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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과 서커스, 3S는 우민화일까? 아니다.

(로마사회를 다룬 교양서 구석에 빵과 서커스 이야기가 나와 읽다가 떠오른 것을 조금 적어본다.)


그것들은 우민화와 상관없다.

1980년대를 산 어떤 386 어른들이 후배와 제자들에게 그 시절을 이야기할 때, "군사정권의 악행"으로 말하는 단골 메뉴가 저것, 3S다. sports, screen, s*x. 프로스포츠리그 출범, 영화산업 진흥, 그리고 성개방과 관련있다는 것들.

지금 와서 그 목록을 보면 참 별 것 아니다. 그런 수준인데도.. 이 자칭 진보 '꼰대'들이, 자기들이 성장하던 그 "근엄", "진지"하던 구 박통시절이 그렇게 부러워 전땡의 그걸 비난했나하는 생각이 들어 어이없다.

1970년대까지 야간통금하며 꽉 틀어쥐던 걸 풀어준 걸 두고 잘못이라니. 그 주체가 그 장군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말이다. 물론 명분이 부족했던 그가 '나는 전임자와는 다르다'는 퍼포먼스로 그런 걸, '국민이 바라는 대로 자기 원하는 정도만큼' 풀었을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바람직한 결정이었고 시민의 요구였다. 비난받을 일이 아니었다.
원래 이 '우민화'운운하는 건 다른 나라에 유명한 이야기가 있어, 가방끈 어설프게 기른 작자들이 귀동냥해 우리나라에 끌어다붙인 것이다.[각주:1]

그래, 그동안 금지된 것을 풀어주었으니 사람들 생각이 '말초적'이고 '야한' 쪽으로 가긴 할 것이다. 그건 자연스런 일이고 그 단계를 건너뛸 수는 없다. 그걸 어쩌란 말인가? 국민이 어리석지 않았다는 건 1987년의 역사가 알려주지 않는가. 소위 "3S"는 정치의식과 개혁요구를 촉진했다고 보는 게 맞다. 그런 요구는 자유로운 사고에서 눈뜨는 것이니까.

(그리고 그들이 '우민화', 즉 국민을 어리석게 했다며 탓하는 그 정부들이 한 일이, 돈없는 서민의 아이도 이용해 공부할 수 있도록 라디오와 TV 방송과외를 시작한 것이다)

하필이면 1980년대에 그런 것이 생긴 데는 이유가 있다.
70년대 석유파동때마다 주춤하기는 했지만 경제성장과 국민소득향상은 계속되었고, 이어 80년대의 소득성장은 정말 대단했기에, 먹고 살 만해진 국민이 제대로 지어진 집을 가지고, 아파트를 가지기 시작하고, 자동차를 가지기 시작하고, 그 외 유형, 무형의 소비에 눈을 떴다. 또, 정권은 유치해놓은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을 앞두고 문화를 진흥할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이전에 비해 여유가 생긴 사람들은 더 많은 자유와 오락을 원했다.

하긴, 사랑노래를 부르면 꾸짖으며 민중가요를 부르라 강요하던 작자들이 386운동권이다. 그들의 경직된 사고는 세상을 바라볼 때도 그때도 그런 식이었고 지금도 그렇다.

 

 

 

ps
각급학교의 무료급식을 우민화라 매도한 사람들도 있었다는 점을 생각해봐라. 그런 식으로, 자기 정파에게 이득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종교도 마약이고 복지도 우민화다. 공연을 관람할 권리, 문화생활을 영위할 권리, 휴가를 누릴 권리를 주라면서 정부지원금을 주기 시작한 정부도 그들이 지난 정부를 비판할 때 사용하던 말인 우민화, 3S를 한 것과 같다. 

 

 

  1. '어리석게 만드는 것'(= 우민화)과 연결지을 일이 아닌데, 19세기말~20세기초에 "사회보험(종교)은 아편이라 민중이 체제에 안주하게 하므로 다 뒤집어 엎는 사회주의(공산주의) 혁명에 방해된다"던 사람들 수준 생각일 뿐이다. 그런 거 방해돼서 곤란한 건 일반시민이 아니고 그 작자들 뿐이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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