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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

카카오 파우더

전에 모 소셜공구사이트에서 식자재를 kg봉지로 산 적 있었다. 몇 년 지났는데 아직 먹는다. 변하지도 않는 듯. ^^

 

nm위키 참조. 간단 발췌요약하면,

  • 건강식품으로 팔리는 코코아닙이 가장 기본이 되는 원료다. 한때 유행했고 우리집에서도 먹었지만, 별 맛없다. 딱딱해서 먹기도 힘들고. 코코아닙은 카카오열매를 통째로, 혹은 씨만 남겨서[각주:1] 발효시킨 다음 말린다. 이 문서에 따르면, 발효시킨 카카오콩이 이제 초콜릿맛이 난다고 한다.
    이걸 로스팅한(볶은) 다음 물에 잘 녹고 가공하기 쉽게 알칼리처리하면 신맛이 줄고 쓴맛이 더해지는데 이게 코코아닙스의 쓴 맛이라는 소리가 적혀 있네. 제과에 쓰려면 신맛보단 쓴맛이 단맛으로 가리기 좋다나. 일단 이렇게 하면 식재료로 만들 준비는 끝난 것.
  • 알칼리처리한 카카오닙스를 갈아낸 걸 카카오리쿼.
    이걸 그대로 응고시키면 카카오매스.
    압착해 기름기를 추출헤낸 걸 카카오 버터, 남은 고형분을 카카오 케이크.
  • 카카오매스는 그대로 초콜릿의 원료가 될 수 있음.
  • 카카오케이크와 카카오버터는 원하는 비율로 다시 섞어서 초콜릿의 원료가 될 수 있음.
  • 다크 초콜릿 = 원재료 + 설탕. 밀크 초콜릿은 다크에 우유 추가.
  • 카카오버터에 설탕만 넣은 걸 화이트초콜릿
  • 카카오 케이크를 곱게 갈면 카카오 파우더.
 

이것이 정석 제법이고.. 시중에서는 그보다 싸게 만들기 위해서,

 

카카오버터가 많이 들어가야 고급 초콜렛? 아니다.

애초에 카카오버터가 다 들어가야 진짜 초콜렛이고

카카오버터가 적거나 안 들어가면 초콜릿이 아닌, 가짜 초콜렛이라고 불러야 마땅하다.

하지만, 게맛살이 게살이 아니라 잡어육에 게맛이지만 게살처럼 먹듯이, 그렇게 됐다. 그러니 평범하더라도 성분이 제대로 들어간 초콜릿이면 고급으로 치켜올려주는 세태가 됐나 보다.

 

 

하여튼 그렇게, 우리나라에서는 카카오버터를 추출하고 남은 카카오케이크(카카오파우더)에 값싼 식물성경화유(팜유)를 넣어 초콜렛을 만든다.

 

카카오버터의 녹는점이 사람 체온 정도라서 녹는점을 높이기 위해 처리했다, 가혹한 보관조건에서도 유툥기한을 보장하기 위해서 그랬다는 해명도 있다. 나름 일리가 있는 말이다. 하지만, 그런 이야기를 들어주기에 대부분은, 그런 물성을 목적으로 한 것 이상으로 카카오버터를 쏙 빼거나 너무 줄였기 떄문에, 가장 큰 이유는 제조원가 절감이라고 보면 될 듯. 카카오버터는 그 자체만으로 제과, 화장품 등 쓰임새가 있다고 한다.

 

이것은 마치 커피믹스에 유지방대신 식물성경화유(팜유. 흔히 프리마라고 하는 거)를 넣은 이유와도 비슷하다. 모 후발주자는 커피믹스에 카제인들어간 걸 시비걸 게 아니라 이걸 시비걸었어야 했는데, 자기들도 넣으니까 그 소린 안 하더라. 이쪽도 변명은 있다. 유통기한이 길어지긴 할 것 같기도 하고. (그런데 전지분유와 커피믹스 유통기한이 어떻게 다르더라? 안 찾아봐서 모르겠다)

 

또한 이것은 요즘 우유와 가공품을 파는 행태와도 비슷하다. 생우유에서 유지방을 빼 버터와 크림을 만들고 치즈를 만들고 남은 유청단백질과 남은 저지방유를 모아 가공해 칼슘조금 넣고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고 팔거나, 설탕섞어 요구르트 재료료 투입하기도 한다. 유지방이 빠져 모자란 지방성분을 보완하기 위해 식물성경화유(팜유)성분을 넣어 가짜우유(벤딩밀크)를 만들거나, 커피믹스와 빵 등 다른 식품을 만들 때 공장에서 전지분유대신 넣는다. 마찬가지로 유통기한을 길게 한다, 물성을 개선한다 등 이유를 붙이면서.

 

 

따지고 보면 현대 식품공업의 개가다. 트랜스지방같은 이슈가 나오지 않는다면 그 자체로 나쁠 것은 없다. 같은 에너지로 더 많은 인간을 먹여살릴 수 있다는 말은, 같은 인간을 먹여살리는 데 더 적은 에너지를 사용한다는, "자연친화적"이고 "탄소에 친절한" 이야기다. 버리는 게 없으니 좋지 않은가. 식물성 유지를 많이 쓰는 만큼 채식주의에 가까워지고[각주:2] 가축을 덜 기르고 덜 도축하고, 버리는 것 없이 다 쓰니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는[각주:3] 데도 효과적이다. 버럭! 그렇게 알고 넘어가자.

 

 

어쨌든 국내에 팔리는 초콜릿(준초콜릿이나 초콜릿가공품말고)은 아주 비싼 일부를 제외하면 거의 전부 식물성경화유가 들어간다. 수입초콜렛 중에는 중저가에도 안 들어간 게 있지만.

 

 

여기까지,

머그컵에 물 많이 담아 평소보다 뜨겁게 데운 다음, 카카오파우더를 한 숟가락 떠 같이 잘 저어 녹인 뒤에 커피믹스를 하나 타마시고 정신이 번쩍 든 김에 적어본 썰이다. :)

 

 

  1. 과육은 동물들이 좋아한다고. 마치 캐슈넛 과육처럼. [본문으로]
  2. 엄격한 채식주의자용이나 특별한 식이용으로는, 음료에 들어가는 우유에서 유래하는 단백질대신 콩이나 다른 곡류를 가공해 사용하기도 한다. [본문으로]
  3. 고기를 안 먹는 건 아직 힘드니까 그냥, 시작하는 한 걸음으로, 우유와 우유에서 유래한 치즈, 버터, 크림 그 외 가공품을 먹지 말지 그래? 전세계의 젖소가 다 없어지면 이산화탄소 배출은 얼마나 줄어들까.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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