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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에 파는 중국산 염가 전자 손목시계의 품질 본문
이 글은 원래 약 1년 반 전에 쓴 글이다. 가벼운 푸념 겸 잡담.
자격시험 응시용으로 바늘이 돌아가는 시계가 필요하게 됐는데(계산능력이 있는 시계 불가. 그렇다 보니, 온갖 스마트기계가 넘쳐 나는 요즘 좀 별나게 생겼거나 터치가 들어가 있거나, 그냥 단순한 쿼츠 무브먼트 시계라도 복잡해 보이는 건 금지하는 모양),
스마트폰을 쓴 지 오래 돼서, 보관하고 있던 손목시계를 오랜만에 꺼내 보니 모두 전지를 갈아야 할 형편.
태엽에 밥주는 시계는 어디로 도망갔는지 잃어버린 지 오래..
시계방에 가서 전지를 갈까 생각하다, 또 쓸까 싶기도 하고 어디 차고 다닐 것도 아니라 생각해서, 오픈마켓에서 제일 싼 중국산 비품 손목시계를 샀음. 판매자 말로는 약간의 마감, 흠집 문제가 있는 것 말고는 시계 본래 성능은 아무 이상없다고. 보니 시계줄 접착부가 좀 이상하게 마감돼 있긴 하다. 아래는 그 시계를 받아 본 소감. 결론부터 말해 후회. 리퍼(?)라서 하는 후회가 아니라 중국산, 그 중에서도 싼 시계에 대한 후회.
- 꺼내 본 첫인상.. 모양새는 사진찍은 이미지만 보면 나무랄 것 없음. 단, 중국산답게 조금만 살피면 촌티가 팍팍 나는 게 눈에 띔.
- 비품이라선지 중국산 저가형이 원래 이 모양인 지 모르겠는데, 분침과 초침이 미묘하게, 문자판 디자인과 어긋난 느낌을 준다. 디자인탓같기도 하고..
- 듣보잡 브랜드 이름을 로고도 아닌 일반 폰트로 찍어 놓았음. 아래 열거한 다른 모든 단점은 무난하게 익숙해질 수 있지만, 이건 결정적인 단점이고 이 시계를 버릴 때까지 볼 때마다 새롭겠지. 듣보잡 브랜드명은 시계뒤판에나 새겨놓을 것이지 말야. 로고와 모델명 문자가 찍인 부분을 보면, 저가 중국업체들이 잘 한다는, 금형은 여러 회사가 돌려 쓰면서 브랜드만 자기걸 붙인다는 행태가 생각난다. 아마 그렇게 만든 모양.
- 전체적인 레이아웃은 음.. 적당히 베낀다고 소송걸지도 않을 텐데 눈이 삐었는 지 뭐 이런 모양새로 만드냐는 생각이 들었음. 그나마 나은 걸 골라 주문했는데. 역시 싼 데는 이유가 있음. 하긴 그 싼 중국산 중에서도 싸게 파는 건(그렇다고 비싼 중국산을 사는 건 완전히 돈낭비다. 3-5만원쯤부터는 일본 브랜드나 로만손 엔트리급부터 알아보는 게 정석이다).
- 뒤에는 MADE IN CHINA 라고 대빵만하게 새겨놨음. 어차피 손목시계 뒤를 아무도 안 보지만.
- 바늘 돌아가는 건 시계다움. 중국산 무브먼트인데 초침 움직이는 소리가 큼. 전에 받은 국산은 이런 소린 아님. 그런데 요즘 카시오라고 나오는 것도 소린 그렇게 작지 않더라. 옆에 좀 물어보니까 일본산도 저소음, 무소음은 따로 분류가 있어서 비싸다나. 그래서 이건 넘어감.
- 스트랩은 가죽이라는데, 무슨 구두에 쓰는 소가죽인 지 큰 개 목줄같이 단단해서 오랜만에 차 보니 손목에 두드러기가 날 것 같은 이질감이 들었다. 제품사진과 달리 실물 가죽끈은 싸구려티가 팍팍 남. 국산 시계 가죽은 오래 묵어도 이렇지는 않으니까, 이건 그냥 재질이 싸구려라서 그런 것. 내게 필요한 것은 시계지 이 부속은 아니라, 가죽은 잘라내버리고 끈을 달아 회중시계(..)를 만들어버렸다.
이럴 때 3D프린터가 있으면 운동부용 스탑워치비슷하게 맞는 케이스를 성형할 텐데. 결국은 가지고 있던 다른 시계의 메탈줄을 달았다.
- 가죽스트랩이 대부분이지만 위에 적어 놨듯이 번쩍이고 단단해보이는 가죽의 실제 느낌은 그다지 기대하진 마라. 이른바 사진발은 잘 받지만, 국산시계의 비슷한 가죽과 비교해 실제 겉보기와 착용감은 영 아니다. 한편 DIY용 시계알은 따로 아주 싸게 파는 데가 있다.
- 군대 훈련소용이라면 액정도 괜찮다. 진짜 훈련소 입구에서 팔 것 같은 삼사천 원 짜리 젤리 전자시계도 오픈마켓에 있더라. 단, 어차피 저가형 수명이 길지 않지만, 기능많은 건 그만큼 전지를 더 먹을 테고 틈새가 많으면 고장나기 쉬우니까 수명도 짧겠지.
- 바늘돌아가는 시계는 제품사진만 보고 그다지 기대하지 마라. 진짜 허드렛용이다. 제조사 로고가 없거나 티나지 않는 게 좋고, 문자판이 산만하지 않은 게 좋다. 크로노라고 문자판 안에 또 작은 시계바늘이 있는 시계들이 있는데, 특히 중국산 저가형은 크로노가 동작하는 게 아니라 장식용으로 붙여놨거나 인쇄해놨으니 주의. 그런 상품은 작은 글씨로 설명을 해놓기는 하지만, 판매자의 센스에 달린 문제.
- 기본을 지키는 게 제작비도 절약될 테고 사용자도 물리지 않고 오래 쓸 텐데, 튀어야 경쟁에서 사는 지 어째 그런 걸 찾기가 쉽지 않다. 하긴 시계가 소모품, 기분전환용 악세사리가 된 지 꽤 됐지.
국내 시계산업에 대한 기사 하나 링크. 한독 태엽시계를 물려받아 차봤기 때문에 생각나는 게 있다.
한국경제 2016-03-28
강원도 29초영화제 시상식 현장중계
80년대엔 '세계 3대 강국'…수입품에 밀려 끝없는 추락
중년들만 아는 '3대 시계강국'의 추억
스위스·일본과 겨뤘던 한국…명품·중국 저가품에 치여
그리고 약 반 년 후.
전지가 다 됐다... -_-; 과도로 뒷뚜껑을 따보니 LR626 (AG4) 배터리가 하나 들어간다. 우편배송으로 배터리를 살 수도 있지만, 단추형 전지는 재고순환이 빠른 모양인, 컴퓨터 메인보드와 전자계산기에 들어가는 큰 놈 말고는 판매자를 믿기가 좀 그런 경우가 있어서(유통기한이 지난 것을 팔거나, 유통기한이 표시된 줄단위 판매라도 1-3개월 남은 걸 팔기도 한다. 원래 유통기한이 다 돼도 사용기한은 더 길지만 일단 기분상) , 주문하기가 뭐했다. 게다가 이 시계가 배터리 고장인지 무브먼트가 맛이 간 것은 지 알 도리가 없기 때문에 만약 헛수고라면 그것도 참 그렇다. 시계가 참 필요없지만 어쩌다 필요할 때는 있기 떄문에, 앞으로 허드렛용이라도 손목시계가 필요한 때가 오면 카시오나 로만손것을 찾아보아야 할 듯.
호기심이 동해 전지교체해봤다. 다행이 잘 돌아간다. :)
ps.
메탈시계줄 교체 방법. 자주 할 일이 없다 보니 매번 검색해 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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