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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투리(방언)지역편견.. '장님나라에선 애꾸가 왕' 본문

학습, 공개강의/읽기와 쓰기

사투리(방언)지역편견.. '장님나라에선 애꾸가 왕'

1.
모 커뮤니티[각주:1]의 이야기. 전에 잠시 적은 적 있는 ~노 라는 어미[각주:2]를 척살(..)하려 애쓰던 게시판 '완장'들.

경험과 달라 이상하게 생각했지만 나도 워낙 어릴 적에 지역을 떠나 공교육과정은 서울에서 받았기 때문에, 그렇게 큰 소리는 못했다. 하지만 그 뒤 지역의 결혼식 등 행사에 얼굴을 내밀면서 새삼스럽게 신경써 듣기 시작했고, 1910년대생부터 1060년대생의 시골사는 고졸, 중졸학력이하 어르신들, 그러니까 인터넷 커뮤니티는 커녕 컴퓨터 자체와 인연이 없고 광역자치단체를 벗어나 살아보지도 않은 분들의 대화를 듣고 깨달은 게 있었다. 원래 있던 말이었다.

인터넷에서 완장놀이가 너무 심하구나.. 여론조작, 역사왜곡, 사실 덮어쓰기는 이런 데서 시작하는구나.. 그런 인상을 받았다. 그리고 그것은 한때 용처를 가리지 않고 유행하던 "집단지성"이 그저, "자갈은 모아봐야 돌무더기일 뿐"인 예 중 하나였다.

뭐, 1인칭으로 '나가', '저가'를 쓰고 그리고 '형'대신 '언니'라고 하던 친구에게 "그거 뭐예요 ㅋㅋ"하고 무심하게 장난쳐서 돌아보면 한때 내가 받았던 표준어사용 스트레스를 남에게도 '투척'하고, '그 사람 그런 말투'라며 함부로 남의 말투를 지적질하던 버릇없고 무례하던(돌아보면 얼굴이 화끈거리고 그 사람들에게 미안하다) 내가 잘난 척 할 일은 아니다만.

 

그보다 훨씬 오래 전에, 처음 만났을 때부터 항상 깔끔하게 서울 표준말씨를 쓰던 여사친입에서, 고향에 전화할 때 자연스럽게 경남 해안지방의 본토발음이 큰 목소리로 나와서 빵터졌던(나만 그런 게 아니라 그 자리의 모두가 웃음보가 터졌고, 그 친구는 무진장 부끄러워했다) 것도 생각난다. 그건 내 탓이 아니고 그 자리의 분위기도 재미있어했을 뿐 아무도 "꼽주지" 않았지만, 그 친구도 나름 자기 사투리 말씨를 의식하고 있었고 서울에서 쓰는 걸 꺼리며 또 다른 어디에서 스트레스를 받은 적 있었으니 그렇게 당황했겠지.

사실 나도 한때는 표준말광[각주:3]이어서, 부모님 말씀에서 각종 이름을 뜻하는 지역 고유어를 들으면 그거 틀렸다'고 "지적질"하며 "어린 꼰대질"을 하던 때가 있었다. 종의 다양성만큼이나 말의 다양성에 감사해야 함을 알게 된 다음에는 그런 짓은 전보다 자제하게 됐지만. 요즘은 타향살이가 너무 오래되어었고 하도 옛날이라 부모님도 사투리 단어를 많이 잊어버리셔서, 그때 많은 사투리를 받아적었으면 좋았을 것을하는 후회를 한 적 있다.


 

2.
몇 지방에서 살아보고 사람을 겪으며, 그리고 다른 사람 이야기를 들으며 가끔 한 생각인데, 서울/대전살이한 관점에서 보는 경상도와 전라도의 언어양식과 행동양식(어조?성조?와 단어와 어미 사용법 등)은 개와 고양이같은 면이 있다.[각주:4] 맞는 말인지 모르겠는데, 꼬리를 세우는 행동이 개와 고양이가 신호 내용이 다르다며? 사람이 상대에게 손바닥을 보이며 흔드는(바이바이~) 행동이 유럽의 어디에서는 호의고 어디에서는 적의라며? 그런 비유를 하면 될 것 같은 느낌이 있다.


그리고 내 생각에, '자칭 서울사람' 대부분은 사투리에 대해서는 정확한 지식을 가지고 있지 않다. 자기가 서울사람이라 말하면서도 서울토박이말을 별나게 듣는 사람이 많을 정도니 말 다했지.[각주:5] 지방사투리도 주로 가족과 TV의 영향아래 대강의 인상을 가지는 경우가 많고 타지방 사투리에 대해서는 더 대강이다. 원래 현지 사람들은 말씨를 조선시대의 행정구역단위로 구별했다.[각주:6] 이제 전국방송, 미디어콘텐츠가 제주도까지 침식해들어가고 있어 이쪽의 밈(meme) 전승도 신세대는 점점 옅어지고 있다지만.[각주:7]

 

 

3.

가짜 서울말을 사용하다가 이젠 이도 저도 아닌 나도, 한때는 진짜 서울사람.. 성균관대 주변에서 대대로 살아온 사람의 서울말투를 이상하게 여겨서 놀린 "흑역사"가 있다. 그것도 다른 서울토박이의 앞에서. 그래서? 생각할 떄마다 "이불킥"을 했더랬다. 

 

  1. 알파벳순으로 과거 c모, p모, p모, r모 등. 그 밖에도 많을 것이다. [본문으로]
  2. il모 커뮤니티에서 은어로 썼다, 그래서 그런다는 얘긴 읽은 적 있다. 물론, 이런 용도는 실제 지방사람들이 쓰는 것과는 전혀 다른 것이다. 조직폭력배사이에 쓰는 "도구"란 말은 종종 "흉기"를 뜻한다며? 그렇다고 우리가 그 말을 본래뜻으로도 쓰지 말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무슨 왕이나 황제가 등극하면 피휘하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본문으로]
  3. 돌아보면 나도 "홍위병"이었달까. 학교에서 배운, '이것이 바른 말'이라고 배운 것을 부모님에게 '거칠게' 써먹은 것이다. 문화대혁명때 마오와 4인방에게 선동된 중국의 신세대(시진핑도 여기 들어간다)가 자기 부모에게 왜 그랬는지, 질럿(zealot)이란 단어가 어울릴 것 같은 그런 풍조가 어떻게 조성됐는지 이제는 조금 이해가 간다. [본문으로]
  4. 데스먼드 모리스의 <휴먼 와칭>느낌으로, 인간을 포유동물의 일개 종이나 아종으로 보고 하는 관찰자시점이야기다 [본문으로]
  5. 서울사투리와 경기사투리, 그리고 경기사투리도 과거에는 서울 동서남북이 다르게 세분될 수 있었다. 이건 대구 동서남북, 광주 동서남북, 대전 동서남북, 부산 북부와 서부 지방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사투리만 듣고 군단위로 다른 동네 사람을 쉽게 식별하는 게 자연스럽던 시절도 있었다. [본문으로]
  6. 조선에 각지를 연결하는 도로망이 잘 정비돼 있었다면 그렇게까지 분화되지는 않았을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통신은 지금같지 못했을테니. [본문으로]
  7. 그래서 특히 아쉬운 부분이, 매체에서 유행시켜 뜬 일부를 뺀 나머지 대부분의 고유한 이름과 용법이 사라지고 있는 점이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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