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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운국이야기(라이트노벨) 읽고 나서 본문


아날로그/도서,한국사, 세계사 관련

채운국이야기(라이트노벨) 읽고 나서


재미있습니다.
편안하게 읽기 좋은 소설.


1.
책 자체는 완전한 여성향 "로판"(로맨스 판타지)느낌 물씬 나는 판타지입니다. 하지만 연애와 치정물은 아니고, 자립하는 여성쪽 이야기입니다. 이 책은 시작부터, 중세나 고대 중국같은 분위기에서 여성도 관직에 오를 수 있도록 나라를 바꾸자는 목표 하나로 달려가는 주인공 주변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니까요.[각주:1]

시리즈 책 커버 일러스트를 1권부터 봐도 알겠죠?
이런 장르의 커버 그림은 자주,
주인공이 자기 얼굴을 "얼짱각도"로 보여주며 마치 결혼식 스튜디오사진이라도 찍는 듯한 포즈를 하고 있죠. 여성작가 여성향 로판에 흔한 특징. (반대로 남성향은 용사포즈와 핀업걸(간판처자)?)

하지만 이야기는 읽을 만하게 잘 만들었는데,
뒷 세대 작품인 약사의 혼잣말하고 비교되는 부분, 비슷한 부분이 많이 생각납니다. 약사쪽 결말이 어떻게 날지 모르겠지만.


2.
고전까지는 아니지만 구세대 작품이라서, "라이트노벨이 뭐 이렇지"하는 생각이 드는 장면이 아주 많이 나옵니다. 하지만 그래도 읽어갈 만한 재미는 줍니다. [각주:2]

일러스트가 많지 않은 느낌인데, 세어보면 또 그렇지는 않은 듯. 삽화 그림체는 전형적인 로맨스판타지(로판) 분위기입니다. 여자든 남자든 말이죠. 주인공 표정은 딱 로판이네싶고, 등장하는 조연 남자들도 전부 전형적인 훈남, 여성향 작품의 수염마초, 그리고 미소년, 동안 미중년으로 그려놨어요. 장르상관없이 라노베가 잘 그렇듯이 중요 인물의 연령대와 비주얼이 많이 극단적입니다. (그래야 팔리죠 ^^)
그러고 보면 여자들을 그린 그림은 그렇게 기억에 안 남는데, 하긴 이 작품, 하렘입니다. 주인공은 피아를 가리지 않는 마성의 여자.

약사의 혼잣말 등 요즘세대것과 비교해, 키스장면이나, 사귀는 것이든 훔치는 것이든 들이대는 장면이나, 연애문제가 꽤 비중을 차지합니다.
그리고 사실은 아닌데하며 슬쩍 지나가는 "BL"소문이나 사실은 어... 하는 서비스신 일러스트들. 남자-남자 페어링이 상당히 자주 나오고 또 남자들사이의 인연과 정이 주요 사건에서 역할을 한다는 점, 그리고 남녀간의 인연이 큰 줄기라는 점과 그것을 묘사하는 방식에서, 이 작품이 "썩은 부녀자" 취향을 신경쓰지 않았다고는 못할 겁니다. ^^ (남성향 라노베는 또 그 반대로 "썩은" 데가 많죠 ^^)
선을 넘지는 않지만. 작품의 큰 줄거리 자체가 그렇게 짜여있기는 하지만.. 하여튼, 모 작품들과 달리 주인공도 꽤나 하거나 당하고 작가가 그런 이야기를 꺼리지 않고 적극 활용합니다.

판타지 라이트노벨이라는 서적 분류를 생각하면 설정과 줄거리 뼈대는 왠만하면 넘어가줄 만합니다. 하지만  어거지도 많고, 어설픈 것도 많습니다. 예를 들어, 9권에서 뜬금없이 크롬광석이라든가.. 초반부터 작품의 중심 뼈대인, 여성관리의 길을 개척하는 주인공의 행보와 주변 상황에 논리를 붙이는 부분도 말이 좀 조잡해요.[각주:3]
그리고 여러 라노베에 공통적으로 보이는 행동패턴이니 현대 일본 라이트노벨작가들 머릿속에 든 클리셰라고 해도 될 것 같은데, 그런 것들.

전체적으로는, 남성향 라이트노벨 중 던전에서 만남을 추구하면 안 되는 걸까(던만추)와 비슷합니다. 일직선으로, 예정된 길을 가는 서사, 작가는 신파극 변사 역할.


3.
구판기준, 한자어 음차에 몇 가지 문제가 있어보입니다. 일본어 원문에 가나독음이 어떻게 붙어있는지 모르겠어서 짐작일 뿐이지만요.

그리고 번역.. 저거말고는 전체적으로 무난합니다. 군데군데 일본어 원문이 머릿속에서 더빙되는 어투를 번역없이 그대로 쓴 것은 다른 라이트노벨도 비슷하니까 딱히 꼬집을 일은 아닙니다. 오히려 그런 부분은 상대적으로 적다고 해야 맞겠네요.


4.
그리고 또 하나. 가볍게 읽으세요. 기본적으로 라노베 판타지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눈마새, 피마새처럼 읽지 마세요. 그러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습니다.
:)
설정이네 뭐네 해도 껍데기뿐이지, 그냥 등장인물들의 행동이나 일러스트가 너무 일본적이고 현대적입니다. 그래서 판타지지만.[각주:4] 채운국에 비하면 약사의 혼잣말은 다듬은 작품이란 생각이 들 정도.

글 자체는 잘 썼으니까, 이런 세상도 재미있네하고 읽어가면 됩니다. ^^





  1. 여담, 다른 라이트노벨인 <<약사의 혼잣말>>은 중근세 중국정도를 설정으로 잡았는데, 관직이라기에는 애매하지만 여성 노예화를 방지하고 직업여성을 양성하려는 의도를 지녔다는 설정으로 궁녀라는 게 있었고(이 세계관에서는 궁내에 후궁, 시녀, 하녀(궁녀)가 아니라 일반 업무를 보는 "여성 관리"는 원래 존재합니다), 또 궁녀는 후궁이 아니라도 꽤 높은 직위까지 오를 수는 있었습니다. 후궁 안에서만이지만. 그리고 중반부터는 주인공의 존재때문에 여성도 의관이 될 수 있게 하자 분위기가 생겼고, 의사격인 의관은 못 하지만 간호사격인 의녀는 하게 됐다는 식으로 이야기가 흘러갑니다. [본문으로]
  2. 책벌레의 하극상같은, 작가편의적으로 써놨으면서도 쓰잘데없이, 광고하는 디테일 강조는 없어요. 그건 장점. [본문으로]
  3. 이건 십 년 뒤 작품인 약사의 혼잣말이 재밌습니다. 핍진성 개연성 이런 거 다 접어두고 읽는 재미. [본문으로]
  4. 일견 정교해보이면서도 주인공이 관련되면 싹 무시해버리는 작가편의주의는 책벌레의 하극상과 비슷합니다. 군데군데 쓸데없이 사족처럼 붙는, 독자층을 겨냥한 듯한, 엉성한 피해망상도 그것과 비슷하고.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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