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 호라이즌(ログ・ホライズン; LOG HORIZON) (애니메이션)

애니메이션인데, 재미있는 아이디어가 여럿 있네요. 인터넷에 올라온 문서를 읽고 알게 된, 작품이 본래 가지고 있는 설정도 그렇지만, 애니만 보고 생각하게 된 것도 있어 신선했습니다. 

[ 깜빡했습니다. 내용누설/미리니름/스포일러/네타바레가 있습니다. 주의! ]

애니를 보며 생각하게 된 것들.. 예를 들어 이런 것입니다: 게임을 어떻게 만드는가하는 이야기와 게임용 인공지능. 그리고, 플레이어가 게임을 계속 하며 입력한 모든 데이터, 그러니까 세이브파일과 게임회사 서버가 저장하는 것들 말고도 다른 것들, 예를 들어 모든 채팅로그를 축적하고, 로그인해서 로그아웃할 때까지의 모든 텍스트와 조작 입력을 기록한다든가.. 저장용량이 무한정 필요하고 정선하고 압축할 로직도 필요하겠지만서도.. 그런 것들을 "개성"으로 삼아 거기에 인공지능 엔진을 붙이면 그건 뭐가 될까 하는 것.

예를 들어 말이죠, 리니지나 마비노기를 10년 해 온 사람이 있다 치고, 넥슨 서버가 그 사람이 10년간 입력해 온 모든 데이터를 저장하고 있다고 치죠(어디까지나 가정입니다. 앞서 적었듯이 물리적으로 그렇게 못 해요).

거기에는 그 사람의 캐릭터가 게임 속에서 게임 속 시간을 소비하며 어디어디를 방문하고 무엇을 하고 무슨 이벤트가 있었는 지 다 로그파일로 기록돼있다고 치죠. 그리고 게임 속에서 만난 사람들과 이야기한 시시콜콜한 채팅과 이메일이 다 저장돼있어서, 그 모든 자료를 바탕으로 게임 시스템이 그 게이머를 프로파일링한 다음 게이머의 아바타에 투영했다고 가정해요. 

그 뒤에 이걸 움직일 기본이 되는 인공지능을 덧붙입니다. 성능은 시리나 코타나나 왓슨쯤 되는 놈이라고 치죠. 그러면 이 아바타는, 그 게이머가 로그인하지 않아도, 다른 사람 혹은 인공지능이 보기에는 그 게이머처럼 행동하겠죠?

혹시 나중에, 쟤들은 카피된 별도 서버고 자기들이 가짜란 걸 알게 된다는 전개는 아니겠죠? ^^ 작품 내용에도 원래 NPC던 캐릭터 중에 그것을 심리무기로 삼거나 그것에 당해 절망하는 캐릭터가 있습니다.

(애니 2기 기준으로는, 로그 호라이즌 속 서버는 소드아트온라인 속 서버보다 더 구현하기 어려워 보이는 세계가 된 것 같습니다)

시작은 평범하게, 게임 속으로 빨려들어간 사람들 이야기인데,

소드 아트 온라인은 그냥 투명드래곤 수준으로 내려버리는데요? ^^

처음에는 엉성하기 이를 데 없었는데, 이것저것 쌓이면서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솜씨가 좋네요. (그렇다고 다 매끄럽진 않고 떡밥도 무지하게 많습니다) 애니화될 때 교육방송용으로 만들면서 원작에서 수위가 있는 서술은 없애거나 순화시켰다고 하는데, 그래선지 불편한 내용은 없습니다.

MMORPG게임을 다룬 일본 애니메이션을 조금 보니, 대항해시대 온라인을 십 년 넘도록 업데이트하면서 코에이가 PvP를 그렇게 내버려 둔 이유를 재삼 알 것 같습니다. 이 사람들, 롤플레잉에 꽤나 집착합니다. 그리고 당연한 얘기지만, 캐릭터의 심리 묘사와 대화가 지극히 일본적입니다. 일본인의 심리에 관한 책을 읽었다면 이중의 롤플레잉 감각으로 읽을 수 있는 텍스트. ^^

애니메이션은 1기가 26화(그 중 1화는 총집편), 2기가 25화인데,

원작도 아직 진행 중이고 나무위키 설명을 보면 애니방영당시에 원작 진도를 따라잡았다는 말도 나와서

2기가 작년에 끝났다니 앞으로 이 년은 지나야 다음이 나오지 않을까.. 3기가 어서 나오기를 기대합니다. 소설은 꾸준하게 번역 출간 중입니다.

애니는 잘 만들었고, 완급조절도 잘 된 편.

하지만 이야기가, 잘 봐줘도 이제 반환점을 돌려는 것 같아 끝을 보려면 한참 걸릴 듯.

캐릭터 디자인을 무척 공들여서, 주연진못지 않게, 때로는 더 잘 그린 조연과 엑스트라 캐릭터가 많습니다.

일본 애니, 그 중에서도 스킬을 영창하는 유치한 모션을 적당히 참아주면 전투씬은 그럭 저럭입니다. 하긴 이건 일본 판타지와 사극에 흔한 것이니 별 문제는 아니겠지만요.

사족.

자주 나오는 배경음악이 왕좌의 게임을 떠올리게 하는 데가 있습니다. 잘 만들었네요.

빠른 비트 버전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