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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rcy Wentworth Thompson - On Growth and Form (성장과 형태에 대하여)/ 그리고 황금비율 본문
이 이름을 처음 본 게, 무슨 책인 지는 지금 생각이 안 납니다만,
자연을 수학적으로 바라보려 애쓴 사람 중 하나입니다.
https://en.wikipedia.org/wiki/D%27Arcy_Wentworth_Thompson
On Growth and Form 이라는 책을 남겼습니다.
https://archive.org/details/in.ernet.dli.2015.74784
무척 오래된 사람이고 책이라 요즘은 공개돼 있습니다.
텍스트문서가 제공되므로 기계번역도 됩니다. 하지만 구글 번역기도 아직은 이런 걸 자동번역해 읽기에는 부족하니, 어렵지 않은 글입니다만 직접 해석해 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분량은 만만치 않습니다. 검색가능한 PDF로 40메가바이트 남짓, 판형은 손바닥만할 테지만 쪽수는 840쪽 정도입니다.
컴퓨터 프로그래밍으로 치면, 초저용량 프로그램으로 엄청난 그래픽을 구현하는 데모그룹의 원조쯤 되겠네요. 자연의 설계자, 조물주의 의도를 엿본 것 같은 쾌감을 주는 분야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자연물에서 수학적 규칙을 찾아내려 애썼나 봅니다. 그런데, 피타고라스학파와 유클리드 이래 이런 건, 특히 사람들이 먹고사니즘을 초월해 자연을 탐구하게 만드는 큰 동기였쟎아요?
그리고 그렇게 오랜 세월을 황금비 또는 모두가 아름답게 느끼는 어떤 비율에 매료됐고 그것에 어떤 필연적인 의미를 주려고 애썼고, 이론적 근거를 찾고 부여해 온 것도 그런 거겠죠.
2. 느닷없이 이걸 다시 생각해내게 된 계기는,
몇 년 전에 방송사에서 했다는, "황금비(Golden Ratio)"에 관한 다큐멘터리였습니다.
황금비는 1:1.618... 이렇게 나가는 무리수라는데, 수학적으로 정의한 숫자로 고정돼 있습니다. 역사상 가장 오랫동안 숭배된 수학자일 유클리드때 기록되어 내려온 것. 그래서 수학자들은 황금비라고 하면 저 숫자를 생각하고 저것의 정의와 저 수치에서 벗어난 숫자는 황금비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수학자가 아닌 사람들은 대충 자기 입맛대로 때려 씁니다. 2
그리고 사람들은 음악, 미술, 인체, 동식물, 기타 자연환경에서 황금비를 찾으려 했고 찾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인간이 가장 아름답게 보는 비율이 저 숫자라고 생각했고 자기가 보는 그 아름다운 형체가 그 비율을 따른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여러분, 이거 다 거짓말인 거 아시죠?"라네요!
황금비의 대표적인 사례라고 예시된 수많은 예술품과 자연물의 형상과 규칙은 대부분 실제로 재보니 얼추 비슷한 직사각형이지만 수학에서 말하는 "그 황금비" 숫자보다는 약간씩 크거니 작거니 하며 달랐습니다. 그런데도 심지어 수학자마저도 황금비와 그 예시로서 가르치고 배우고 있었다고 합니다. 자들고 한 번 재보면 아는데 안 해 보고 "이상적으로 아름다운 비율을 상징하는 숫자가 있다"고 믿으며 세월이 지난 거죠. 그러다 알게 돼서 저런 다큐까지 나왔다는 이야기. 황금비를 도출하는 데 정교한 도구와 계산이 필요하다면 오차는 이해해야겠지만, 그러기에는 그리기 쉬운 편인 지 그런 이유는 아니라고 본 모양입니다.
황금비의 역사가 오래 됐고 유명했기 때문에, 알려져 있는 세상에서는 관심가진 사람은 알 수 있었을 것이므로, 적어도 중세 이후에는 제작자가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 해도 그걸 참고했을 거라고 말할 수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모든 시대에 걸쳐 아름다운 비율의 근사치는 관심의 대상이었고 누구나 자신의 직관적인 소감을 말할 수 있어서 친숙한 개념이었는데, 근대들어 어떤 학자가 틀린 연구 결과를 발표했고, 반증이 나왔음에도 틀린 게 널리 퍼져서 일종의 밈(meme)이 됐다는 얘기로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황금비 추종자들이 예시한 수많은 역사상의 사례는, 실제 당시 시대의 사람들이 그걸 사용했다는 직간접적인 증거가 없는 게 대부분이고, 가장 쉬운 해석은 그냥 아는 게 그거라서, 그냥 아름답다고 직관적으로 느낀 대로 행동한 결과일 뿐일 거라는 말이 나옵니다. 3
나중에 뇌과학이 더 발전하면, 시신경 진화의 결과라며 실험 결과를 들고 나올 사람들이 있을 지 모르겠습니다. 참, 그러고 보니, 아름다운 사각형을 고르는 실험을 영장류에게도 할 수 있을까요? ^^
그래서 요즘은 황금비라는 것은, 그것을 단순한 숫자로서 취급하는 것을 넘어 필연적어야 하는 이유를 믿고 이론으로 주장하는 경우에는 유사과학으로까지 취급받는 모양입니다.
요즘은 황금비율이라고 하면, 보기 좋은 가로세로비 정도로 받아들이면 되고, 특정한 숫자에 구애될 일은 없다는 얘기.
저 영상을 보면서 저도 뜨끔했으면서 재미있었던 점이, 앵무조개 황금비설입니다.
수학시간에 극좌표그래프를 배우고 또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그리면서 저거 딱 조개껍질성장하는 거랑 비슷하게 가는 나선이네하고 생각은 했어요. 그런데 앵무조개껍데기가 피보나치수열이나 황금비율이란 특정한 수치를 따라 큰다는 소리는 정규 과정에서 배운 기억이 안 나요. 4
그리고 어떤 기시감이 들었는데, 사람들이 몸을 움직여 재보고 조사해 기초 자료를 수집하지 않고, 현상을 잘 모르면서 억지로 귀납해 상상하며 수학이란 도구를 멋대로 쓰면, 그리고 누가 복잡한 수식을 들이밀며 이게 진실이라고 말할 때 대중은 이렇게 넘어가는구나 하고.. 연구를 하다 보면, 그리고 과학사에서 이런 해프닝은 자주 있습니다만, 백 년을 버틴 것은 마치 집단최면같습니다. 다큐의 뒷부분에 나오는 재미있는 이야기로, 민간에서는 애플 컴퓨터의 사과 로고가 황금비를 계산해서 만든 것이라는 뜬소문이 돌지만, 그 로고를 창조한 디자이너는 "그런 거 없다"고 대답했습니다.
* 말이 나왔으니 덧붙이는데, DNA와 단백질의 조건 발현과 세포 성장이 어떻게 눈에 보이는 거시구조의 수학적 아름다움으로 이어지는 지는 충분히 연구할 가치가 있습니다.
나중에 몇 가지 추가.
황금 비율 : 디자인계의 가장 큰 신화 - 리프레시스튜디오
EBS 다큐프라임, 황금비율의 비밀. 2배속으로 재생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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