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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실명제를 하자는 의견에 대해. 반대. 본문

모바일, 통신/SNS - 문화, 매체

인터넷 실명제를 하자는 의견에 대해. 반대.

인터넷 실명제, 댓글 실명제를 하자는 논의는 길게는 약 20년 전까지 거슬러올라갈 것이다. 즉, 인터넷 게시판을 통한 의견 교환과 여론 형성이 주목을 끌기 시작하면서 같이 있어 온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각주:1] 그런데 지금까지 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첫째 불가능하고, 둘째 불필요하기 때문이다. [[각주:2]] [[각주:3]] [[각주:4]]


재미있게도 역대 각 정부는 여론이 힘이 될 때는 자유를 말하고, 여론이 부담이 될 때는 통제를 말했다. 그것이 각 정부의 정책이 별로 효과적이지 못했던 이유 중 하나기도 했다. 여론을 정부가 바람을 일으키는 대로 움직이고 만족하는 데 애썼기 때문이다. 그런 생각의 근본은 결국 저 오래 전 긴급조치 시대로 거슬러올라갈 수 있다. 그리고 이번 정부도 그런 유혹을 받는 것 같다.


`댓글 실명제` 6년전엔 위헌…악플 판치자 이젠 부활여론 대세

매일경제신문 2018-01-23

"실명제땐 악플 줄어" 75%, "악플러 강력 처벌을" 90%

국회서 `실명제법` 발의…靑게시판 `도입 요청` 쇄도

"정치선동·거짓정보 범람…여론 왜곡 부작용 심각"


악플이라도 그 글을 쓴 사람의 의견이 위조되지 않고 표현된 것이라면, 일단 거기에는 의미가 있다.[각주:5] [각주:6] 

악플의 기준이 무엇일까? 악플이 아니려면 "교양있는 서울 중류층 가정에서 상용하는 어휘와 문형을 기준으로 하며 비속어를 쓰지 않을 것"? 표준말도 폐지된 요즘 세상이다.


그리고 실명제가 된다 할 때, 얼마나 크게 달라질 것인가? 별로 달라질 것 같지는 않다.

SNS는 국제적이다. 그리고, 국내법 관할권을 벗어나 외국 법인이 외국 서버에 만든 국문 서비스 포털 사이트에서 익명서비스를 제공하면[각주:7] 손댈 수 없다.[각주:8] [각주:9] 1990년대 PC통신의 전성기때는 훨씬 좁은 이용자풀을 가지고 실명제로 운영됐지만 크게 다르진 않았다.[각주:10] 그 때가 점잖았다 생각하는 사람들은, 착각이다. 유즈넷시절 광고가 없고 스팸이 적었다며 그리워하는 사람들과 다르지 않다. 지금 세상에 적용할 수 없다.


그보다는 인터넷 기사와 커뮤니티 사이트 게시판에 붙은 댓글에 너무 신경쓰는 것, 그리고, 자기와 다른 정치관을 가진 타인이 존재하는 사실 자체를 못 견디는 심성[각주:11]이 문제일 것이다. 지난 정부든 이번 정부든 어느 누구의 지지자든 말이다. 상대의 존재와 상대의 말을 이 정도 - 2007년[각주:12]과 2010년[각주:13]과 2012년[각주:14], 2016년과 2018년 모두 말이다 - 도 못 견딜 것 같으면 우리는 왜 투표를 하나? 매번 주도권을 쥐는 대로 상대를 몰살해버리지 말이다. 그래, 우리가 욕하던 조선시대의 사화가 생각나지 않나? 


인터넷 게시판과 포털의 뉴스 댓글란은 학자들이 이름을 걸고 나온 토론장도 아니고, 교양인이 심사숙고해 다듬은 글을 주고 받는 공개 서신교환도 아니다. 그곳에 참가하는 사람은 당신과 내가 다니던 초중고등학교의 교실, 쉬는 시간에 잡담을 주고 받던 급우들 수준을 그리 벗어나지 않고, 시장 거리의 사람들과 노숙자들의 입담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자, 일단 국어시험점수나 한국어능력시험점수 80/100점 이상인 사람만 댓글달 권리를 인정해주고 30분 간 퇴고할 시간을 준 다음에 게시 공개되도록 할까? 실명제를 하겠다는 이유가 점잖은 말을 보고 싶다는 것이니 그런 조치가 뒤따라야 할 것이 아닌가.


나는 구글방식의 실명제도 싫어한다. 당연히, 통제를 곁들일 정부차원의 실명제도 좋아하지 않는다.

가짜 뉴스와 여론조작 시도에 대응하는 것과 이 문제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다. 



"말뚝이"라는 전통 캐릭터를 아는가?

아래 내용은, 한국민속대백과사전의 해당 항목에서 발췌한 것이다. 우리 조상들은 이렇게 놀았다.
말뚝이는 가면을 쓴, 지금 기준으로 치면 익명 여론을 상징한다 말할 수 있는 캐릭터다.


말뚝이 네이, 서산 나귀 솔질하여 호피 안장 도두 놓아 가지고요, 앞 남산 밖 남산 쌍계동 벽계동으로 해서 칠패 팔패 돌모루 동작을 넌짓 건너 남대문 안을 써억 들어서 •••••• 써억 나서서 아래위로 치더듬고 내더듬어 보니깐두루, 샌님의 새끼라곤 강아지 애들 녀석 하나 없길래 아는 친굴 다시 만나서 물어보니깐 떵꿍 하는 데로 갔다 하길래, 여기 와서 발랑 발랑 찾아 여기를 오니깐두루, 내 증손자 외아들놈의 샌님을 예 와서 만나 봤구려.

- 양주 별산대놀이, 이두현본


이는 ‘말뚝이 노정기路程記’라고 부를 수 있는 대사로, 말뚝이는 양반들에게 시중을 들고 복종하는 체하면서, 실제로는 양반의 약점을 폭로하고 양반의 위선을 풍자한다.


말뚝이 이제야 다시 보니 동정은 광활하고 천봉만학은 그림을 둘러 있고 •••••• 이 어든 제기를 붙고 금각 담양을 갈 이 양반들아 말뚝인지 개뚝인지 제 의붓아비 부르듯이 임의로 불렀으니 (허리를 굽힌다) 말뚝이 새로 문안 아뢰오.

- 동래 야류


동래 야류의 말뚝이는 허리를 굽히며 문안을 아뢴다고 하면서, “제 어미와 근친상간하고 당장 담양으로 귀양갈 양반들아” 하고 양반들을 조롱한다.


양반 양반을 모시지 않고 어디로 그리 다니느냐.

말뚝이 본댁에 가서 마나님과 하고 하고 재독再讀으로 했습니다.

양반 이놈 뭐야!

말뚝이 문안을 드리고 드리고 하니까

말뚝이 좆대갱이 하나 줍디다.

양반 이놈 뭐야!

말뚝이 조기 대갱이 하나 줍디다.

양반 조기 대갱이라네.

- 봉산 탈춤


위는 봉산 탈춤의 대사 중에서 양반이 말뚝이를 불러 위엄 있게 꾸짖는 것이다. 그러자 말뚝이는 자신이 본댁으로 가서 양반의 마나님과 성행위를 두 번 했다고 대답한다. 양반은 말뚝이를 다시 꾸짖는다. 이에 말뚝이는 형식적으로 복종하는 답을 한다. 양반은 상황 판단도 못 하고 일방적으로 만족만 하기에 더욱 우스꽝스럽고, 풍자의 효과는 심화된다.


말뚝이 양반 나오신다아, 양반이라거니 노론, 소론, 이조, 호조, 옥당을 다 지내고, 삼정승 육판서 다 지낸 퇴로재상으로 계신 양반인 줄 아지 마시요. 개잘양이라는 양 자에 개다리 소반이라는 반 자 쓰는 양반이 나오신단 말이요.

양반 이놈 뭐야아!

말뚝이 아아 이 양반 어찌 듣는지 모르겠소. 노론, 소론, 이조, 호조, 옥당을 다 지내고, 삼정승 육판서 다 지내고 퇴로재상으로 계시는 이 생원네 삼형제 분이 나오신다고 그리 했소.

양반 (합창) 이 생원이라네에.

- 봉산 탈춤


위의 인용문에서 말뚝이는 처음에 점잖게 양반을 소개하다가, 갑자기 개잘양(방석처럼 쓰려고 털이 붙은 채로 손질해 만든 개가죽)이라는 ‘양’ 자와 개다리소반의 ‘반’ 자를 양반과 연결시켜 놀린다.


진한 들어 봐라. “지주불폐知主不吠허니 군신유의君臣有義요, 모색상사毛色相似허니 부자유친父子有親이요, 일폐중폐一吠衆吠허니 붕우유신朋友有信이요, 잉후원부孕後遠夫허니 부부유별夫婦有別이요, 소부적대小不敵大허니 장유유서長幼有序라.”

- 강령 탈춤


개는 주인을 알아보고 짖지를 않으니, 군신유의요. 개는 어미와 새끼의 털색깔이 같으니, 부자유친이요. 개는 한 마리가 짖으면 여럿이 함께 짖으니, 붕우유신이요. 개는 새끼를 가진 후에는 수컷을 멀리하니, 부부유별이요. 개는 덩치가 작은 놈은 결코 큰 놈에게 대들지 않으니, 장유유서라.”와 같이, 진한양반은 양반층에서 중시하던 유교적 도덕 덕목인 오륜五倫을 개와 관련시켜 설명하면서 오륜을 웃음거리로 만들고 있다.


이상의 인용문들은 모두 말뚝이가 양반이나 유자를 조롱하는 내용이다. 유가의 오륜과 경서, 그리고 문자 등 양반층의 문화조차도 조롱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 외에도 말뚝이가 펼치는 골계적인 내용의 재담들이 가면극 곳곳에서 많이 발견된다.


봉산 탈춤의 양반 과장에서는 양반들이 운자를 내어 글을 짓는다. 하지만 “집세기 앞총은 헌겁총이요, 나막신 뒷축에 거말못이라.”처럼 한자의 운자와는 전혀 상관없이 우리말로 글을 지었다. 그러다가 결국 말뚝이마저 운자인 ‘강’ 자를 이용해서 “썩정 바자 구녕에 개대강이요, 헌 바지 구녕에 좆대강이라.” 하며, 양반층의 문자놀이를 우스꽝스럽게 만들고 있다.


동래 야류에서 말뚝이는 대부인 마누라가 치마•저고리•단속곳을 모두 홍색으로 입었기 때문에 “보기가 모두 빨갛다.”는 말을, 일부러 유음어를 사용해 “보지가 재(죄) 빨개하옵디다.”라고 말함으로써, 수양반의 부인이나 어머니까지도 모욕하고 있다.


가산 오광대에서는 말뚝이가 “문門 안에 적을 소少 한 자가 무신 잡니까?” 하고 고상한 척 질문하면, 작은양반이 “…… 씹소 씹소?” 하고 대답한다. 여성의 성기를 적은 문이라는 의미로 문門 안에 적을 소少 한 자라고 하고, 그것의 훈과 음을 ‘씹 소’라고 해석한 것이다. 양반층에서 한자를 분합해 수수께끼 식으로 즐기던 파자破字놀이를 통해 말장난의 재미를 즐길 뿐만 아니라, 양반층의 문화를 조롱하며 비웃고 있는 점이 주목된다.


-  출처: 한국민속대백과사전


그런 게시판은 원래 터놓는 것이다. 닫으면? 예상되는 가장 온건한 결과가, 새로 그런 마당이 생길 것이다.

옛날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1. 이 주제로 검색해 보면, 단 일 년도 소위 (찬성하는 언론매체와 단체에서는) 공론화나 (반대하는 언론매체와 단체에서는) 음모론이란 이름으로 도마에 오르지 않은 해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본문으로]
  2. 익명글, 익명댓글, SNS의 다른 기능으로 떠오른 - 문학적인 의미가 아니라 현실적인 뜻에서 - 부조리의 고발 역할이 어떻게 바뀔 지는 이야기하지도 않겠다 [본문으로]
  3. 전국민 주민번호와 개인정보 파일을 중국에서 쉽게 살 수 있다는 지금이다. 그리고 요즘 차명으로 전화 개통을 허용하지 않을 텐데 스팸전화는 왜 근절되지 않을까. [본문으로]
  4. 공무원은 실명으로 매체에 인터뷰할 의무가 없는데 그 기사를 읽은 모든 국민이 실명으로 댓글을 달아야 할 이유가 어디에 있는가. 과태료를 부과받은 사람이나, 세금체납자나, 유죄판결을 받은 범죄자의 이름은 익명화해주는데 그 뉴스를 비평한 사람은 실명으로 말해야 한다면 이것은 괜찮은가? [본문으로]
  5. 그것의 영향에 대해서는 따로 논의할 일이지만. [본문으로]
  6. 실명제를 통해 그것을 막아서 가만 있거나 표현을 온건하게 바꾸거나 영리하게 비꼬거나 (몇 년 전에 많이 쓰던 볼드모트라든가, ○읍읍이라든가) 은어를 사용할 사람도 있지만, IT세상에서는 그런 경우, 다른 방식으로 표현할 수단을 영리한 누군가가 찾아 대중에게 공개하는 수순으로 이어질 것이 뻔하다. [본문으로]
  7. 40년 전에도 외국에서 말하면 어쩔 수 없었는데 지금은 어떨 것 같나 [본문으로]
  8. 정부가 국내 언론사와 통신사에게 뉴스 공급을 거절하도록 강제한다 해도, 구글 방식이나 번역 방식으로 얼마든지 우회할 수 있고, 중국 일본 미국 매체의 한국어판 기사나 한국기사번역위주로 흘러가면 사정은 더 나빠진다. 예를 들어 국내 매체발 한국뉴스를 링크하거나 게재할 수 없도록 금지당한 외국소재 한국어 포털은 대신 중국, 일본, 러시아, 미국매체발 한국뉴스를 게시하고 그 포털의 한국어 커뮤니티는 한국이 아니라 중국, 일본, 러시아, 미국의 시각에서 씌어진 뉴스를 정보삼아 굴러갈 수 있다. 이것은 우리 정부의 의도에 완전히 반하는 상황일 것이다. [본문으로]
  9. 악플을 허용한다는 이유로 다른 나라 정부에게 수사 협조나 서버폐쇄요구할 수는 없다. [본문으로]
  10. 나도 옛날에는 "그 때가 좋았지"하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 때도 남의 계정으로 로그인한 사람 많았고, 징계먹는 사람 많았다; 조금 점잖았다면 이유는 한 가지, 컴퓨터와 PC통신을 할 줄 알거나 관심가진 사람이 매우 적었다는 데 있을 것이다. [본문으로]
  11. 요즘 인터넷 말로 "멘탈" [본문으로]
  12. 제한적 본인 확인제 https://ko.wikipedia.org/wiki/제한적_본인_확인제 [본문으로]
  13. 유인촌 장관, 회피연아 누리꾼 고소.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410538.html [본문으로]
  14. 헌법재판소 위헌 결정 http://www.yonhapnews.co.kr/economy/2012/08/23/0303000000AKR20120823156200004.HTML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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