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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상수리(도토리), 그리고 도토리묵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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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상수리(도토리), 그리고 도토리묵

이 글은 가을(10월) 이야기입니다. 연말 정리입니다. :)

도토리묵 만들어보셨어요?
대전이라는 지방은 재미있는 것이, 변두리 산에 재미있는 게 많습니다.
그 중 하나가 가을 상수리, 도토리입니다.
보통 도토리라 하면 두꺼운 껍질에 싸인 길쭉한 녀석을 생각하기 쉬운데
도토리묵은 그런 열매로도 만들지만, 보다 보다 둥그랗고 큰 걸로 만들면 더 쉽다고 합니다.
덜 떫고 손이 덜 간다고 하죠.

단풍이 들고 낙엽이 떨어진다 싶을 때가 도토리를 줍는 철인데, 하루 시간내서 열심히 산에서 주운 도토리로 묵을 쑬 수 있습니다. 아래는 들은 내용과 본 것과 해본 것: 도토리묵을 만든다는 건, 도토리를 주워서 씻어서 갈아서 녹말물을 내서 말리는 것입니다. 그러면, 마트에서 파는 도토리가루가 됩니다. 그것도 순수한 국산. 도토리 껍질을 까서 시작하면 쉽지만 그건 도토리가 좋을 때 이야기라고. 그런데, 그냥 할 건 못 되고, 손이 가서 힘이 많이 들어요. 가는 것도 기계를 쓰거나 방앗간에 가야 하니까요. 전체적으로 비용도 들고 산을 누비고 갈고 짜고 말리는 과정이 시간을 많이 잡아먹고 힘들기 때문인지, 농사일이 있는 시골 사람들은 안 하고 도토리묵을 만들어 파는 사람들이나 주말에 놀러 나온 도시 사람들이나 재미로 하고 마는 모양입니다. ^^;  재미있다고 해서 해보니 그거 힘들데요. 묵을 남길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다. ㅎㅎ

도토리를 줍다 보면 이렇게 싹이 난 걸 볼 수 있습니다. 도토리는 떨어지면 바로 싹이 틉니다.
도토리가 아래를 보며 매달려있는데, 바람이 불어 떨어지면 바로 아래로 박히죠. 그리고 박힌 자세에서 그대로 뿌리가 나오기 시작합니다. (맨 아래 사진 참조)

예쁘죠?


그런데, 정말 좋은 도토리로 가루를 내면 별로 떫지가 않다고 해요(가루도 밝고 별로 안 떫더라고요. 보통 식당에서 시켜먹을 땐 저는 도토리묵이 떫어야 도토리가 많이 들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녹말말고 위에 뜬 물은 색이 아주 짙고 또 떫죠. 그래서, 도토리가루 성분을 적게 쓰고 밀가루를 쓰면서 떫은 맛을 내려면 그 물을 섞기도 한다고 합니다. 한편, 작은 도토리나 갸름한 녀석들로 가루를 내면 어둡고 떫은 가루가 나오기도 한다고, 즉 재료가 되는 도토리마다 약간씩 차이도 있는 모양입니다.

이렇게, 싹이 틉니다. 꼭지에서 뿌리가 먼저 나오고 이것이 본체를 위로 밀어 올려 떡잎을 뺍니다. 콩나물 자라는 걸 생각하시면 됩니다.  뾰족한 부분이 땅에 콱 박히고 싹이 트는 걸 보면 신기합니다. :)

첨언:
밤하고 비슷하게, 도토리는 사람만 먹는 식품이 아닙니다. 도토리를 줍다 보면 청설모가 깩깩거리며 견제하고, 자칫 벌집을 건드릴 수도 있으며, 도토리가 떨어진 다음 하루이틀만 지나도 벌써 벌레들이 알을 까고 애벌레가 집을 짓기도 합니다. ^^; 이건 밤도 마찬가지죠. :)
밤보다 도토리가 나은 건 한 가지, 밤따다 밤송이가 머리 위로 떨어지면 좀 곤란합니다. (그렇죠? ㅎㅎ)

하지만, 도토리가 머리 위로 떨어져도 딱! 소리가 나며 아플 뿐입니다. 가을 산에서는 종종 떨어지는 도토리에 맞기도 하고, 주우며 지나간 곳에 바람이 불면 또 도토리가 탁! 하고 떨어지기도 합니다. 조용한 산에서 그것도 정취라면 정취입니다. ^^

그리고 마지막으로 안전! 양지바른 무덤 근처나 좀 분위기 있는 곳에는 벌집이 있을 수 있습니다. 땅벌, 말벌같은. 산 좀 타면 감으로 이런 걸 알 수 있는데 아니면 조심하는 수밖에.. 그리고, 여자분들은 연령 불문하고 절대로 산에 혼자 다니시면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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