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장보기 메모

화이트 설 이브다.
아침부터 함박눈이 바람타고 옆으로 오다가
해가 나오닌 가로수에서 떨어진 눈덩어리가 머리를 때렸다.
요 며칠, 올 겨울 분위기를 다 내는 날씨다.
땅이 질어서 다들 고생.


ㅡ 설 장볼 때는 마음을 조금 넉넉히 쓸 것.
평소 사는 것보다는 더 좋은 것으로 사야 다들 좋아한다. 집에서 준비하는 사람만큼이나 먼 데서 오는 손님도 몸도 돈도 힘들다. 온 보람이 있어야지.

눈맞아가며 장보고 들어와 생각해보니, 딸기를 좀 더 괜찮은 걸 살 걸 하는 생각이 들었다. 구입할 때 진열된 것을 볼 적에는 다른 것보다는 커서 그럴 듯했는데, 들어와서 정신차리고 다시 보니 후식으로 먹을 만은 하겠지만 제수용은 아닌 딸기다. 아 그 플라스틱 쟁반에 담긴 걸 샀어야..


ㅡ 장볼 때는 쉬엄쉬엄 볼 것.
그래야 불필요한 걸 안 사고, 사야 할 것을 잊어버리지 않고 챙긴다. 특히 이렇게 추운 날은 머리도 수축하는지 생각도 수축하기 쉽다.


ㅡ 이런 날씨에는 앉는 게 힘들겠지만, 시장 구석이나 주변에 앉아 한숨돌릴 벤치나 그 비슷한 조형물이라도 있으면 좋을텐데. 하지만 거리의 벤치는, 오래 전에 유행했다가, 치안과 환경미화때문에 없앴다가, 자전거길만들면서 자리도 없어지지 않았나? 하여튼 아쉽네.

구입한 물건을 정리하거나, 군것질하거나, 생각을 정리하면서 다음에 뭘 살 지 정할텐데.. 그러고 보니 큰 상설시장에도 그런 자리는 잘 안 보인다. 지하상가나 젊은 분위기를 낸 거리에는 간혹 있지만.


ㅡ 채소가 비싸다.
시금치 한 단 4천원은 그나마 예년같고, 잘 보면 그보다 싸게도 판다.
제주무 중간짜리 4천원.. 3천원받으면 싼 것이었다. 가끔 더 싼 것도 보였지만 그건 보통때라면 정품으로 안 쳐주는 꼬마 무.
1주일 전만 해도 3천원하던 무가 4천원이 됐고, 잎채소값도 일단 올려놓고 특정일 할인하는 느낌.

부추와 쪽파가 많이 올랐다. 거기다 온단 한 묶음이 공판장 그 단의 몇 분의 1이다. 그걸 다시 몇 분의 1로 소분하고 손질해 3~5천원받고 파는 것이다. 물가도 올랐고 대목이라는 것이겠지.^[각주:1]
오른 건 오른 것인데 적어도 전 한 판은 부칠 수 있는 양으로 판매단위를 잡아주었으면.
고구마는 대목치고는 안 올랐더라.
고사리 도라지는 중국산이란 대체재가 있다 보니 언제나 그값. 콩나물, 숙주나물도 그값. 이쪽은 가공식품하고 다를 게 없다.

ㅡ 수박 1통에 3~4만원.. 구경만 했다. 싸게 파는 바나나를 겟.


ㅡ 동네마트 한 곳에 진열된 걸 봤는데, 다른 마트보다 사과 배 선물세트가 실해보였다. 5kg박스에 4만원 이하부터^[각주:2] 남줄 만해보였고, 5만원짜리는 제대로 된 선물세트였다. 7만원짜리는 이거 수라상용이냐싶은^[각주:3] 좋은 과일.

선물세트 과일은 잘못 사면 선물하고도 돈값을 못한다. 그래서 잘 보고 사야 하는데, 박스는 같은 걸 써도 내용물이 다른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6만원짜리 사과라고 하고 박스도 좋은데 속은 3만원이하짜리가 과수만 마추어 듬성듬성 들어있기도 하다.


ㅡ 이마트 배 3kg 작은 박스에 1.7만원이던가? 제수용 배는 그게 가성비 위너인 듯.  올해도 전단에 있는 걸 봤다.
(정말 작은 배 3~4개 넣고 8~9천원 붙여놨거나, 1개짜리 제수용 배도 예년이라면 제수용보다 작은 것을 같은 값을 받는 게 올해)


ㅡ 올해도 수입쇠고기를 썼다. 싸니까.
1.5~2배 가격, 그러니까 100그램에 4500~5500원짜리 한우 산적거리가 고기 모양이 좋아보였다. 사실 이것도 싼 것이고 아마 육우겠지. 한우라면 100그램에 1만원 내외인 것도 많다.

1. 그리고, 신선상품은 원래 시세라지만 동네마트가 아닌 큰 마트들이 세일 중간에 값을 올리는 걸 올해 처음 봤다. 심지어 세일기간이 남았는데 품절이라니! 물건을 많이 안 들여놓는 듯. [본문으로]
2. 올해는 3만원 아래는 선물세트가 없었다. [본문으로]
3. 하지만 1/4도 못 먹고 남길 큰 크기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