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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몇 권 읽으셨어요?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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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몇 권 읽으셨어요?

자기자랑같은 로그라 블로그 홈에 안 나오게 옛날 날자로 맞춰둡니다.


저는 음.. 책은 잡다한 거 다 긁어서 이만 권은 넘었다고 생각합니다. 꽤 오래 전에 세기로..그 뒤로는 별로 안 늘었으니(그래서 TV 신문을 보면 제 머리DB 업뎃이 필요하다 생각한 지 좀 됐습니다).. 논문이나 PDF 이런 게 편수로 따로 그 정도 되겠지만(역시 일일이 세보지는 않았고.. 읽기는 했는데 제 머리가 나빠서 별 성과는 없었습니다. 이건 참 아쉬운 점) 그거 말고 책 종류만(잡지, 참고서, 문제집, 통신어학책 이런 것도 다 책입니다). 그러니까 그림책, 동화책, 소설(물론 무협지와 SF포함), 시집, 희곡집 이런 것부터 여러 가지 교양서, 전공서 다 해서.. 


초등학교에 다닐 때부터 도서관과 친해서 중학교 입학하기 전에 이미 천 권 (이삼 천 권?) 훌쩍 넘긴 지가 오래 됐으니까요. 당연히 세면서 읽지는 않았지만 그 때 집에 있던 책만, 제가 학교앞에서 판매사원에게 홀려 봉고차 안에서 주문서에 서명했다가 부모님께 무진장 두둘겨맞고(아직도 기억납니다) 산 아동문학 전집 이백 권에 따로 산 책에 부모님대의 책 전질 몇 개에.. 해서 몇백 권 기본으로 깔고.. 거기에 학교 도서실에 있던 책 거의 다 읽었고 그 위에 지역 도서관을 다니며 어린이관을 뒤지고 있었으니.. 그 뒤로도 책만 샀고 책만 본 인생이라고 감히 말해봅니다. 지금 생각하면, 토요일 오전 전철 안에 예쁜 후배가 옆에 앉아 있는데 미련없이 안녕하고 도서관 개가실에 갔으니 단단히 미쳤죠. 학교 안에 있는 도서관 몇 군데를 그렇게 돌아다니다 국립중앙도서관에 가서 감격하기도 했고...


물론, 카운트한 걸 전부 다 첫 쪽부터 끝 쪽까지 읽지는 않았습니다. 저도 사람입니다. 못 읽고 읽을 시간도 없고 재미없는 거 안 읽고 못 알아먹는 거 읽다 덮었습니다.

한 분야쪽으로 많이 읽어본 분들은 다 아시겠지만, 막 파다 보면 책읽는 속도가 막 늘죠.

본 내용, 짐작되는 내용은 대충 훑어넘기니까. 재미로 보면 그게 더 하쟎아요. ㅎㅎ

소설종류는 "삘받아" 읽다 보면 하루 거의 스무 권 가까이 본 적도 있고(아, 재미없어~하고 중간에 덮은 책 포함.. 그러고 보니, 제 인생에 만화방은 두세 번 가봤는데, 거기서 뿌리내리고 앉아 읽는 분들도 대단하겠네요. 만화 빨리 보는 친구들 엄청나던데..), 전공서도 페이퍼웍하며 뒤지다 보면 카운트가 그 정도는 올라가는 날이 가끔 있고,  운이 좋으면 책이 얇고 ^^.. 읽다가 진짜 이해안되면 그냥 덮은 것도 카운트하고.. 하루키를 보자! 하면 그 날 도서관 서고에 있는 하루키 다 뽑아서 볕드는 창가 탁자에 앉아 다 읽는 식 - 그래봐야 사람들 거의 안 오는 서고라 민폐도 아니었습니다- . 그래놓고 기억하냐면 글쎄요.. ㅎㅎ 다 보기는 봐요. 그런 면에서는 참 완전히 놀이였습니다.



머, 그랬다고요.

지금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간다면 책을 보겠냐.. 

어릴 적에는 그럴 만 한 사정이 있었어요.

하지만 대학시절로 돌아간다면, 책은 최소한만 보겠습니다.

대학생활을 하며 책을 멀리하는 건 말이 안 되지만, 그렇다고 "개가실과 서고를 정복하겠다"며 이해하든 못 하든 모든 책에 내 손길이라는 세례를 내려주겠노라며 제가 가진 모든 시간을 써가며 책장단위로 읽어나가는 짓은 안 할 겁니다. 

인생의 모든 시기에는 그 시점에 해야 할 가장 가치있는 일이 따로 있고, 그와 별개로, 책욕심은 한도 끝도 없는 데다 제 욕심도 세상의 모든 정보도 그렇게 해서 다 채울 수 없다는 걸 이제 아니까요.


.. 그런데 그 땐, 정말 그게 소중했고 하고 싶은 일이었습니다. 입학하고 며칠 뒤에 바로 시간내서 중앙도서관에 갔고 거기서 밤이 돼서 하교했습니다. 버스타고 조명을 받아 어스름한 그 건물을 창밖으로 보면서, 전공생각보다는 거기서 책을 읽었다는 데서 "내가 이거 하려고 여기 입학했다"며 뿌듯해했던 게 생각나네요(학교 중앙도서관 개가실에 처음 들어가본 날, 열지어 서있는 높은 책장에 가득한 책을 어루만지며 돌아다녔는데 울고 싶었습니다). 아, 그 땐 그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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