는다, 기지를 지을 만 한 굴이 있다[각주:8], 달을 유인화하겠다 등 말이 많은 가운데, 2030년대에는 각국에서 화성에 사람을 보내려는 장기 프로젝트가 슬슬 고개를 쳐들고 있습니다. 스페이스X라는 민간 업체가 있는 미국에선 그냥, 정부가 방해만 안 하면 화성에 사람보낼 거라며 기술을 모으고 준비를 한다는 소식도 들려 옵니다. 

그리고 달과 화성 땅을 분양하는 봉이 김선달들도 다시 나왔다고 하네요. 말이 좋아 '지구권 우주 자원은 인류의 공동 재산'이지, 일단 출발선을 끊고 달려나가면 '첫 삽을 먼저 꽂는 놈이 임자'라는 생각은 강대국 누구나 가진 속내일 것입니다. 외국에서는 이미, 소행성을 끌어다 자원채취하는 걸 합법화하는 법도 만든다는 이야기가 들려 옵니다. 옛날, 인디언이 살았지만 미국 정부는 인정하지 않는 광활한 내륙을 그냥, 이미 백인 소유만 아닌 땅이라면 몇 년 점유하고 농업을 영위하면 토지 소유권을 인정해주던 시절이 있었다던데, 미국인은 그걸 아직 기억하는 모양입니다. 그리고 남중국해를 강점하면서 그 방약무인함을 보여준 중국, 시베리아로 땅넓히듯 할 러시아, 원주민을 죽이고 땅넓히는 직책이 쇼군이던 일본 그 외 다른 우주개발 선진국 역시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1. 그것이 출판업계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됐는 지는 저는 모르지만 [본문으로]
  2. 나중에 케이블인가 IPTV인가로 보긴 했어요. 재미있더군요. :) [본문으로]
  3. 나온 지 얼마 안 됐을 겁니다. 공돌이가 쓴 웹소설이 출판됐다고 소개가 나온 걸 보고 바로 질렀어요. ㅎㅎ [본문으로]
  4. 전기(傳奇)물이라는 분류가 있는데 SF를 이렇게 썼다고 치면 되겠네요. 전기물에 대해 모르는 대로 조금 적으면, 우리 나라의 대형서점(교보문고, 영풍문고, 종로서적, 서울문고 등) 매장에서는 적어도 80년대까지 쓰지 않던 분류로 우린 90년대들어 판타지 분류가 바로 나왔습니다. 나무위키쪽 말을 보면 전기라는 단어의 기원은 천 년 전 중국까지 거슬러올라가고 국문학자들이 모르는 말도 아니라지만, 우리 나라 젊은 층 대중에게 퍼지기로는 일본 라이트노벨이 소개되며 같이 들어온 말이라고 하는 게 맞겠죠. 우리식으로 말해 판타지(환타지), 괴담입니다. [본문으로]
  5. 아, 이거 위주면 스페이스 오페라네요.^^ [본문으로]
  6. NASA는 우주개발관련 소설과 영화 흥행에, 이미지를 훼손하는 내용이 아니면 좋은 멘트를 해주고 필요하면 자문이나 기타 (돈 안 드는) 지원을 해 온 사례가 있습니다. 미국에서 우주개발에 관심이 높아지면 의회에서 예산따기 좋기 때문에. [본문으로]
  7. 영화가 개봉되어 대중의 관심을 끈 이후로는, 소설 원작과 영화 속 설정과 현상에 과학적 오류가 여럿 있는 게 지적됐습니다. 화성의 노을, 화성의 모래폭풍, 그 외 여러 가지. 그 중 일부는 알고서 재미있으라고, 분위기내려고, 이야기를 전개하기 위해 그렇게 한 것이고 일부는 몰랐던 모양입니다. [본문으로]
  8. 이거 일본만화 <문라이트 마일>에 등장하는 미군의 달뒷면 지하기지같은..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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