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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전쟁을 "남침"으로 부르지만 가끔 같은 뜻으로 "북침"이라 잘못 부르는 사람들이 있는 이유 본문

학습, 공개강의/읽기와 쓰기

6.25 전쟁을 "남침"으로 부르지만 가끔 같은 뜻으로 "북침"이라 잘못 부르는 사람들이 있는 이유

애초에 헌대사의 그 파트에서 "북진"은 제대로 이해하면서 "남침"만 꼭꼭 반대방향으로 읽는 것부터가 요즘말로 누군가에게 "가스라이팅"당했기 때문이겠지만요.

1.
그런 혼동이 생긴 이유는, '남침'이 '남한을 침략'의 줄임말이냐 혹은 "남쪽으로 침략"의 줄임말이냐 여부나, '남'+'침'의 글자 조합이 어떤 로직으로 그 뜻이 되느냐 이전의 이야기예요.

국어든 영어든 어느 나라 말이든,

A라든 단어와 aaa라는 뜻을 대응하는 것은, 계산식이 아니라 그냥 A = aaa 라고 대응해 가르치는 교육이죠. 특히 역사용어일 경우는 더 그렇습니다. 빠르게는 수십 년 전과 지금, 멀게는 수백년 전과 지금을 사는 사람들이 받는 교육이 다르고 언어생활이 다르기 때문이죠.

그래서, 6.25전쟁은 "남침"이라고 부르고 그 "남침" = "북한이 남한을 침공했다"고 말하는 것은 그 자체가 교육이지, 이걸 1+1=2라는 식으로 풀어가는 게 아닙니다(그러니까 한자로 치면 상형문자지 형성문자가 아니라고요). 그런 로직같은 거 언어생활에도 있지만 그렇게 철칙같은 건 아닙니다. 케바케가 많죠. '역전앞'이라는 말에 동어반복이 있지만 그냥 쓰고, '남동풍'이라는 말이 남동쪽으로 불어가는 바람이 아니라 '남동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인 것처럼 말입니다. 그리고 "동진"은 동쪽으로 가는 것이지 동쪽에서 오는 것이 아닙니다. 그런 것은 사람들이 그렇게 쓰자고 뜻을 약속한 것이지, 세종대왕님이 정해준 게 아녜요. [각주:1]


2.
그럼 "6.25 = 남침"으로 돌아와보죠.
이건 6.25전쟁을 겪은 세대부터 그냥 남침이라고 불러왔어요. 6.25전쟁은 "남침"이고 그 남침의 뜻은 "북한이 남한을 침공했다"으로 당시의 언중이 그렇게 자연스럽게 약속한 겁니다. 그래서 그렇게 불러왔죠.

그러다가 1980년대~1990년대 초 국내에서, 미국의 모씨책을 가져온 소위 "수정주의 사관" 숭배자들이 벌떡벌떡 일어서면서, 이 전쟁의 책임이 어디에 있느냐를 두고 남한책임이라고 우기는 사람들이 나왔고, 이 사람들은 6.25를 남한이 북한을 침공한 "북침"이라고 부르거나, '그 전부터 전쟁상태라서 책임이 없다' 운운하기도 했습니다. 그들이 그 "썰"을 수입해 국내 대학가에 퍼뜨리고 불과 몇 년 지나지 않아 베를린장벽이 무너지고 소련이 무너지면서, 냉전 초기의 역사자료들이 공개되었고, 그래서 저거 다 정보가 부족하던 시절 일부 학자들이 잘못 알고 한 틀린 주장인 게 드러났지만요. 김일성과 박헌영이 스탈린을 몇 번이나 찾아가서 "남한은 껌이니까 우리가 전쟁하게 도와주세요"했다던가, 그래서 상세한 플랜을 머리맞대고 같이 짰다든가, 침공 전까지 소련에서 무기를 받고 중국(중공)에서 군대를 받아 준비를 마쳤다든가 등..

아직 태평양전쟁과 6.25전쟁(6.25동란, 또는 6.25사변이라고 불렀습니다. 훨씬 후대에 와서 정리한 용어가 6.25전쟁입니다)을 겪은 세대가 많이 살아있었고 이산가족상봉이 온국민의 관심사던 80~90년대 당시 6.25전쟁은 큰 아픔으로 남아있었고, 전쟁을 시작한 주체는 그 책임을 엄중하게 져야 한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기에, 수십 년 동안 북한의 김일성은 큰 비난을 받아왔습니다.[각주:2] 그들은 그 책임 소재를 북한에게서 남한으로 넘기거나, 양쪽 누구에게도 책임이 없다는 식으로 결론을 돌리는 용도로 그 "썰"을 이용했습니다.

그리고 한동안 각급학교의 역사교육과정에서 6.25 전쟁에 대한 교육이 희미해집니다. 아예 한국 역사를 가르치면서 현대사를 선택과목으로 바꿔서 대학입학 시험에도 안 나오는 경우가 돼버렸으니, 6.25전쟁을 남침이라고 부른다는 교육은 고사하고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에 대해서도 정식으로 배우지 못하고 고등학교를 졸업한 사람이 나와도 이상하지 않게 됐던 거죠.[각주:3] 그러니 그 전쟁을 이야기하며 남침이라고 부를 것이냐, 북침이라고 부를 것이냐는 그냥 자기가 아는 상식으로 생각해 재단해버리는 사람도 나온 것입니다. 원래 그렇게 사용하는 말이 아닌데도.

그리고 언제부터인가 한동안은 사관학교에서도 6.25전사를 가르치지 않았다고 합니다. 전쟁사를 가르쳐야 하는 육군사관학교에서, 이 땅에서 벌어진 가장 대규모의 현대전사를 선택과목으로 바꿔버려서 이수하지 않고 졸업해 임관하는 장교가 많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어처구니없는 이야기죠.

그런 판입니다. 그러니 남침이냐 북침이냐를 가지고 오락가락하거나, 제대로 쓰는 말이 자기 머릿속과 다르다며 짜증내는 사람이 자연스럽게 생기는 겁니다.


3.
영어공부할 때, 동사구, 부사구, 숙어를 공부하며 A in B냐, A on B냐를 어떻게 공부하세요? 이건 사람이 쓰는 말이니까 일단 외죠? 독일어공부도 마찬가지고, 일본어공부할 때도 한국식으로는 이 단어가 아니라 저 단어를 쓸 것 같은데싶어도 원어민이 쓰는 걸 외죠? 그걸 생각하면 됩니다.

페터 빅셀의 "책상은 책상이다"라는 단편을 아는 분이 계실 겁니다. 고교 국어공부할 때 지문으로 접한 분도 있을 텐데요, 언어의 사회성이란 말이 나옵니다.

  1. 교육못받은 무식한 사람이, "나는 동의한 적 없다"며 박박 우길 일이 아니라는 것. [본문으로]
  2. 그리고 북한의 김일성은 침략을 실패한 책임을 물어 박헌영일파를 숙청하고 독재기반을 닦았지만 내외적으로는 엉뚱한 소리를 했더랬죠. [본문으로]
  3. 미션스쿨에서 성적에 아무 지장없고 출석만 하면 졸업은 시켜주는 채플이나 종교교과시간에 배운 거 제대로 기억하는 사람은 적을 겁니다. 그나마 그 출석의무도 없다면?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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