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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의 생각 전달, 지지자늘리기, 소통 수단으로서의 전자책(이북) (글 추가) 본문
2017.5.10 작성/ 2017.5.13. 덧붙임.
올 초에 온라인서점에서 문재인씨의 공약집이라 할 책(대한민국이 묻는다)을 팔면서, 전자책 버전을 무척 싸게 팔았습니다. 그 때 서점에서 쿠폰과 상품권을 쓰면 그야말로 껌값이었는데, 저도 그 때 한 권 사서 읽었습니다.
정치인이 책을 파는 일은 과거에도 많았고, 정치자금수수가 자유롭던 시절에는 증정본 형식으로 무상 배포도 흔했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그 정도는 아니라 공무원이나 조직 내 권력자가 부정부패한 짓을 한 경우가 아니면 많이 줄었죠. 그리고 종이책은 기껏해야 짬뽕받침으로 소비되기도 했고, 정치인이 쓴 책은 헌책방에서도 가장 빨리 가치가 떨어지는 책에 속합니다. 수십 년 뒤에 희소가치를 인정받고 그 정치가가 대성한 뒤에 찾는 사람이 늘 때를 빼면. 여담으로, 이번 대통령이 쓴 책은.. 작가 본인은 대통령이 되었으니 대성했지만, 지금 시대, 워낙에 출판된 양이 88올림픽 기념주화급으로 많아서 값이 오를 일은 반 세기 안에는 없겠지만요. ^^ 많이 풀렸고 읽고 소장한 사람이 많다는 점은 작가에게는 좋은 일이죠. :) 1
어쨌든 정치가는 책을 써서 자기 사람됨과 생각을 선전하는 게 중요한데,
안철수 vs 문재인에서 안철수씨는 그 부분을 소홀히 했고, 문재인씨는 팬티를 벗는 것은 물론, 영혼까지 탈탈 털어 전력을 다했습니다. 안철수는 그 정도로 안이해서는 안 됐는데, 정치경력이 짧은 만큼 스스로 써낸 책이 적은 것도 약점이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안씨가 오래 전부터 정치하려 작정했다고 억지를 쓰는데, 이걸 생각하면 그건 아니라고 저는 봐요. 만약 오래 전부터 작정하고 준비했으면 십여 년 전 국내에 귀국했을 때부터 일이 년 마다 한 권씩 꾸준히 (제삼자 명의가 아니라) 자기 이름과 공저로 정치관계 대담록과 책을 써내 자비로 시중에 깔았을 겁니다. 2 나이는 장년이지만 정치판에서는 신인인데 바로 대선을 노리려면 그게 정석이니까요. 반면 문재인에게는 노무현의 유산이 있었죠. 노무현의 유고를 정리하면서 자기 이름값을 올렸고, 그것이 큰 힘이 되었습니다. 노통이 죽은 뒤 나왔거나 재조명된 수많은 책, 수없이 구매요청돼 대부분의 공공도서관에 몇 권씩 비치돼 있는 그 책 중에 문재인씨가 언급되지 않았거나 문재인씨가 출판에 참여하지 않은 책은 거의 없을 겁니다. 그 위에 자기 책을 잘 내서 힘을 더한 것입니다. 그리고 대통령이 된 다음에도 3취임사를 공짜이북으로 올리는 등 전자책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4
이런 이야기를 적는 이유는, 앞으로도 정치가는 책을 써낼 텐데, 소통을 바란다면 전자책과 PDF 소책자를 많이 출판해 공개 배포하고, 종이책 정가는 어쨌든 간에 실구매가는 라이트노벨가격대 정도로 접근하기 쉬운 분량과 가격을 책정하고, 출판사와 마케팅과 온라인 서점의 이벤트를 잘 엮어 파는 게 좋을 것이란 말을 하기 위해서입니다. 현역 정치인의 책은 몇 년 만에 나오는 두꺼운 역작 한 권 보다는 적당한 분량으로 잘 갈무리된 한 권씩 적기에 나오는 게 더 낫습니다. 정치적 견해를 선전하는 전자책 중 오래된 것으로는, 노무현재단이 NLL회담건을 변명내지 해명하기 위해 거의 모든 온라인 서점에 무료 전자책으로 푼 책이 생각나는데, 그것말고도 최근 몇 년 간 큰 정치 이슈가 있을 때 관련한 무료 전자책이 배포되거나, 명목상의 값 5을 받고 사람들이 널리 읽도록 의도한 전자책이 꾸준히 나왔습니다. 앞으로도 이런 건 더 늘어나겠지요. 좋아하는 정치가라면 종이책사기를 망설이지 않겠지만, 관심있는 정치가라면 (내 표값을 생각하면) 커피 한 잔 값 정도 하는 전자책이라면 사 볼 수 있거든요. 6
특히, 신인일수록, 행보만으로 기자가 우르르 따르지 않는 인지도가 낮은 정치가일수록 중요합니다. 그리고 아무리 말재주가 좋아도, 듣는 사람 입장도 생각해야죠. 자신의 사상을 정리해 널리 알리고 싶을 때 애드립보다는 책이 낫습니다. 물론 책이 쉬운 수단만은 아닙니다. 말은, 인터뷰와 대담까지는 언제든 실언했다며 거둘 수 있지만 자기 이름으로 자기 생각을 시간을 들여 쓴 책은 그렇지 않습니다. 나중에 정정하더라도 합당한 근거가 필요합니다.
작년말부터 보면.. 알라딘의 무료 이북 코너를 링크합니다. 이런 의도로 만들어 배포하는 100원, 1000원짜리 책도 꽤 많아요(유시민씨라든가, 작년의 필리버스터 이북이라든가). 그냥 PDF와 비교해 이렇게 온라인 서점을 통해 배포하는 것이 나은 점이 하나 있는데, 이북 뷰어가 보기 편하기도 하거니와 일종의 클라우드란 점입니다. 문서파일을 직접 옮길 필요없이 이북앱을 깔고 필요할 때 구입목록에서 다운받아 보면 되니 편합니다. 그리고 공짜책이든 천원책이든 온라인 "서점"에 등록된 책을 구매하고 결제하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일종의 공인 효과랄까, 구매자에게 그런 심리를 주기도 하고요. 그리고, 정치가가 아니라도, 정부와 비정부조직의 배포자료 유통 통로가 되기도 하고, 시민단체와 개인이 자기(들) 생각을 전하고 선전하기 위해 이용하는 통로가 되고 있습니다. 7
- 공공기관의 장이 자기 책을 조직 돈으로 사서 뿌렸다든가, 자기 자리를 만들어준 사람이나 사부가 쓴 책을 공금으로 사서 조직에 필독서로 배부한다거나 등.. [본문으로]
- 원래대로라면 정치가는 책을 팔아서 정치자금을 모으는 게 맞겠지만, 돈이 궁한 처지가 아니거나 자기를 널리 알리고 지지자를 모으는 게 더 중요하다면 굳이 어려운 길을 갈 필요는 없습니다. 책을 원가에 뿌려서(무상증정하면 법에 걸릴 소지가 있을 테니까) 그 책을 읽고 생각이 통하는 사람이 모이도록 해도 되는 겁니다. 이윤을 남기지 않는 개인출판사를 만들 수도 있고, 개인출판 의뢰를 받는 서비스를 이용할 수도 있고, 전자책은 본인이나 가족이 직접 출판할 수도 있습니다. [본문으로]
- 종이책을 배포하는 경우는 엄격하게 보는 모양이지만, 전자책은 자기가 쓴 책일 때는 무료로 뿌리더라도 아직은 별 상관없는 것 같더군요. [본문으로]
- 정확하게 말하면, 취임사의 저작권은 대통령 개인의 사유물이 아닐 테지만요. 대한민국 헌법과 마찬가지로 공공재로 취급해서 전자책 홍보를 위해 온라인 서점들이 만든 컨텐츠일 수도 있겠습니다. [본문으로]
- 이건 쓰고 나니 당연한 얘기네요. 이를테면 18세기 프랑스의 볼테르가 이런 의도로 소책자를 많이 썼고.. [본문으로]
- 기간한정 이벤트 무료, 100원, 1000원, 2000원, 추가 할인되는 10년 대여 등. [본문으로]
- 진보인사들이 펴낸 책 중에 그런 게 있었다고 기억하고, 또 유시민씨 자서전은 스무 쪽 짜리 미리보기가 아니라 분량이 더 많은 라이트북으로 맛보기가 풀린 적이 있는데 괜찮았어요. 결국 사서 끝까지 다 읽었지만. 아, 유시민씨 책은 사주면 안 된다는 시중 농담이 있더군요. 돈이 궁해야 정치를 할 거라고. ㅎㅎ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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