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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사음식을 만들 때 맛있으면 좋지만 포인트는 맛이 아님 본문
꽤 지난 이야기. 코로나때문에 정말 오랜만에 제수음식을, 간소하게나마 모두 만들게 되었다. 그때 소감. 제사를 앞으로 얼마나 더 오래 지금식대로 지낼지, 마트와 SSM에서 파는 피자+치킨+튀김 등등으로 언제 대체할 지는 모르겠지만. 만들어본 입장에서 말하는데, 참석자만 먹고 즐길 만큼 만든다고 생각하면 그렇게 부담되지는 않는다. 메뉴와 조리법이 정해져 있으니까 그쪽으로는 생각할 꺼리가 없어 좋다. 1 2
이야기로 돌아와서,
1. 덩어리가 크고 가지런할 것. 다만 조기는 제수용 크기는 맛없음. 제수용 큰 조기가 더 비싸지만, 어물전 아저씨한테 물어보면 그렇게 얘기해주심. 몸통기준 손바닥보다 작은 걸로 가족합의되면 그게 싸고 맛있음. 또, 청어와 같은 부류인 고등어는 상하기 쉬워서인지 제수용으로 쓸 때도 반드시 내장을 제거하지만, 어쩐일인지 조기는 배따지 않고(내장을 제거하지 않고) 지느러미만 쳐내고 요리하기도 함. 맛은 내장을 빼고 요리하는 게 더 나을 텐데, 알때문인가?
2. 눌지 않을 것. 이게 까다로움. 전은 좀 눌어야 맛있는데. 잎채소전이든 근채류전이든 육전이든 어전이든 눌지 않도록 예쁘게 익히는 게 포인트. 계란물을 쓰기도 하고 요즘은 안 보이지만 옛날에는 황색4호를 쓰기도 했다고 한다. 제사음식을 다 만들어봤고 자주 돕지만 역시 겉만 따라 할 수 있다 정도 수준에선 이 스킬은 쉽지 않고, "먹을 때 맛있게 좀 눌면 어때!" 3
3. 맛은 상온에서 상하지 않을 만큼 하되 양념을 많이 쓰지 않을 것. 현대에 와서 가장 많이 파괴된 것같다. 일단 냉장고가 있고, 특히 고기적은 맛있게 한다고 온갖 양념을 다 쓰니까. 공장제 소스 만세!
제철과일이란 뭘까?
가을이 되기 전에 꼭 사과와 배를 올려야 할까? 아닐 것이다. 전통시대 사대부 집집마다 빙고를 가지고 있었거나 빙고에서 얼음을 받아올 세도가 있었던 것도 아니다. 당연히 진짜 "제철에 나는 과일"을 정성껏 올렸다 음복하면 그만인 것이다. 사과, 배를 꼭 넣는 관습은, 설추석 차례와 기제사를 뭉쳐버린 현대에 와서 생겼을 것이다.
현대에 와서 저장기술이 발전해 원한다면 얼마 더 부담하면 사과, 배를 상에 올리는 것은 문제가 안 된다. 그리고 요즘 제철이 아니지만 얼마든지 수박을 살 수 있다. 너무 큰 거 욕심안내면 동네피자 한 판 값밖에 안 한다. 수박값이 싸던 어느 봄철에는 4-5호짜리 수박 한 통을 1만원 밑으로 살 수도 있어서, 그 철 제수용 사과와 배와 비교하면 가격대 성능비가 월등했다. 또한 열대산이라 철을 거의 안 가리는 수입과일이 많다. 그 모든 것이 '그 철에 상대적으로 값싸게 사먹을 수 있는' 제철과일이다. 대추나 바나나나 포도나 다 같은 '다산의 상징'아닐까.
그러나, 이 모든 것이, 생각보다 빠르게 사라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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