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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해프닝이 된 영국발 "집단 면역" 이야기 본문
유럽 사회가 페스트와 천연두 집단 면역을 얻을 때까지 얼마나 걸렸죠?
물론 유행할 때마다 사람들은 죽어갔지만, 초기의 대유행보다 후기의 유행에서 사망률이 낮아진 데는 영양상태와 개인위생상태 개선도 있었겠지만, 집단면역도 확실히 한몫 했겠죠. (그리고 한편 그 집단면역이 없는 신대륙 원주민은 쓸려나갔고)
그런데 그런 방식을 코로나19에 대고 하겠다는 소리가 영국에서 나온 건 참, '영국스럽다', '다윈상'이란 말이 생각납니다. 1 2
현대에서 집단면역을 얻겠다면 그건 단연 백신을 통한 것입니다. 아직까지 알려진 바, 코로나19용 백신만들기는 불가능한 과제가 아닙니다. 그래서, 감염자를 최대한 격리하고 치료해 초기 유행을 억제하며 백신을 개발할 시간을 벌고, 그 백신을 인구 대다수에 접종해 집단면역을 얻는 것, 이것이 "희생양을 바치는 번제"보다 현명한 생각이지 않을까요. 3
관련 기사가 몇 가지 있는데, 링크해둡니다.
영국정부도 우리정부도 집단면역이란 소릴 안 하게 된 데는 지금까지 계산된 이환자 대비 사망자 비율을 전국민에게 적용하면 최소한 광역시급 하나 인구가 죽는단 결론이 나오기 때문이었습니다. 4
英당국자 "코로나에 국민 60% 감염돼 집단면역 만들어지길 원해" - 2020.3.17 조선일보
3.13. BBC출연 당국자 "코로나 완벽 봉쇄 어려워", "정부는 국민의 60%가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돼 집단면역이 만들어지길 원한다"
언론 "수십만명 죽게하는 도박"
영국 정부의 코로나19 대응 우려, 과학계 공개서한과 11만 건의 탄원서
케미칼뉴스 2020.03.15
수학·과학 분야 198명 서명, "사회적 거리두는 긴급대책 호소"
행동과학자 168명 서명 , "너무 빠른 예방조치가 부정적 영향 준다는 '행동 피로' 개념 우려 "
"행동 피로가 정부의 개입을 늦추는 핵심요소라면 그 증거기반을 공유하라." 촉구
'26만 죽는다' 가설에 화들짝…영국 코로나 대응전략 180도 급변
연합뉴스 2020-03-17
- 영국 일간 가디언은 16일(현지시간) '새 데이터, 새 정책: 왜 영국의 전략이 바뀌었나'는 제목의 기사에서 런던 임페리얼칼리지와 런던위생열대의학대학 소속 감염병 예측모델 연구진이 내놓은 보고서 소개
- 여기에는 코로나19로 입원한 환자 가운데 30%가 중환자실로 실려 가고 장기적으로 26만 명이 사망에 이를 수 있다는 충격적 데이터
- 5가지 국민행동지침(시나리오 1)
1. 유증상시 7일 자택격리
2. 가능한 한 가족까지 14일간 자택 격리
3. 2020년 3분기까지 사회적 거리두기
4. 70세 이상 고령자는 사회적 거리두기에 더욱 유의.
5. 교육기관 폐쇄
영국정부는 3월 16일까지는 시나리오2
“60% 감염 통한 집단면역” 영국 일주일 뒤 ‘…’ - 한겨레 2020-03-19
“바이러스 확산 불가피” 집단면역 급선회
일주일 만에 ‘무기 휴교령’ 사망자 급증
최초의 백신, 역학 출발점 보건선진국 빛바래
스웨덴도 집단면역을 옹호하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영국과 마찬가지로 장점을 열거하고, 리스크를 걱정하는 이야기도 기사에 언급됩니다.
백신이나 치료제가 빨리 양산되지 않을 것이란 전제하에 하는 이야기같은데,
"한국식 차단 관리, 유행 못 피해"…스웨덴, 집단면역 '실험' - 연합뉴스 2020.03.30.
안데르스 텡넬(스웨덴 국립보건원 소속 감염병 학자) :
(한국과 다른 나라의 바이러스 억제 대책이나 '봉쇄 정책'에 대해) "얼마나 이런 정책을 계속할 수 있을지 생각하는 것도 중요하다"
"우리 모두 이 사태가 수개월간 지속하리라는 것을 안다. 그렇다고 학교를 몇 달씩 닫을 수는 없지 않느냐"
"이 병이 그냥 없어지지 않을 것이기에 우리는 그저 유행이 서서히 진행되게 노력할 뿐"
"우리가 지금 하는 것은 오랜 기간 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사회의 많은 부분이 느려지겠지만 성공시킬 수 있다"
"한국처럼 간신히 노력해 바이러스를 없애는 데 성공하더라도, 한국 (당국)조차도 유행이 다시 돌아올 것이라고 예상한다고 얘기한다"
"질병의 확산 압박이 가중될 수 있고, 이에 따라 (막았던) 문을 여는 순간 더 심각한 결과가 벌어질 수 있기 때문에 유행을 (애써서) 중단시키는 것은 되레 부정적일지도 모른다"
장점으로는 "잘만 되면 장기전에 가장 적합한 대응"이라는 점. 단점으로는 영국에서 염려한 경우처럼, 만약 계산에 실수가 있을 경우 또는 예상을 벗어난 진전이 있을 경우, 출렁임이 안정되어 소수의 희생자만을 요구하기 전까지 버틸 동안 나올지 모를 대량희생자 리스크.
기사에서는 스웨덴정부의 이런 이야기가, 스웨덴사회의 특징때문에 어쩔 수 없이 취한 면도 있다고 합니다.
완전히 파편화된 가정, 아이를 맡길 곳 없는 가정...
그래서, 주간보육기관 역할을 하는 학교가 문닫으면 양육부담이 있는 어른이 직장에 못나가고
그 결과 특히 스웨덴 의료인력이 상당수 쓸 수 없게 된다는 것.
그리고 우리와 다른 한 가지. 스웨덴은 인구밀도가 매우 낮습니다. 우리의 1/20도 안 됨. 스웨덴 수도인 스톡홀름의 면적은 서울시의 1/3도 안 되는데, 인구는 1/10정도로 인구밀도는 서울의 1/4 남짓.
코로나 걸리고 말자는 스웨덴, 미친 짓일까 [노경목의 미래노트] - 한국경제 2020.03.31
"백신 개발 어렵다" 집단면역 형성이 목표
한국 전문가 일각에서도 주장
타당성 여부 떠나 일반에 수용되기 어려워
우리나라에서도 이야기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중앙임상위가 2020.3.23 그런 견해(“인구 60%가 면역을 가졌을 때 코로나19 확산을 멈출 수 있다”(오명돈 위원장·서울대 교수), “기저질환이 없는 30대 이하 젊은이들은 치명률이 낮다. 일단 (이들에게) 집단 면역이 형성되면 고령자 등이 안전해질 수 있다”(신형식 국립중앙의료원 교수))를 밝힌 것은 확진자를 찾아내 격리시키는 데 총력을 투입하는 현 방식으로는 궁극적인 사태 종식은 요원하며, 집단 면역 생성은 더 늦어질 수밖에 없는 의학적인 딜레마를 설명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일상과 방역의 균형에 대한 질문을 던진 셈이다. 하지만 백신이 없는 상태에서의 집단 면역론은 자칫 ‘더 많은 사람을 빨리 감염시켜야 사태가 종식된다’는 위험한 논리로 해석될 수 있다. - 동아일보 2020.3.25
보건당국, 60% 집단면역 이론 일축 "35만명 숨지게 된다" [중앙일보] 2020.03.24
임상위 “인구 60% 면역 가져야 코로나 종식”
“집단면역은 희생치러야 하는 이론적 개념"
옆에서 이야기를 했다가 시끄러워지니까 바로, 공식 채널로 단속했습니다.
한편 연구자 관점에서는 이것은 흥미로운 주제인지, 이런 이야기가 바로 나왔죠.
옥스포드대 "영국 인구 절반 이미 코로나19 감염됐을 수도···0.1%만 치료 필요" - 경향신문 2020.03.25
만약 영국민 절반 이상이 감염됐는데 사망자를 통제할 수 있다면, 그럼 집단면역은 의도치 않게 이미 진행 중이란 이야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임상위나 다른 데서 언급된 이 병 특성, "병에 걸리는 사람은 나이차별이 없는데, 심각하게 앓다가 죽는 사람은 보통 나이와 비례한다"는 얘기는 일찍부터 보도되었습니다. 젊은이는 확진자가 되는 비율은 별 차이없어보이지만 증상이 없거나 약하게 앓는 경우가 많다고. 중앙임상위의 저 발언도 그 이야기였을 겁니다. 문제는 병 자체도 아직 연구가 덜 됐기도 하거니와, 설사 진실이라 해도 당사자는 증상이 없거나 약하게 앓을 지 몰라도 다른 사람에게 전염시키며 돌아다닌다는 거죠. (그게 집단면역의 바탕이기도 하고. 걸린 사람이 죄다 앓다 죽으면 집단면역이 아니죠)
하여튼 그 뉴스가 몇 달 퍼지니까, 그 다음에 한국, 일본, 미국, 남미, 호주, 유럽에선 특히 젊은이들이 각국 정부의 거리두기 캠페인을 정면으로 거슬렀죠. 클럽에서, 공원에서, 콘서트에서, 해변에서 "코로나 파티!"
그래서 WHO까지 나서서 "당신들은 불사신이 아니다"면서, 통계를 재해석하고 공동체의 타인을 배려해달라고 요청하고 나섰고, 심지어 "차라리 집에서 게임을 하시오" 하기도 했습니다. 게임중독을 질병코드에 넣은 분들이
또, 영국정부가 집단면역을 말하게 된 현실적인 이유, 의료인력 등 인프라가 오랫동안 감당할 수 있느냐하는 피로, 과부하 문제는 우리에게도 남일이 아닐 것입니다. 우리 정부의 '사장님'(대통령)과 '영업사원'(외교부)들은 보건복지와 질병관리본부의 '부장님'들이 잘 돼 간다니까 이제 다 끝난 줄 알았는지, "이제는 한국이 전세계에 모범을 보이겠다, 봉사하겠다. 입국을 막지 않을테니 들어와라"며 무리한 이야기를 합니다.
물어보죠. 지금 상황이 비상상황 맞죠? 그래서 현장에서, 우리나라 의료인프라가 전체적으로 무리하고 있는 거 맞죠? 노동시간과 근무환경은 의료인력은 예외로 치는 게 당연한가요? (지금 의사, 간호사, 간호조무사, 간병인, 요양보호사들.. 폐쇄팻말만 안 붙었지 면회금지 출입제한에 교대나 대체파견이 되지 않아 잠기다시피 한 병원에 묶여서 근무하는 사람들 많습니다) 거리두기와 사업장 폐쇄, 콘서트와 예배 등 집회 금지, 부정기시장 폐쇄 등 국민생활에 가하는 제약은 여전히 시행 중입니다. 그런데 더 필요한 곳이 있을 예산을 허례허식을 위해 하지 않아도 되는 지출에 쓰고, 의료인력들에게 열정페이만이 아니라 열정에 목숨까지 정부기관이 강요해서는 안됩니다. 그것도 공동체 구성원의 치료를 위해 어쩔 수 없는 요구가 아니라면 말입니다.
해외여행 자제령에도…중국인 매일 1만2000명 한국 입국 - 한국경제 2020.01.30
우한폐렴 알려진 2019.12.30~2020.1.30. 사이 51만6000명 방한(법무부 통계)
법무부 통계, 1월 외국인 입국자 중 中비중 41%로 전년보다 늘어
中유학생 귀국으로 2월들어 또 늘어날 듯
의료 인프라 과부하 경종 울린 17세 소년의 안타까운 죽음 - 2020.3.21 동아일보
경산중앙병원은 호흡기 질환과 그 밖의 환자의 동선을 분리한 국민안심병원으로 지정되고도 이 소년의 진료에 소극적이었다. 원내 감염 발생 시 병원 폐쇄까지 감수해야 하는 병원들이 의심 환자 진료를 기피하고 그 틈에 사각지대가 발생한 것이다. 이처럼 응급환자들이 의료 인프라서 소외되는 현상을 막기 위해 정부는 11일 중증응급진료센터를 지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 참여 병원을 늘려 신속하게 의료 인프라를 정비하려면 시설 폐쇄나 의료인력 격리 등 병원이 감수해야 할 비용과 리스크를 줄여줘야 한다.
정부의 초기 방역실패, 의료진과 공무원들의 희생으로 간신히 버텨...이제라도 입국 금지 시행하라
[칼럼] 김재연 전라북도의사회 정책이사 대한산부인과의사회 법제이사 - 메디게이트뉴스 20.03.29
그래서 정부가 꺼냈다는 대책이, 입국자 전원 2주 격리라는 것입니다. 문제는 이것도 현장에서 요구하는 것과는 거리가 먼, 실질이 아닌 정치적인 입장에서 낸 것 같은 느낌입니다.
"출발지·국적 안따진다"…4월부터 모든 입국자 2주간 의무 격리 - 연합뉴스 2020.03.29.
국익·공익 목적 입국 아니면 자가격리 원칙…단기 체류자도 격리
격리 비용은 본인 부담…진단검사 범위도 확대
- 지금은 유럽과 미국에서 들어오는 입국자만 자가격리를 의무화하고 있지만, 이를 모든 국가에서 입국하는 사람으로 적용대상 확대
- 자가격리를 위한 거주지가 없거나 마땅치 않은 경우에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준비한 격리시설을 이용. 이 경우 내·외국인 모두 이용 비용(하루 10만원 내외 예상)을 징수할 계획
- 공항 검역과정에서 발견되는 유증상자와 유럽발 외국인 입국자는 지금처럼 검역 과정에서 진단검사를 실시하고, 음성을 확인한 후 자가격리 단계
- 자가격리자는 격리 기간에 증상이 나타날 경우 관할 보건소에서 검사
- 최근 14일 이내에 입국한 사람에게도 각 지자체에서 안내해 입국일로부터 14일간 자가격리를 권고하고, 증상이 나타나면 보건소에서 진단검사를 받도록 할 계획
- 우리 정부가 실책을 여럿 저질렀고 지금도 저지르고 있어서 이래 저래 욕먹으며 한편 자화자찬 홍보에 열중하는, "무능하면서 부지런한 OO"의 사례처럼 지적되기도 하지만, 그래도 영국정부보다는 나아서 다행입니다. [본문으로]
- 결국 철회했지만 만약 영국정부가 그걸 밀고 나갔으면 전세계는 의도하지 않은 엄청난 임상실험을 목도했겠지요. (의학을 포함해 과학발전에 도움은 되겠습니다만) [본문으로]
- 매스 이펙트였던가요 헤일로였던가요. 게임이 생각납니다. [본문으로]
- 걸렸다가 치료받은 사람들이 가질 지 모를 후유증과 장애 연구는 논외로 쳐도 그렇단 말.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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