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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꾼(네티즌)은 라퓨타에 사는 사람? 본문
1.
종종 그런 생각이 듭니다.
종이신문, 방송, 라디오시대와 별로 다르지 않게
자기들이 귀기울이는 채널이 전달하는 시사이야기가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자주 만나는/링크거는/글과 댓글쓰는 사람들의 화제가 세간에서도 중요한 이슈인 지 착각. 대개 넷은 현실을 반영하니까 틀리지는 않은 이야기일 때도 많지만, 그렇지 않거나 그 화제는 중요한 게 맞는데 이야기가 산으로 가버랄 때가 대부분입니다. 1
그리고, 이게 아니라,
이거같다는 생각이.. 누가 두드려주면 깨어나고 아니면 "아스트랄"로 생각이 가는.. 2
이 그림을 보고 요즘 인터넷 커뮤니티와 닮았다는 생각을 자주 했습니다. 3
과거 아날로그, 활자 세대나 지금 디지털, 네트워크 세대나 비슷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매체에 휘둘린다"고 비판하는 사람들조차 비슷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세상의 온갖 문제가 다 뉴스가 되어 흘러들어옵니다. 인터넷은 정보량을 말도 못 하게 늘렸습니다.
하지만 개인은 물리적으로 그걸 다 신경쓸 수 없고 그럴 의사도 없습니다.
"매스 커뮤니케이션"(대중전달)이란 말이 생각났는데, 전달자의 의도를 의심하기 이전에, 개인이 감당못할 양을 전달하도록 발전한 그 자체가 저런 현상을 필연적인 결과로 가지고 있을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렇게만 생각하기에는 찜찜해서, 우리보다 백 년 이상 먼저 대중미디어가 발달하기 시작한 나라들의 사람들이 지금 어떻게 "일상적인 정보처리"를 하고 있는 지 궁금해집니다. 어쩌면, 예나 지금이나 우리에게 "시간"이 없어서일까요. 시간이 생기면 세월이 해결해줄까요. 하지만 시간이 난들 그런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은 산처럼 많습니다.
라퓨타 이야기에는 쓸데없는 연구에 매진하는 사람들을 풍자한 이야기도 나옵니다. 그 부분을 읽고 제가 한 생각은 두 가지인데, 하나는, 역시 영국인! 이라는 것 ^^; 예나 지금이나 정말 기상천외한 영국발 연구 뉴스가 많이 나오니까요. 둘째는, 그런데 어떻게 생각하면 저거 해볼 만 한 거 아닌가, 내가 잘못 생각하나하는.. 그런 거. 어릴 적에 처음 읽었을 때는 그냥 걸리버의 묘사에 별 생각이 없었지만 지금은 머릿속이 복잡해져서인 지 그렇지 않네요.
2.
이 이야기를 인간확장 글분류에 넣은 이유는, 멀티태스킹이란 게 사람으로 치면 어느 면에서 이런 식으로 보이지 않을까 해서입니다. 우리는 정보처리를 위해 만들어져 정보처리를 위해 사는 기계는 아닙니다. 그런데 일상이 이런 식으로 바뀌어서 알람뜨면(=풍선을 두둘겨주면) 그때 그때 우리가 미리 계획했거나 누가 할당한 일을 해가거나, 새소식에 반응하고, 짬이 나면 멍때리면서(=멍하니 하늘을 걱정하면서) 시간을 효율적으로 소비하며 하루 하루를 보내게 된다면, 그 때 우리는 뭐가 돼있는 걸까요.
여담으로, 라퓨타의 남자들이 다 저 모양이라서, 라퓨타의 여자들은 (그 나라의 수도이자 가장 풍요로운 라퓨타를 벗어나) 기회만 있으면 일본 오타쿠말로 '리얼충'이 사는 지상으로 도망가려 하거나, 남자들이 저 꼴로 집안에 무관심한 사이에 바람핀다는 얘기가 소설에 실려 있습니다. ^^
ps.
멀티태스킹의 오버헤드:
"각종 연구에 따르면 평균적으로 직장인들은 하루 일과 중 무려 3분의 1을 ‘업무전환을 위한 집중력 되찾기’에 허비한다고"
- 누가 "애정남"이 되거나 매번 설명을 달아주거나, 뉴스 큐레이션을 해주면 좋지 않겠냐할 수도 있지만 그걸로 끝은 아닙니다. [본문으로]
- 말장난입니다만, 라퓨타인은 항상 그런 걸 걱정한다죠. 그래서 다들 고개를 삐딱하게 하고 하늘만 바라봄. 아래 그림에서 옆에 있는 하인이 손에 들고 있는 풍선으로 머리를 때려주면 그 때 현실문제로 대화를 합니다. [본문으로]
- 조나단 스위프트의 <걸리버 여행기> 라퓨타 여행편에 나오는 그림이라고 합니다. 무척 오래된 것 같은데, 원판에 있는 그림인 지, 누가 그렸는 지는 모르겠네요. 걸리버 여행기 중에 지금 시사이슈와 상관있는 것 다른 하나를 꼽으면 죽지 않는 사람들을 사회가 어떻게 대우하는가 하는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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