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PC Geek's

과일을 박스로 사서 상온보관하면 창고지기가 돼야 하죠 :) 본문


농업, 원예

과일을 박스로 사서 상온보관하면 창고지기가 돼야 하죠 :)

 more

허생전

허생전의 첫 에피소드가
서울 변씨 부자에게 빌린
10만 냥으로 안성에서 가을 과일을 매점매석한 이야기일 겁니다. (제가 읽은 동화책은 그랬습니다)

그때 허생의 몸종이 때때로 창고를 드나들면서 상한 과일을 솎아냈죠.

요즘 감과 사과, 귤, 배를 사도 그래요.


허생의 몸종처럼 과일 솎아내 먹기

감

특히 홍시.. 5kg짜리 고이 포장된 대봉시 연시는 뱔리 익는 것만 주의하면 별로 신경쓸 일이 없지만
10kg 참외박스에 담아 보내는 떪은감은 언제 뭐가 먼저 홍시가 될지 모릅니다.

박스를 받은 다음 다 꺼내서 제닐 먼저 익을 것은 쟁반에 담고 나중에 익힐 것은 다시 정리해 넣는데,

제일 안 익을 것 같아서 박스에 다시 넣으며 밑에 깔았는데, 어느새 먼저 홍시가 돼있기도 합니다.

(감 익힐 때 주의점. 특히 농약을 안 친 감은 벌레가 먹거나 상처있는 감이 많습니다. 그런 감은 잘 익고 잘 썩는데, 특히 감은 운송 중에 껍질에 상처입지 말라고 뒤집어 담는데, 홍시가 되면 꼭지와 껍질 사이로 즙이 흘러버립니다. 깨졌거나 벌레구멍이 있으면 그리로도 흐르고.. 그러면 곰팡이가 슬고 초파리가 꼬이죠.
따라서 감도 받으면 다 꺼내서 확인하고. 바로 담는 게 좋더군요.

그리고 전문으로 농사짓는 분들이 아니라 동네에 집집마다 크는 감은, 특히 어르신들이 나이들어 힘이 달려 방치해 제멋대로 높이 자라며 농약도 안 친 감나무에 열린 감은, 상품성이 떨어지기 쉽습니다. 그리고 더 딴딴할 때 딸 수밖에 없죠. 농약안쳐 친환경인데 소비자는 못생겼다고 흠과라고 안 사먹는 아이러니.

그런 감은 농협 공판장에서 등급이 안 나오고, 값을 잘 쳐주는 상품 등급이 안 나오면 인건비는 커녕 박스비, 택배비, 기름값빼면 안 남아서 수확을 안 해서 나무에 달린 채로 까치밥이 되고 떨어지면 길짐승먹이가 되다 자연으로 돌아갑니다.
)

그래서 청도반시나 둥시 10kg을 파는 판매자들은, 제가 직접 나무에서 따온 감과는 달리, 정품이든 비품이든 딴딴한 떫은감을 배송합니다. 그래야 감이 터졌자는 구매자의 불평이 적으니까요.

단감의 경우도 그래요. 값싼 랜덤과는 유통상인들이 멍든 감이나 된서리 피해를 입은 감을 넣기도 하지만 지금 시기 농장에서 보내는 감은 멍이 좀 들었다면 맛은 괜찮은 단감일 확률이 높을 겁니다. 그만큼 익은 감이니까.

귤

귤은 잘 깨지고 찢어지기 때문에 아예, 받으면 박스뒤집어 먼저 먹을 귤을 골라내고 남은 과일은 즙이 묻었으면 씻어 닦아서 곰창이가 안 슬게 하는 세 기본이죠.

사과

사과도 홍로는 맛있을수록 쉽게 멍들고, 부사가 본격 출하되기 전에 나오는 다양한 사과도 배송 중에 비교적 쉽게 멍드는 느낌입니다. 대신 이런 늦여름사과부터 가을 사과들이, 가성비 가정용 작은 사과나 흠과나 랜덤과를 사도 맛은 덜 실패한다는 게 제 경험칙입니다. 겨울 저장하는 사과의 대표격인 부사는 정품대비 등급이 낮은 또는 등외품인 사과의 맛이 떨어지는 그 격차가 너무 크죠.

사과나 배는 상온보관해도 된다고 아는 사람이 많지만, 잘 물러지고 잘 마릅니다. 야채칸 정도 조건의 냉장실이 더 좋습니다. 신문지에 한 겹 싸거나 개별포장 완충재채로 비닐봉지에 싸서 주둥이를 묶은 다음 냉장실에 보관. 한 봉지에 비싼 과일은 1개씩, 싼 과일은 몇 개씩. 몇 달은 갑니다.[각주:1]

주산지

올 가을에 저희 집에서는 그런 1만원대 부담없는 사과를 벌써 3박스 사먹었는데, 경북 내륙의 산지 판매자가 보내준 건 사과가 정말 좋았고 품종도 설명대로였어요. 하지만 주문할 땐 몰랐는데 알고보니 반품지가 전남 해안지방인 유통상이 보내준 사과 하나는 맛은 괜찮은데 품종이 다르고 크기가 잘았고 나머지 하나는 너무 잘고 맛도 그걸 보완할 정도는 아니어서, 역시 출하기에는 주산지 농장에서 파는 걸 확인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것은 가을 배는 전남 나주 인근에서 보내주는 걸 사야 가성비 좋은 배가 걸릴 확률이 높다는 것과 같은 이야기죠. 홍시도 청도 주변 몇십km면 청도반시일 확률이 높고 충청도 전라도면 그냥 둥시일 가능성이 크고. 대봉시는 역시 전북전남 경계쯤이.. 단감은 경남 남부지방이 진짜배기. 그리고 겨울 귤은 제주 직송이 제일 구매성공확률이 높다는 소문과도 같은 말이고.


어쨌든 요즘,
그런 가정용 과일에
사골친척집가서 따온 과일이 있어
허생의 하인노릇을 하며 묘한 걸 먼저 먹고 있습니다.


다시 허생전

허생전으로 돌아가서, 허생은
과일을 한겨울들어 아주 비싸게 팔아치웠죠. 10배값이던가?
그때 허생은, 쌀을 이랬으면 더 벌지 않았겠냐는 사람에게,
과일은 양반이 제사에 쓰려고 사지만
쌀은 백성 모두의 목숨이 달린 것이다
그러니 과일만 사재기했다고 말합니다.

뭐, 집집마다 감나무 사과나무 살구나무같은 과일나무를 많으면 몇 그루를 심었을 시대니, 차례를 형편대로 지내는 집은 안성에 모였다 한양으로 가는 좋은 과일이 10배로 비싸지면 그걸 굳이 안 사도 됐겠죠.

그리고 여담. 큰 이익을 남겼지만 허생은 "10만 냥으로 나라를 흔들었으니 조선이 작기는 작구나"하며 탄식했다는 후문.



  1. 하지만 냉장고가 먹는 전기료가, 가정의 전기소비사정에 따라, 월 5천원~1만원 정도는 할 것이므로, 냉장고에 많이 보관하는 습관, 냉장고를 추가하려는 생각은 득실을 저울질해봐야. [본문으로]
이 글과 같은 분류글목록으로 / 최신글목록 이동
Comments

Viewed Posts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