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가지 공교육 성과(?): 한국 학생의 수학 실력/ 초등학교 6+3년제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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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교육은 어쩌면, 로봇과 정면승부하는 사람을 기르는, 질 수밖에 없는 교육같단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잘들 하시겠지만요. 로봇을 고려하지 않고 짠 수학능력시험+본고사 시대의 교육목표는 사람만 놓고 봐도, (미래 사회에 필요한 인재를 뽑기 좋은 쪽이 아니라 대학이 신입생고르기 좋은 쪽으로[각주:1]) 줄세우기만 더 정교해진 것 같아요. 그리고 로봇과 경쟁할 시대가 코앞에 오면서, 현행 제도의 약점은 더 두드러지는 것 같습니다.

저는 참 궁금합니다. 시험 문제는 더 정교해졌고 더 깊은 사고를 요하게 된 것 같은데, 어째서 생각을 단순무식하게 만드는 족집게 요점강의와 핵심정리는 더 유행하고 머릿속에 때려박는 꽁수를 계속 발전시킨 걸까요. 유명 강사의 인강을 말투 하나도 다르지 않게 머릿속에 복사하고 남 앞에서 그걸 재생하며 "내가 설파하는 진리를 들으라"는 학생들을 보고 소름이 끼쳤습니다. 얘들 그냥 로봇이구나.

어디서 들려오는 얘기에 따르면, 정부는 중고등학교의 수업 방식을 미국이 반 세기 전부터 해오던 방식처럼 바꾸겠다, 대학입시 방식을 한 번 더 갈아엎겠다 한 모양인데, 문제를 인식한 건 좋지만 음.. 모르겠습니다. 그게 진짜 상황을 바꿀 수 있는 근본적인 해결책일까? 더 나은 방식을 찾아내면 좋겠는데..

그리고, 입학생 부족으로 초등학교에 남는 교실을 부설(?) 어린이집으로 만들자는 발상은 여러 관계자들의 반발로 안 하기로 했다는 뉴스도 있었습니다.

그냥 초등교육과정을 6+3년제 하죠? 사범대에 유아부, 유치부 교육과정을 추가하고 초등학교에서 미취학 3년간 아동을 맡아 주면 사범대 정원을 줄이지 않아도 될 것이며, 초등학교과정처럼 의무교육으로 편입하면 부모의 육아부담도 줄일 수 있을 겁니다. 일단 시범학교를 선정하고 개선해가면서 10년을 두고 천천히 확대해가는 계획을 공표해, 유치원 사교육 시장에 "장기적 안목으로 사업접을 준비를 하라"고 예고를 하는 겁니다.


그런데 이렇게 적고 보니 웃긴 상황이 됐습니다. 옛날에는 초등학생도 수업시간이 길고 학교에서 오래 생활했습니다. 그런데 소위 머리가 깼다는 교육자들과 정부 일각에서, 학생이 학교에만 있으면 다양한 경험을 못 하고 획일적인 인간이 된다고 했던가? 수업시간을 줄였죠. 그랬는데 마침 그걸 본격 시행할 때가 맞벌이 부부가 막 늘어날 때였습니다. 핵가족에 맞벌이라 보호자가 되어줄 어른이 집에 없는데 어린이가 어디서 무슨 경험을 혼자 하게 하느냐.. 학원과 사교육이 늘어날 만 했고, 방과후 학교같은 것과 아침 등교를 맞벌이 부부가 선호할 만 했고, 히키코모리든 학원코모리든 따로 따로 놀다 보니 TV와 온라인 게임과 인터넷에 몰입할 만 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요?

그리고 어린이집 등 미취학 아동을 낮시간동안 돌보는 곳도 같은 맥락에서 하루 종일 아이를 "붙잡아두며" 과거 동네 골목에서 벌어지던 어린이 생활을 에뮬레이트하는 곳이라 할 수 있을 텐데요. 결국 부모가 손이 안 가니 묶어 두는 거쟎아요. 그리고 맞벌이는 소득이 필요해 강요되기도 했지만 주부의 사회생활과 맞물려 권리로 여겨지기도 합니다. '육아가 중요하니 남녀 중 한 사람은 외벌이하고 한 사람은 집보기하라'고 말할 수 있는 정치가는 없습니다.


하긴 사람들의 관성이란.. 제도를 개혁할 땐 그냥 겉으로 보이는 하나만 바꾸면 별 소용없을 때가 있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일본식 교복을 80년대에 정부가 폐지했을 때, 몇 년 간은 교복 없이 평상복을 입고 중고등학교를 다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 때 다른 학교보다 잘나보이고 싶었는지 아니면 사복입은 청소년이 무슨 목줄풀린 투견처럼 느껴졌는 지 모르겠지만, 몇몇 중고등학교들과 특목고에서 먼저 예쁘장한 자체 교복을 만들고 로고를 붙였습니다. 그랬더니 그게 부러웠는 지, (그리고 돈냄새도 맡았는 지) "복장자율화의 폐단으로 청소년이 비싼 옷을 입으니[각주:2] [각주:3] 그걸 막기 위함"이라느니, "청소년 등하교 탈선을 막기 위해서"라느니 하는 말도 안 되는 소리까지 하면서, 결국 많은 중고등학교들이 교복장사를 시작했습니다. 

웃긴 건, 학부모도 찬성했고, 학생들조차 교복입는 학교 아이들을 부러워했습니다. 그렇게 다시 교복시대가 됐는데, 그 교복이 폭리로 너무 비싸다고 매년 말썽인 데다 교복을 입는다고 '등골브레이커'가 없어진 것도 아니라던데.. 지금도 정부 법제상으로는 중고등학생이 교복을 입어야 하는 의무따윈 없을 겁니다. 그냥 학교가 교칙으로 학생에게 강제할 뿐이지 않나요? 그래도 교복값이 비싸다는 말은 도처에서 들리지만, "우리 학교 교복 폐지합시다"하는 말은 들리지 않네요. 혹시, 감히 상상을 해본 적 없어서일까요? 아니면 길드복(guild服)이라서?

잡담은 여기까지. 본론으로 들어갑니다.


[단독] 한국 학생, 문제 푸는 속도는 세계 최곤데… 성취도 1위는 더 느리게 푼 싱가포르 학생들.
서울신문 2017-11-28

읽기 24분·수학 24분·과학 28분.. 60분 제한 시간 절반도 안 써
문답풀이에 익숙해진 습관 때문. 운동 시간은 OECD 중 최하위

이런 기사에 나오는 수치는 어떻게 읽어야 하나 모르겠습니다.


중고생 국어·수학 기초학력미달 비율↑…고교수학은 10% 육박 
연합뉴스 2017-11-29

'보통학력 이상 비율'도 큰 폭 감소…자기주도학습,     성취도에 큰 영향
여학생, 남학생보다 월등히 높은 성취도 추세 지속 

하루 3시간 이상 자습한다고 응답한 학생은 열 명 중 아홉이 보통학력 수준을 넘고, 하루 1-2시간도 열 명 중 여덟이 보통학력 수준을 넘음. 즉, 교육커리큘럼은 어렵지 않다는 이야기같다. 수업끝나고 공부 안 한다는 학생도 열 명 중 넷은 보통학력을 넘음.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학업성취도가 떨어졌고, 이것은 생각할 꺼리를 주지만 올해 평가방식이 바뀐 점도 있어서 두고 볼 일이라고.


아, 본론 짧네요(..) 무슨 글을 이렇게 썼지.

  1. 나중에 덧붙였습니다. [본문으로]
  2. 어떤 사람은 80년대의 아디다스니 나이키니 농구화니하는 유행을 두고 사치라 말한 모양이지만, 그건 백만광년쯤 떨어진 헛소리입니다. 80년대 국민소득의 향상은 정말 한 해 한 해가 다를 정도로 빨랐고, 국민소비수준이 그 전에 비해 확 올랐습니다. 서울에선 단칸방에 세살면서 집보다 승용차를 먼저 사는 사람들이 그 때 생겨났고 학교에서는 컴퓨터 교육을 시작하고 정부는 교육용으로 각 가정에서 구입할 싼 컴퓨터를 지정했습니다. 그리고 교육방송이 시작되었고 워크맨등 개인용 전자제품 악세사리를 들고 다니기 시작했는데, 이 모든 것이 70년대 교복세대는 꿈도 꿀 수 없었던 것입니다. [본문으로]
  3. 게다가 강력한 산아제한정책의 결과로, '금쪽같은 내자식' 둘, 지금은 더해서 아예 하나만 기르는 시대가 됐으니... 그 전 시대에는 아이 몇 명에 나누어 쏟을 돈과 정성을 80년대 이후로는 하나나 둘에 집중시키게 되었습니다. 자식농사 여럿 지어 놓으면 서로 도우며 자라다가 보면 하나 정도는 대성하겠지가 아니라, 처음부터 하나뿐이라 실패하면 안 되니 모든 투자가 올인입니다. 부모의 육아부담을 경감하거나 서로 도움을 주고 받을 형제도 없습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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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Playing 2017.12.05 19:5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멋진 글 잘 봤습니다
    특히 잡담 안쪽으로 깊이 들여쓰기된 내용이 무척 흥미로웠습니다

    저때는 어려서(?!)
    학교에서 많은 걸 배운거 같습니다(학생들 많이 잡아뒀죠)
    초등학교때는 그냥 동네에서 친구들하고 많이 놀수 있었고요
    중학교때부터 학생들이 공부를 못하는 상황이니 공부 열심히 해야 한다는 발언을 숨기지 않고 하시더군요
    열심히 잡아두고 여러가지 머리속에 주입시켰고 그럭저럭 쌓아놓은 거 같네요

    아무튼 요새는 학원에서 잡아두고 학교에서는 놔주는 게 많은 거 같아서 왜 그러나 싶습니다
    (설마 교사들 단체로 편하려고 독점적인 권한을 활용하고 학원들과는 미리미리 싸바싸바하여 이렇게 된거 아니겠죠 ;;)

    줄세우기를 하려면 좀 수준 높은 교육을 통해서 의미있는 것들로 했으면 좋겠는데요
    (어린) 저만 해도 죄송스럽지만 선생님들 수준차이가 엄청나게 많이 났습니다.
    물론 문제도 수준편차가 컸고요
    교육자로 볼만한 선생님이 가르치는 수업과 도대체 뭐하러 교실에 왔는지 모르는 듯 교과서만 줄줄 읽어대는 수업이 분명히 실제로 존재했으니까요

    수능도 가끔 형편없는 문제가 적지 않잖아요
    일반 학교는 더 훌륭하죠(문제로 만들 중요한 개념들이 그리 많은데 왜 그렇게 하는지 지금도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이렇게 급 리플 마무리하겠습니다!!
    앗 저때는 예습하고 질문하면 좋아하는 선생님과 매우 불쾌해하는 선생님으로 나눴고,
    출제 시험 잘못된 거 시험 끝나고 찾아가서 알려드리면 고맙다고 하는 분과 대놓고 쌍욕하며 제가 틀렸다고 주장하던 선생님이 계셨습니다(다만 제가 맞았죠)

    멋대로 결론
    길게 본 정책도 중요한데 그것에는 가르치는 선생들의 기량 향상(?) 및 교육자로서의 소양 함량이 어쩌면 더 어렵고도 본질적인 목표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것과 좋은 교육자를 올바르게 지원하는 게 합쳐져야 전체적인 공교육이 나아질꺼 같습니다(저는 고마운 선생님이 제법 계시니 운이 좋았습니다)

  2. alberto 2017.12.09 04:2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는.. 음.. 수학시간에 인생교육하던 선생님들이 생각났네요.
    국어는 선생님들이 개성있었지만 수업은 충실해서 돌아보면 행운이었고,
    영어는 6년 중 5년을 좋은 선생님을 만나 기초를 잡아서, 고3땐 듣도 보도 못한 엉터리교사(고3을 맡은 교사가 중2담당교사보다 실력도 수업방식도 못했어요)라 귀막았지만 그래도 방어가 됐는데,
    수학은 정말 선생님복이 없었어요. 중학교 중 2년을 가르친 "악질 교사"는 수업시간에 수학을 가르치기보단 사회운동했고, 고등학교 2년을 가르친 선생님은 인간적으로는 존경하는데 수업은 학교다니며 수업시간에 '스스로 생각해도 제 머리는 가능성이 안 보여서' 절망한 게 그 때였을 겁니다. 그리고 고3때 선생님은 수업도 대충 하면서 "목구멍에 풀칠하려고 수학교사를 시작했다"며 걸핏하면 수업시간에 인생담.. 대학가서도 복학해 여름학기 재수강까지 했는데 어째 전부 다 같은 교수. 나중에 그 과 사람에게 들어 보니, 강의 제일 못하는 교수고 실력도 학과에서 평판이 제일 나쁘다고 욕을.. ㄷㄷㄷ. 돌머리가 외워서 돌파해야 하기는 마찬가지지만, 어쩐지 강의보다 원서가 더 쉬워보이더라니.

    뭐, 국영수 교사복이 반타작은 넘은 거니까 불평해선 안 되려나요. ^^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