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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와 SNS에서 마음에 드는 글을 퍼나르는 '바이오'봇의 미래는?/ 로봇과 사람이 경쟁? 본문

모바일, 통신/SNS - 문화, 매체

커뮤니티와 SNS에서 마음에 드는 글을 퍼나르는 '바이오'봇의 미래는?/ 로봇과 사람이 경쟁?

1.

SNS는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톡 정도가 과점한 상태니까 그걸 얘기. 그리고 꽤 알려진 커뮤니티 사이트들, rul~, cli~, par~ 도 마찬가지고, dci~, mlb~, bob~도 그 곳 출처라고 올라온 글을 보면 그다지 다르지 않다. 개인 경험에 바탕한 이야기는 읽을 게 많다. 하지만, 다른 곳 출처거나 스스로 아 이거 좋아요하고 퍼온 것은 그냥 인터넷 지라시와 다를 게 없다. 사실상 모든 "가십", "자유" 게시판 글이 그렇지만. (이 블로그에 내가 퍼와서 토다는 이야기도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공부는 배우는 것이지만, SNS와 커뮤니티 게시판글을 통한 배움은, 내 생각에 대부분 스스로의 기호를 강화시키는 쪽으로만 동작한다. 읽고 쓰는 데 들이는 시간에 비해 새로운 정보가 추가되는 경우는 상당히 적다. "아, 여기 사람들은 이렇게들 생각하는구나"하는 분위기를 캐치하는 데는 좋지만, 건설적인 브레인스토밍이나 토론이 되는 경우는 귀하고, 대개는 이야기가 돌고 돌아 공회전하며 발제자의 의도에 따라 혹은 의도에 반해 그 집단의 동류의식을 강화시키고 세상을 오판하게 만드는 경우가 흔하다. 그 결과는 소위 갈라파고스화, 그리고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거리가 멀어지는 것.


2.

그리고, 이슈는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수용하고 재생산해 복제 전파하는 주체는 개인이라고 봐야겠지만 그 양상 자체는 그 말 많은 정부기관의 여론조작, 또는 보도자료 배포[각주:1]와 비슷한 모양새가 되는 것처럼 느낄 때도 있다.[각주:2] 


그래서, 전에 모 매체에서 특정 이슈가 터졌을 때 인터넷의 악명놓은 모 사이트 출처 리트윗 분석을 한 것을 가지고 조작을 말했을 때, 나도 거기에 동의했지만, 아마 그 반대쪽 키워드를 가지고 해봐도 크게 다르지 않은 - 색칠해보면 구별될 만큼 다르긴 하겠지만(그리고 달라야 하지만) 흥미롭게 비슷한 면도 있는 - 양상이 나오는 게 아닌가 궁금해한 적이 있다. 왜냐 하면, 일당을 받았든 말았든 간에 SNS를 좀 한다는 요즘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자발적으로 리트윗하고 링크와 해시태그와 말을 퍼뜨리는 봇이 되고 있으니까. 바이오봇 = 사람.


나를 포함해서, 사람들 열이면 아홉이 하는 말 십중 팔구는 대개 들은 말을 되풀이하는 선에서 더 나아가지 않는다.[각주:3] 그리고 사람들이 자기 마음에 드는 말을 퍼뜨리는 거야,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발없는 말이 천 리를 간다"는 속담이 언제 나왔겠나. 사람만도 아니어서, 개는 물론이고 개미와 바퀴벌레조차 집단에 복귀하면 먹이를 나누며 정보를 나눈다. 모든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가지고 SNS를 하는 조건과 140자 트위터가 그걸 엄청나게 가속한 결과가 지금이다.


3.

이것은 과거부터 미래까지 이어지는 즐거운 놀이일 수 있고, 바뀔 필요가 없는 의사소통이라 해도 될 것이다. 단지 내 입에서 당신의 귀로 바로 가는 게 아니라, 소프트웨어와 기록장치를 거칠 뿐이다. 

하지만 조금 더 다르게 생각하면, 그러니까 넘어져도 그냥은 안 일어나는 구두쇠 마인드로 좀 더 생각하면, 혹시 사람들이 더 생산적인 방향으로 이 재능을 사용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얘기를 해본다. 뭐, "SNS는 인생의 낭비"라는 퍼거슨경말을 하려는 건 아니고, 공부하란 얘기를 여기서 던지자는 것도 아니다. 

리캡차(reCAPTCHA)[각주:4]처럼, 연구과제를 게임화시킨 다른 사례들처럼, 사람들이 여기 쏟아붓는 에너지를 그대로 그렇게 하도록 하면서 제삼자에게뿐만이 아니라 그렇게 에너지를 쏟은 사람에게도 생산적인 결과물로 만들 방법이 있을까? 그리고 이왕 사람 사이의 유행이자 습관이 된 이런 걸, 로봇이 따라가지 못하는 사람만의 무언가로 포장하고 가치를 부여할 수 있을까? 


4.

점점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로봇이 사람이 할 일을 모방하고 사람의 일자리를 빼앗고 있다. 보고서와 기사를 쓰고 비서 역할을 하는 봇은 이미 실용화되어 사람들 대체했거나, 이제 그러려 한다. 이삼 십 년 전 다국적 컨설팅 회사에서는 파트너가 보고서 드래프트를 비서에게 구술하거나 초고를 넘기고 퇴근했다면, 이제는 인공지능이 구술받아 정서하는 시대가 코앞이다. 그 다음 차례는, 증기기관시대까지 부자들이 데리고 살던 하인, 하녀, 집사, 비서가 평범한 현대인 한 사람마다 붙는 것이다. 스마트폰 안에 호문쿨루스처럼 도사리고 말만 주고 받는 것이 아니라, 물리적인 몸을 가지고 장애인과 노인과 임산부와 돌봄이 필요한 어린 아이와 칠칠치 못한 성인을 뒷바라지하는 로봇. 그리고 몸을 얻기 전에, 개인의 스마트폰과 컴퓨터 안에는 그것이 구현될 것이고, 그걸 시도하는 단계가 요즘.


생산이야 말할 것 없어서, 하니마니 했지만 애플의 중국하청 공장들은 이미 로봇을 많이 사용한다. 반 이상 로봇화될 때가 그 공장들의 반이 미국으로 이전할 때겠지. 중국은 뒤떨어진 로봇산업을 따라잡기 위해 독일 첨단기업을 인수하기도 했다. 이대로 방치하면, 나중에 한국의 저임금노동자는 미국 일본 한국의 로봇 뿐 아니라 중국 로봇과 경쟁해야 할 지도 모른다. 


그래서 요즘 선진국에서도 말이 많은 게 로봇세금, 기본임금, 노동해방 또는 모든 노동자[각주:5]가 로봇을 관리할 수 있도록 재교육하는 것. 그래서 코딩교육이네 컴퓨터교육의 부활이네 한다. 방향은 모색 중인 것 같지만. 마치 반 세기 전과 달리 요즘은 운전면허증이 현대생활의 기본처럼 되어서 누구도 운전면허증을 따야 하는 현실에 사회적 반대를 하지 않는 것처럼.


5.

자, 이런 시대에, 뭘 해도 생산성면에서 로봇보다 나을 게 없을, 그리고 로봇과 경쟁하기를 포기하거나 거부한 "평범한 사람들"은 뭘 해야 하지? 예술도 리트윗도 블로깅도 사람은 할 줄 알지만 로봇은 더 잘 흉내낸다.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은 자기 생각에 그렇지, 적당히 잘 흉내내는 로봇의 작업물은 다른 사람이 보기에 남이 한 일과 구별해 차별하기 쉽지 않다. 그리고 그렇게 될 것이다. 교과서에도 나오던 유명한 수필[각주:6]에서, 노인이 깎은 방망이[각주:7]의 가치를 아내는 알아도 화자인 "나"는 구별하지 못한 것처럼, 아내가 말해 주기 전까지는 노인이 받은 비싼 값과 노인이 소비한 긴 작업시간에 뾰루퉁해 있었던 것처럼 말이다.


지금은 로봇이 초보 단계지만, 로봇이 사람이 하는 일, 특히 몸을 움직이는 일을 대신하는 건 시간문제일 뿐이다. 그 언젠가 단지 유기물을 먹고 싸고 하느님이 조물주라는 이유말고는 내세울 게 없다면 슬프지 않은가. 과학 기술과 산업이 발달한 결과 평범한 사람들이 존재 의미를 잃고 버림받으면 슬프지 않은가. 미래가 내 생각보다는 밝은 세상이기를 바라고, 그 때 사람들이 사람을 무엇으로 정의할 지 궁금하다.



ps. 쓰다 보니 시작과 끝이 딴소리인, 횡설수설이 되었다. 일단 놔둔다.


  1. 옛날에는 정부가 보도자료를 배포하면 주요 매체가 의무적으로 보도했던 모양이지만, (우리 나란 처음부터 자본주의였으니까) 요즘은 민주화돼선지 매체가 너무 많아선지, 사안에 따라서 정부의 보도자료를 매체가 보도하면 수수료를 받기도 하는 모양이다. 이건 불법이 아니다. 원래는 공익을 위해 신속하게 널리 알려야 하는 보도라는 목적이 있는 모양이지만. 예를 들어, 국민 생활에 큰 영향을 주는 세제, 법규의 개정, 중요한 정책 변경, 시행이나 폐지가 임박한 대국민 서비스 안내같은 것이다. [본문으로]
  2. 마치, 모 애니TV판에 등장하는 이야기 비슷하게 [본문으로]
  3. 좀 다른 얘기긴 한데, 논문 10개를 읽고 나서 자기 아이디어 한 개를 더 할 수 있으면 대단한 거다. [본문으로]
  4. reCAPTCHA: Easy on Humans, Hard on Bots - Google https://www.google.com/recaptcha/intro/ [본문으로]
  5. 이것을 거부할 자유라는 게 주어질 지도 관심사다. [본문으로]
  6. 윤오영, "방망이 깎던 노인" 70년대에 출판됐다는데 작중에서 40년 전 일이라고 말하고 있으니, 1930년대의 일이란 말이 되겠다. 잘못 알고 적었다가 고쳤는데, 노인이 깎은 방망이와 비교되는 집에서 쓰는 방망이가 공장제라는 묘사는 없다. 장인이 시간을 들여 좋은 물건을 만들던 시절에 대한 향수. [본문으로]
  7. 그러고 보니, 요와 이불 호청을 빨아 풀먹이고 말려 방망이질을 해본 아이들이 요즘 세대에 있을까? 어릴 적에 어머니돕는다고 해보긴 했는데, 우리 세대가 끝물일 것 같다. 일단, 층간소음이 장난이 아니다. ^^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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