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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도킨스, 이기적인 유전자/ 그리고 90년대 서점가 잡담 본문

아날로그/도서,한국사, 세계사 관련

리처드 도킨스, 이기적인 유전자/ 그리고 90년대 서점가 잡담

저 책이 나온 지 40년이 됐다는 글을 보았다. 그러고 보니 원서는 76년쯤에 나오긴 했네.

나는 90년대에 나왔다는 번역본을 보았고, 90년대 중후반에는 그런 게 꽤 인기가 있어서 다른 출판사에서도 비슷한 책을 냈고, 눈먼 시계공도 간행되었다. 선택압이 작용하는 무작위적인 선택이 누적되면 생각보다 엄청 빨리, 햄릿의 그 유명한 문장이 완성된다는 걸 보여주는 프로그램이 그 책과 상관있지 않았나 모르겠다. 그 때, 인공진화 프로그램[각주:1]과 인공생명 프로그램, 책도 덩달아 꽤 여러 종류가 나왔다. 멀게는 80년대말인가? 번역 출간된 일본 아스키의 MSX 어셈블리어 교본 맨 뒤가, 콘웨이의 라이프 게임을 MSX 기계어로 입력해 노는 것이었다.[각주:2] 그 때가, 생명공학에 한참 관심을 불어넣기 시작하던 때였고, 대형서점의 황금기였다.[각주:3] [각주:4] [각주:5]


그러니까, 저 책이 나오고 거의 20년이 지나 우리 나라에서 관련 붐을 일으킨 셈인데(덩달아 대우학술총서에서나 볼 수 있었던 동물행동학이 사회생물학과 에드워드 윌슨이란 이름을 널리 알리게 되었다), 그건 그럴 만 했다. 그러고 보면 만델브로트의 이름은 오래됐지만 그것도 10년 넘게 지나 우리 나라에 들어왔고, 제임스 글리크의 카오스가 번역된 시기도 90년대 초다. 데즈먼드 모리스의 털없는 원숭이부터 OO와칭[각주:6]은 80년대에 처음 나왔나? 모르겠지만 90년대에도 꾸준하게 책이 나왔다. 그리고 그 밖에도 인간을 동물의 일원으로서 행동을 해석한 책이 꽤 많이 나와서 즐거웠다. 아, 그러고 보니 스티븐 호킹책이 유행하던 때기도 하다.[각주:7] 


잡담은 이만 줄이자. "이기적인 유전자"를 이거 하나를 확인하기 위해 다시 펴보기는 귀찮아서 그냥 적는데, 그 책의 큰 의의 하나는 내가 생각하기에 이거야: 인간이 이타적인, 혹은 이타적이어야 할 이유를 그럴 듯 하게 유전학 책보다 직관적으로 설명한 것.



그건 그렇고, 이 만화같은 디스토피아가 올 줄은 그 땐 몰랐다. 선배가 던지고 간 책에 들어 있던 막간 만화가 그냥 재미있기만 했는데.

[각주:8]

* 락그룹 메탈리카(METALLICA)의 앨범 중에 MASTER OF PUPPET 이란 노래가 있다. 캐릭터 이름이나 하고 있는 차림으로 봐선, 만화가가 그 그룹을 알았던 모양이다. ^^


  1. 그렇게 도는 말을 그 때 작가들이 채집해서 에반게리온같은 당시 애니메이션에 집어넣지 않았을까. [본문으로]
  2. 그 때 공부한 핸드어셈블은 다 까먹었는데, CD가 CALL 명령의 헥스(hex)값이란 건 아직 기억한다. ^^; 애플 6502도 그랬을 지는 모르겠는데, MSX와 SPC기종용 Z80 어셈블리어는 쓰는 말이 IBM370용 어셈블리어와 비슷했고, 인텔 x86 어셈블리어와도 비슷했다(비슷한 경우로, 8비트 MSX DOS를 마이크로소프트가 MS도스의 열화판으로 만들어서 MSX DOS용 시스템콜은 MS DOS 시스템콜 명세에서도 찾아볼 수 있었다). 그래서 파스칼에서 인라인 어셈블 코드를 쓰는 교재를 볼 때 자유자재로 활용할 실력은 당연히 안 되지만, 먼 소린지는 감잡고 약간 고쳐보는 정도까지는 해봤다(세그먼트니 메모리 모델이니 해도, 8비트에서 없는 메모리 짜내느라 페이징하던 걸 컴퓨터와 힘께 온 설명서를 보고 이해하려고 끙끙댈 때보단 쉬웠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고 그냥 놀이로 끝났다. [본문으로]
  3. 요즘은 폰카로 찍고 앉아 보고 난장판이라던데, 그 땐 그래도 그런 짓은 안 했다. 고딩때는 서점에서 길게는 여섯 시간씩 서서 읽어 무릎이 뻐근했지만 앉지 않았고, 가기 전에는 손 깨끗하게 하고 가서도 방해 안 되고 안 묻게 조심했다. 서점을 무슨 도서카페처럼 이용하는 만행은 하지 않았다. 그러고 보면 책도 많이 사서 매달 잡지도 보내줬는데.. [본문으로]
  4. 내 짧은 생각에, 우리 나라의 외환위기 전까지 90년대 분위기는 일본의 70년대하고 비교하면 적당하지 않을까. 딱히 도쿄올림픽과 오사카만박 VS 서울올림픽과 대전엑스포가 생각나서 하는 얘기는 아니..ㅎㅎ [본문으로]
  5. 요즘 추세는 공공도서관이 아닐까. 대학도서관 장서에 접근못하는 사람은 공공도서관에 가라! [본문으로]
  6. 여러 이름으로 책이 나와서 시리즈인 줄 알았는데 지금 보니 개정판이 나오면서, 번역하면서 이름이 바뀐 듯. [본문으로]
  7. 교보문고에서 할인판매할 때 영어판(허영심이 반, 국어판은 봤기 때문이 반) 시간의 역사 페이퍼백을 사서 아직 갖고 있는데, 다 이해하지도 못했는데 몇 년 전 신문기사에 그 때 호킹 이론이 이제 바뀌었다 해서참.. [본문으로]
  8. 저 만화에서 피펫질을 숙달한 박사(Dr. Masterpippet)는, 포닥(박사후과정)생활을 20년이나 하다 미쳐버린 사람이라는 설정이 붙어 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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