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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습(관행)의 기원을 잊어버린 경우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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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습(관행)의 기원을 잊어버린 경우

전에 짧게 적었을 이야기인데, 추석이 다가오니 생각나서 다시 정리.

제사 후 음복은, 우리 집안에서는, 원래 제삿상에 올라온 음식을 나누어 퇴주한 제삿술과 함께 맛보는 것이었다. 그렇게 얼마간 시간을 보낸 다음에 밥을 나누었는데, 이것은 주로 나물을 얹은 밥대접과 작은 탕그릇이었다. 이미 음식을 먹은 만큼 밥양은 적었다. 여기에 입맛따라 간장을 치고, 음복하던 고기나 전같은 다른 음식을 얹든 곁들이든 마음대로.

내가 나기 전에는 아마, "밥을 먹어 마무리해야 '밥을 먹은 것'이 된다"는 생각이 배경에 있었겠지. 그리고 옛날에는 음복하고 일어서면 친척이라면 약간씩 나눠주는 음식을 싸들고 또 먼 길을 걸어가야 했을 테니까, 배는 든든하게 채우는 것이 맞았을 것이다.


그러다 술을 하는 사람이 점점 줄었다. 오랜만에 만난 반가운 사이에 술은 자칫 불미스런 고성을 부를 수 있기도 해 꺼리기도 했다. 실제 그런 적은 별로 기억에 없지만, 주사를 보는 걸 질색하기도 하셨다. 그래서 술이 있던 자리는 점점 탄산음료나 물이 차지했다.

어쨌든 그걸 염려한 것이 일할은 되겠다. 꼽아보면 주된 이유는 건강때문에 금주하는 사람, 운전해야 해서 금주하는 사람, 아예 술을 안 마시는 사람(, 그리고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청주 종류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늘어난 데 있다.

그 결과 음복은 먼저 음식과 음료수를 들고, 그 다음에 밥을 나누고 후식을 먹는 식이 되었다.

그리고 세월이 흐르고 나중에, 처음 참석한 손님이 물었다. 밥을 처음에 내
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다들 바로 생각해내지 못해 어리둥절해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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