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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고향(윤동주), 멋대로 읽기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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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고향(윤동주), 멋대로 읽기

백골백골하니까 백석이 쓴 줄 착각. 국어공부 안 한 지 오래되기는 했습니다. :)

 

또 다른 고향

(윤동주)

고향에 돌아온 날 밤에
내 백골이 따라와 한 방에 누웠다.

어둔 방은 우주로 통하고
하늘에선가 소리처럼 바람이 불어온다.

어둠 속에서 곱게 풍화작용하는
백골을 들여다 보며
눈물 짓는 것이 내가 우는 것이냐
백골이 우는 것이냐
아름다운 혼이 우는 것이냐

지조 높은 개는
밤을 새워 어둠을 짖는다.

어둠을 짖는 개는
나를 쫓는 것일 게다.

가자 가자
쫓기우는 사람처럼 가자.
백골 몰래
아름다운 또 다른 고향에 가자.

 

 

============

 

1연과 3연, 그리고 마지막 연이 무척 인상적이어서 한때 좋아했던 시입니다.

 

"

고향에 돌아온 날 밤에
내 백골이 따라와 한 방에 누웠다.

 

(......)


어둠 속에서 곱게 풍화작용하는
백골을 들여다 보며
눈물 짓는 것이 내가 우는 것이냐
백골이 우는 것이냐
아름다운 혼이 우는 것이냐"

 

(......)

 

가자 가자
쫓기우는 사람처럼 가자.
백골 몰래
아름다운 또 다른 고향에 가자.

"

 

이 부분이 무척 아름답죠.

남으로 창을 내겠소(김상용)에서, "왜 사냐건 웃지요" 만한.

 

나머지 내용은 그냥 개짓는 소리로 칩니다. ㅋㅋ

갑자기 내용이 비약해 우주로 날아가는 라이트노벨같은 느낌?

 

마지막 연은, 어.. 

작가가 백골에게 쫓기며 살고 있다는 건 알겠네요.

고향에 돌아왔더니 한 밤도 마음 편하게 자지 못했습니다. 백골이 따라와서.

그래서 화자는 개짖는 한밤에 야반도주를 하는거죠. 백골이 모르게.

또 어디 낯선 동네에 스며들어 거기를 고향삼아 살면 새출발이 될까 하고.

(하지만 어차피 백골이 또 따라와 1연의 상황이 반복될 것 같습니다)

 

이 백골은 작가가 평생 지고 간 마음의 짐이 있아면 그것일지도 모릅니다.

그것은 작가 자신의 부채감이나 회한이나 평생을 따라다니는 자책일 수도 있고,

작가의 어깨를 짓누르는 타인의 무거운 기대일지도 모릅니다. 어딜 가나 "윤동주"라는 이름값에 눌리는.

 

백골은 화자의 인생 시계며, 화자의 치부를 비추는 현실의 거울입니다.

그래서 3연에서 나와 백골은 구별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백 번 보면 백 번을 후회하고 못난 자신을 억지로 돌아보게 하는 백골이

화자는 갈수록 부담스런 겁니다.

 

 

여기까지,

제 멋대로 느낌을 적어보았습니다.

수능시험이나 공무원시험에 이런 식으로 해석하면 아마 점수 못 받을 테니까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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