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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 재래시장

1.
상설시장과 정기시장을 살려야 한다는 생각이 점점 없어진다. 아, 이런 걸 존속시켜야 좋은 줄 머리로는 알고 있다. 그걸 먼저 덧붙여둔다.

요즘은 음식하는 법도 가전하지 않는다.
장보는 법 역시 마찬가지다.

재래시장에서 장보는 것은
자동차나 자전거 정비하는 것과 비슷하다.
소비자관점에서, 배우고 즐기는 것이라 생각하는데
그러는 게 귀찮아졌다. 그냥 크고 작은 동네마트, 하나로마트, SSM, 대형마트, 인터넷에서 끝내고 싶다.

물론, 바람을 쐬거나 다른 도시에 가서 구경하기로는 천편일률적인 마트보다야 재래시장이 제맛이다. 하지만 내가 거기 산다고 하면, 문학적인 의미에서 좋아 죽는 그런 건 절대 아니다. 대개 재래시장근처 생활물가가 싼 거야 환영이지만[각주:1], 일단 장보는 게 피곤하다. 물건을 살 때, 사람이 아니라 시스템을 상대하는 느낌이 편할 때가 있다.[각주:2] [각주:3] 내가 그 동네에서 자라서 알기라도 하는 사람이 아닌 이상.

그리고
옛사람은 살이가 각박해졌다고 표현했다.
우리는 뭐라고 적어야 할까. 여유가 없다?
공맹의 도도 등따습고 배부른 다음이라 해서?
누가 전통을 살리자, 생활문화를 보전하자, 거리를 보존하자, 상생하자고 말한다면, 나는 이제는 그건 관심가진 당신이 좋을 대로 하라, 하지만 내게 강요하지는 말라고 하겠다. 기록은 원한다. 절실하게 원한다. 하지만 내게 연기하라면 싫다. 적당한 이유가 필요하다.

2.
재래시장이란 말은 소상공, 자영업이란 말과 연결된다. 그래서 이제 됐다는 말은 함부로 하면 안 된다. 재래시장들은 상품의 질과 양 모두 넓은 범위를 커버하기도 한다(그 점에서는 무척 친환경이다). 그 밖에도 가치를 찾는다면, 지금 이걸 적으며 생각해내지 못한 게 여럿 있겠지.

하지만 음.. 뭔가, 시장을 걷다 보면 뭔가 있어야 할 게 없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어떻게든 바꿔보려고 애쓰는 모습은 서울이나 지방이나 상설시장이나 정기시나 볼 수 있지만, 90년대 이래 유행어가 된 소위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 이런 형태의 상거래와 삶을 영위하는 방식을 원하는 새로운 사람이 앞으로도 많을까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각주:4] 지금의 어느 어른들은[각주:5] 어느 시기 어디의 스냅샷을 박제해놓고 그걸 보존해야 한다며 무리하고 있는 건 아닐까. 슬쩍 옆으로 흘리며 해보는 헛말이다.


잡담을 너무 길게 적었다.


  1. 때때로 정말 절실하게. 당연히 트레이드오프가 있지만 그게 중요하지 않을 때도 있다 [본문으로]
  2. 수백 가지 물건을 사는 마트에서도 차라리 비싸게 사면 그런가하지 몇 번 품질떨어지는 물건을 잘못 사면 믿음은 증발한다. 재래시장과 장터는 개인 노점이 많고 품질이 다양한 신선농산물을 취급하는 특성상 오해든 고의든 요즘 유통방식에 익숙한 소비자의 신용을 잃을 기회가 훨씬 많고 쉽게 발길을 돌리므로 잃은 신뢰를 회복할 수 없다. 다음에는 에어컨 시원하게 나오는 큰 마트에 간다. [본문으로]
  3. 고민되면 지갑을 열지 않는 게 맞다. 물어보고 구경만 하고 장을 돌아다니는 즐거움을 맛보며 시간보내는 데 부담이 없어야 한다. <u>파는 사람 추천은 지역농민같지 않은 장사가 그러면 싹 무시하고 감을 믿는 게 차라리 낫다.</u> '물건은 돈값만큼 하니' 싸다고 가면 믿을 만한 장사도 없고 또 사람구하러 시장가는 거 아니다. 좋은 구매는 지불하는 돈값을 하는 상품일 뿐. 실수하고 속기도 하다 좋은 가게를 안다. 숫기없고 물건을 가늠할 줄 모르겠거나, 그런 거 생각할 만큼 한가하지 않거나, 그런 사소한 건 취미가 아니면 <b>마트 Go Go. </b> [본문으로]
  4. 몸과 마음이 따로 노는 느낌도 있고. [본문으로]
  5. 그들보다 '더 나이든 어른들'은 언제나 흘러가는 것을 놓아주며 살았을 것이다. 유산을 유지하는 것도 여유가 있어야 하는 것이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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