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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보안문제는 말단 담당의 책임이 아니에요

일본영화 <야마모토 이소로쿠>에서 주인공의 최후를 암시하는 장면입니다.

영화내내 단정하고 멋진 모습만 보여주던 주인공이, 회식자리에서 흐트러진 모습을 보여줍니다. 젓가락을 두드리고 노래를 부르고 배석한 참모들은 추임새를 넣어주고.. 웃고 즐기죠.[각주:1]

그 장면을 보여주고 난 다음, 기지의 통신병 혹은 담당이 하달받은 전문을 전신기로 치는 장면이 나오는데요,

https://youtu.be/VCIgQoyX4pI


그의 상관이 전문을 빼앗으며, "장관[각주:2]의 향후 예정을 (노골적으로 시시콜콜하게 전부) 보내는 놈이 어디 있냐. 적이 방수(도청)하면 어쩌려고!" 라고 꾸짖습니다. 그런데 저 장면은 은근히 말단의 실수처럼 묘사한 느낌이 들지만 실은 저 사람은 아무 죄가 없죠. 어느 부대에서나 저런 위치에 있는 말단은 기본적으로 주어진 전문을 송신하는 것으로 자기 일을 다하는 것일테고, 설령 스스로 뭔가 조치해야 한다 해도, 특히 당시 일본군의 경직된 조직에서 알아도 감히 이의제기하지 못했을 겁니다.[각주:3] [각주:4]

저 부분을 보다가, 요즘 보안문제, 정보유출로 뭐가 터지면 우리는 어떤가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소식을 전해주는 기자들이 보는 것과 실제 내부에서 보는 것이 같지는 않겠지만요.


보다 실제 벌어진 일에 가까운 이야기는,
https://m.blog.naver.com/imkcs0425/60093366597

야마모토 제독의 전사(7)-야마모토의 최후(1)

야마모토 제독이 이호 작전을 지휘하기 위하여 라바울에 도착한 것은 1943년 4월 3일 정오 경이었다. 그가 ...

blog.naver.com

이랬다고 합니다.


이 영화는 씬을 만드는 데 예산을 많이 쓴 것 같고 이야기도 재미있게 만들었지만, 그 시작부터 끝까지 사실과 다른 틀린 내용이 여럿 있어[각주:5] [각주:6] 다큐멘터리가 아닌 "전기소설"처럼 보면 됩니다.[각주:7] 물론, 그건 일본국민에 대해서고 태평양전쟁 책이나 콘텐츠를 좀 본 사람들에게는 우스운 게 많지만요. 그래서, 배경지식을 알고 보면 오락영화로 적당합니다.

또한 전에도 적었지만, 이 영화의 주요 등장인물들은 실제 인물들의 얼굴이나 체격과 마추려 하기보다는, 태평양전쟁 당시의 모습에 가까운 사람을 캐스팅하기보다는 당대의 인기배우와 멋있어보이는 배우들로 각색해놨습니다. 우리나라 영화도 그런 게 많죠. 가장 가까운 사람은 군령부 나가노 정도아닐까? 현대의 일반인을 대변해 대사를 말하는 가상의 인물(유명한 "기름이 없다"는 장면에서, 우리에게는 이러이러한 전함이 있는데 지금 안 쓰면 언제 쓰냐!"고 외치는 카도쿠라 사령관)도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 야마모토 이소로쿠(2011)만 보지 말고 미국에서 제작한 영화 미드웨이(2019)의 일본군측 장면도 같이 보면 좋습니다. 특히 전투장면과 그 전후의 주요 장면은 유튜브 클립으로 꽤 올라와 있으니 같이 보면 비교가 됩니다.

일본영화특유의 진지함과 유치함과 이럴 때는 이래야 일본인이지! 싶은 행동은 일본영화쪽이 잘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미국영화쪽이 보다 고증에 가깝게 캐스팅하고 이야기를 만든 것 같더군요. 물론, 미국영화도 영화라 그쪽 주요 인물의 행적도 허구가 상당이 들어가있습니다(미국이나 일본이나 조종사이야기는 뭐.. 여러 인물의 행적을 겹쳐 영웅 하나 만들기도 하고요... 연구를 통해 사실이 밝혀졌는데도, 사실이 아니지만 대중에게 유명한 이야기를 장면으로 만들기도 하고요.. ). 하지만 영화 줄거리의 인과관계를 건드리는 건 없어보였습니다.

  1. 이거 은근히, 학회끝나고 지도교수님모시고 포닥과 원생들이 회식하는 분위기가 납니다. ^^ [본문으로]
  2. "연합함대 사령장관" [본문으로]
  3. 그리고, 전쟁이 끝날 때까지, 일본군은 미군이 일본군 암호를 해독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이상하다고는 여겼지만 확신하지는 못했다고 합니다. [본문으로]
  4. 이런 이야기도 있습니다. 미드웨이해전때 일본해군은 암호체계를 바꾸었지만, 바로 직전 암호를 해독하고 있던 미군은 이미 일본해군의 주요 함정 무전수가 전신기를 두드리는 버릇까지 식별하고 있어서, 일본군이 암호체계를 바꾼 다음에도 그 무전이 어느 배에서 나왔는지 짐작해 일본군의 상황을 추측했습니다. 그리고 암호해독은 당연히, 이전 암호때처럼 결국 해냈다고 하죠. [본문으로]
  5. 예를 들어, 미국 항모부대가 있다는 무선보고를 받은 야마모토의 후속함대가 나구모의 전위 항모함대에 알려주지 않았고(안 알려줘도 나구모도 들었을 것이라며) 나구모는 도네의 정찰기 보고를 듣고 알았다는 설정이고 그래서 관객이 느끼는 긴장감을 높이지만, 저거 완전히 틀렸죠. 실제로는 야마모토의 짐작대로 나구모도 그 보고를 들었다고 합니다. 몰랐던 것은 어느 방향에서 오는가. [본문으로]
  6. 또 하나, 간장감넘치는 적막한 시간이 흐르다 출격 직전에 카가와 아카기가 맥클러스키부대의 급강하공습받은 것처럼 묘사했지만 저것도 완전히 틀린 것. 실제로는 그 전부터 전투가 진행 중이었고 갑판에서 대기 중이던 일본기는 거의 없었다죠. 전투를 동양화처럼 그리면서 무거운 분위기를 주고 마치 운명인 양 묘사하지만 저거 다 실제 전쟁기록과 다릅니다. 소설입니다. [본문으로]
  7. 그래도 영화 <남자들의 야마토>와 비교하면 이 영화는 제대로 만든 드라마입니다. 그 영화는 잘못된 역사관과 집단의식을 심어줄 것 같은 장면도 많습니다. 전함 야마토와 그 배가 동반하는 함대가 연합함대(=일본해군 수뇌부)의 체면과 일왕 가문을 위해 '태뢰의 소'처럼 끌려가 수천 명이 미군에게 산제물로 바쳐져 고통받은 다음 바다에 수장되는 장면. 거기에 무슨 큰 민족사적 의미라도 있는 양 그려놨죠. 그리고 몰살당하기 전 함상생활을 묘사하는 장면에서 밥이 잘 나오는 모습이 마치 사형수에게 주어지는 마지막 식사같은 느낌을 줍니다. 사실 전쟁 내내 전함 야마토는 별 역할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항구에서 호의호식해 "호텔"이라는 별명까지 얻은 그 배의 승조원들은, 우리가 이렇게 좋은 밥을 먹어도 되나하고 부끄러워한 사람도 있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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