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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소화: 만든 꽃처럼 예쁘지만 정원에 심을 때는 아주 조심해야 하는 식물 본문

농업, 원예

능소화: 만든 꽃처럼 예쁘지만 정원에 심을 때는 아주 조심해야 하는 식물

능소화는 참 예쁘죠.

잎도 광택있고 꽃대도 좌우대칭으로 나와서 꼭 공예로 만든 조화같습니다. 꽃도 큼직하고 깔끔하고 예쁘고 계속 피어서, 마치 학교다닐 적 반이나 학과에 있던, 키크고 얼굴도 미인이면서 화장도 잘 하고 목소리도 존재감있던 학생을 보는 느낌입니다. 모델같은 꽃. 아파트단지의 가장자리 펜스에 능소화덩굴만 올린 동네가 있는데, 볼 만했습니다.


하지만 능소화는, 아주아주 독한 성정(?)이 있어서, 이것만 심을 것이 아니라면, 아주 세심하고 꾸준한 관리가 필요한 식물이기도 합니다.

아래는 어느 건물을 지나가다 찍은 사진인데요, 관리를 잘못해서 능소화 그루가 그것이 타고 올라가는 소나무 그루만큼 굵어졌습니다. 저렇게 되는데 오래 안 걸렸어요. 능소화는 한 번 세가 붙으면 무섭게 자라고 굵어지는 꽃나무입니다.

오른쪽 하단, 꼬인 나무줄기(그루라고 불러야겠네요)가 2개 보이죠? 오른쪽 질겨보이는 것이 능소화입니다. 초겨을이 되면 잔가지가 바싹 마르지만, 봄되면 물차면서 거기서 다시 나오는 것 같더군요.

그리고 능소화는 뿌리로도 아주 넓게 번집니다. 정원에 한 그루 심으면 해가 지남에 따라 정원 콘크리트와 보도블럭 아래 흙을 타고 뻗은 뿌리가, 다른 데서 흙이나 돌틈새, 콘크리트 틈새에서 올라오기도 해요.[각주:1]

그리고 그 덩굴은 시멘트마감해놓은 곳을 쉽게 갈라지게 하고, 다른 식물을 감아죽입니다. 나팔꽃덩굴은 방치하면 나무를 타고 올라가는 모양이 참 지저분하고, 호박덩굴은 잎이 넓어서 그것이 타고 올라간 나무에 타격을 크게 주지만 가을이면 말라버리는데, 저건 다년생이고 저렇게 굵어지기 때문에 방치하면 정원을 완전히 망쳐버립니다.

그래서, 만약 능소화를 좋아한다면, 담 위를 장식하는 덩굴은 능소화만 심고, 비료는 필요없습니다. 그리고 생각에 너무 굵어진 그루와 원하지 않는 식으로 뻗어가는 덩굴은 주기적으로 쳐내서 다듬어주는 것이 좋습니다. 저거 몇 년 방치하면 톱으로 썰어야지 전지가위로는 엄두가 안 납니다.

특히 다른 식물과 이웃해 심겠다면, 꾸준하게 주의해 관리할 - 가지치기해 너무 세를 불리지 못하게 해줄 - 필요가 있습니다. 이건 정원에선 모든 덩굴식물 - 나팔꽃도 포함 - 에 해당하는 말이지만, 특히 저 식물은 지독하게 다른 나무를 죽여나가서 자기 덩굴받침으로 만들어버립니다. 그렇게 할 뿐만 아니라, 겨울이 되면 다른 나무가지에 바짝 마른 능소화가지가 여기저기 얽혀서 정말 을씨년스런 분위기를 자아내요. 이 정원은 끝났구나하는 생각이 확 들게 말이죠. 

 

  1. 저거 정원 시멘트나 블럭포장 밑 땅속에 한번 큰 뿌리가 넓게 자리잡고 나면, 아무리 쳐내도 쳐내도 약으로 죽여도 죽여도 끈질기게 살아남아 어디서 새로 덩굴을 올립니다. 그래서 한 번 자리잡은 땅에서는 매년 보일 때마다 능소화덩굴을 쳐주는 게 정원관리의 큰 일입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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