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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의 기본소득 실험, "행복 주지만 취업 의지 못 높여"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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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의 기본소득 실험, "행복 주지만 취업 의지 못 높여"

흥미로운 "실험"입니다. 우리라면 무작위선별혜택을 줬다가는 난리[각주:1]가 날 것이기에, 핀란드의 저 연구는 더 볼 만합니다.


2020년 기사가 최종 결론입니다. 2019년 기사는 첫 1년째의 중간결과를 가지고 이야기한 것이라 더 지켜보자는 쪽이 많았지만, 결국 이렇게 되었습니다.


ㅡ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핀란드의 기본소득 실험은 수급자들의 심리적 안정과 행복은 높였지만 취업 의지를 높이는 데는 그다지 효과 없어.


ㅡ 핀란드 정부는 유럽 국가 중 최초로 2017년부터 2018년까지 25~58세 사이 실업자 중 무작위로 선정된 국민 2000명에게 2년간 매달 560유로(약 74만원)를 지급하는 기본소득 실험.

ㅡ 재정적 인센티브를 통해 실업률을 낮출 수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한 목적(취업 전 근로장려목적). 하지만 실험군과 대조군 사이 유의미한 취업률차이가 없었음.

수급자들이 직업을 찾더라도 지급액을 줄이지는 않는 조건이었지만 결과적으로 근로의욕 고취 목표는 실패

ㅡ 핀란드 정부는 “실업자들에게 제공되는 재정적 인센티브와 취업률과는 상관관계를 찾을 수 없었다”고 결론.



야래는 몇 달 전 기사.

사우나보다 뜨거운 '핀란드 기본소득 실험' 2년만에 중단 - 조선일보 2020.2.24 [청년 미래탐험대 100] [91]

- 실업수당 대신 기본소득 제공
실업자 늘고 복지 부담 불어나… 2017년 장기실업자 2000명에 조건 없이 매달 73만원씩 지급
- 근로의욕 높이는 효과 없어
핀란드 공영방송 여론조사 60% "기본소득 반대" "그 돈이 다 어디서 나오겠는가"
- 핀란드 사회보험청 KELA는 실험을 '실패'로 규정짓는 것은 경계.[각주:2] [각주:3] KELA 마르주카 튀르넨 변화관리국장, "성공이냐 실패냐를 가리기보단 실험을 통해 기본소득이 노동 의욕을 (더) 높이진 못한다는 사실을 배웠다는 게 중요하다"


기사 도입부에는 "기본소득이 있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자기가 하고 싶은 일에 도전할 수 있게 되었다"는 말도 보인다. 그럼에도 그런 경우가 의미있는 통계치로 나타나지는 못했다는 말이다.

한국경제신문 오늘자에 한 면을 거의 다 할애해 적어놓은 기사가 있다. 아직 안 읽었는데, 나중에 정리.

https://www.hankyung.com/news/article/2018050496271

https://www.hankyung.com/international/article/2020050750861

 




인터넷에서 찾아본 다른 글들(실험 중이던 2019년에 씌어진 기사들)은 대충 이런 말을 함. 이 실험이 논란이 되자, '아직 1년 남았으니 더 해보고 논의하자'는 말이 많았다. 그 후 2년차까지를 종합한 결론이 위의 기사들이었으니, 큰 변화는 없었던 셈이다.


- 핀란드에서 저 정책은 경영계와 노동계의 지지를 받고 있는 정당들은 반대. 농민-소상공쪽의 지지를 받는 정당이 기본소득을 선호했는데 그쪽이 주도해서 해보게 된 것.


- 북유럽국가들이 복지제도가 잘 돼 있다지만 그 나라들도 그 수혜를 받기 위해서는 갖가지 자기증명을 해야 하고, 주위 사람들도 알게 되니 수급자 자존감을 고려해주자는 주장[각주:4] [각주:5]이 있었고[각주:6], 또 행정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각주:7], 그냥 전국민에게 조건없이 일괄지급하고 예산이 더 필요하면 세금을 더 걷는 게 어떠냐는 발상이었다고. 그런데 생계비로 계산되는 액수를 국가가 지불하기 위해서는 세율이 엄청 높아져야 했고, 기본소득제하면 좋을까요하니 호의적이던 여론도, 실제 얼마를 지급할까하는 계산과 세율계산이 제시되니 급냉담해짐.


- 그래서 결국, 실제로 그렇게 하려면 재정상 불가능하지만 단기 실험이라는 명목으로 소수에게 월 560유로를 지급하는 저 실험이 생기게 됨. 만약 기본소득을 받은 실업자가 더 적극적으로 취업을 해서 실업수당을 안 받고 국가에 세금을 내면, 실업률이 낮아져 소위 선순환이 되지 않겠냐는 이야기였던 것 같음. 하지만 효과가 없었다는 게 결론.


- 다른 글에서는 월 560유로는 너무 작아서 아니지 운운하는데, 그건 저 나라 사정을 감안해 읽어야 하는 부분. 저 실험에서는 기본소득을 받는 사람이 실업수당도 여전히 받았다. 그리고 핀란드의 실업수당은 평균 1000유로 정도고 핀란드의 제도특성상 더 많이 받고 있었음.[각주:8] 실험 성격상 취업시장에 신규진입하는 사람들은 후보군에서 제외. 게다가 이 돈은 취업 인센티브도 아니다. 하든 말든 주는 것이니까. 또, 만약 취업하면 이 돈은 계속 받지만, 동시에 받던 실업수당이 끊어지는 경우도 있지 않았을까. 그럼에도 실업률이 더 낮지 않은 것만 해도 돈받은 사람들이 더 나태하지는 않다는 이야기니 성공아니냐는 식으로 해석하는 사람도 있는데, 그것도 틀린 이야기같다. 월 560유로라는 금액선정 자체가 그걸 고려해 나온 것 같기 때문이다(왜냐 하면, 실업수당을 대신한 기본소득이라는 의도로 만든 것이기 때문에, 취업하는 것보다 더 많이 받도록 설정하지는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 기본소득에 얽힌 또 다른 이야기는, 최근 우리 정부의 국가가 재산상관없이 지급하는 재난지원금과도 맥락이 통한다. 핀란드의 기본소득은 글자 그대로 재산무관하게 사람 1인(?)에게(우리나라 재난지원금은 1가구 기준이지만) 국가가 입금해주는 기초생활비개념이다. 그래서 선별복지 vs 보편복지이야기로 갈 수도 있을 것 같다. 기본소득제를 시행하면서 실업수당은 물론, 각종 명목으로 신청받아 지급하는 제도를 폐지할 경우, 그 제도하에서는 자녀를 가진 편부모가정이 제일 수혜를 덜 받게 될 것 같다는 이야기가 있었다고 한다. 즉, 기본소득제도를 시행해도 그 단점을 보완하려면 행정간소화는 물건너가고 수급자 자기증명은 여전히 필요한 셈?


- 다른 쪽에서는 "취업시장이 좋아야 취직을 하지 기본소득 좀 주어 의욕을 준다고 취직이란 결과가 나오냐"는 말도 한다. 그런데 이 말은 반대로, '그렇다면 기본소득에 예산을 쓰기보다 직장을 늘릴 경제정책에 예산을 쓰는 게 더 낫지 않냐'는 이야기를 떠올리게 한다.


- 행복감 증가라느니하는 소리는, 적어도 설문조사로 확인하는 것은 방법론부터 틀린 것 같다는 이야기도. 수급자입장에서는 뭐든 더 받는 게 좋기 때문이기도 하고, 어지간히 정치적인 고집을  가진 사람이 아닌 바에야, 공돈을 더 받았는데 개인적인 행복감이 떨어졌다고 말할 사람, 자기 삶의 질이 떨어졌다고 응답할 사람은 없기 때문.[각주:9]

이 이야기는 아직, 다른 기사나 좀 더 믿을 만한 소스로 재확인하지는 못한 것이다. 읽으며 내가 오해한 부분도 있을 수 있다. 구글검색으로 핀란드 기본소득제도라고 치면 나오는 문서들.


  1. 월스트릿 시위에 빗대어 유명한 카푸친원숭이 오이실험처럼 [본문으로]
  2. 기본소득으로 다른 정책을 대신할 수 있느냐를 시험해본 것이지 기본소득제도가 좋냐 나쁘냐를 시험한 게 아니기도 하고, 여기도 정부기관이라선지 실패를 인정하면 '예산낭비했다'는 비난을 받을까 걱정하는 늬앙스. [본문으로]
  3. 이런 식으로 쓴 discussion은 의학, 생화학논문을 읽다 보면 잘 나온다. 실험대상이 어떤 약물에 대해 기대된 반응을 할 수도 있고 하지 않을 수도 있는데, 기대한 결과가 나오면 신나서 향후 이야기를 써가고, 기대한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실험 자체는 실패지만 그걸 알게 됐다는 데서 얻은 소득을 적고 나는 헛되이 시간을 보내지 않았어 주렁주렁 이야기를 달아가는 것하고 비슷하다. "실험군과 대조군을 나눠 진행한 기본소득 실험"이니까. [본문으로]
  4. 우리나라 무상급식논란때 이야기가 생각났다. 나는 급식 자체는 찬성이었지만, 그 비용처리에 있어서는 완전 무상급식보다는 프랑스던가? 다른 나라처럼 지방자치단체가 부모에게서 걷는 세금이나 다른 부담금에 포함해 차등부과하는 게 나았다고 보는 쪽이다. 어쨌든 학생과 교사의 손을 통해 수금하지 않는 게 낫다는 데는 동감. [본문으로]
  5. 학교다닐 때 내가 좀 별나서, 급식비는 아니었지만 온 학급이 다 보는 앞에서 '집에 돈없어서 못 낸다'고 교사하고 싸우고도 학교생활에 지장없었고 담임도 마음에 두지 않았지만, 그것은 별로 기분좋았던 기억은 아니다. 그리고 세상에는 마음약한 아이와 뒤끝이 있는 교사도 있겠지. [본문으로]
  6. 그런데 핀란드는 국민 납세내역을 줄세워서 실명 공개하는 나라지 않나? 전에 해외토픽으로 본 것 같은데. [본문으로]
  7. 행정전산화가 진전되면 이런 비용은 점점 줄어갈 것이다. 중앙은행발행 디지털화폐가 생기면 정말 부처님손바닥안처럼 납세자의 수입지출내역을 추적할 수 있게 된다. [본문으로]
  8. 내가 읽은 글을 보면, 이야기는 다르지만 우리나라의 기초연금+국민연금구처럼 이중제도가 있는 모양. [본문으로]
  9. 게다가 부정적인 응답을 하고 싶어할 저 정책의 반대자는 처음부터 저 설문을 받을 대상이 아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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