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항공사고난 공항 로컬라이저 둔덕관련 찾아본 것

이번 항공사고난 공항 로컬라이저가 언제 그렇게 지어졌냐면, 제 상상에는 아마

공항이 개장하고 계기비행을 돕는 설비들이 도입됐을 때부터 그랬을 겁니다.

 

(이 이야기는, 그 공항의 역사에 대해 자세한 사람이 모든 기록을 조회할 수 있다면 정확한 내용을 알 수 있겠죠.무슨 수원화성이나 삼국시대 건축물이야기가 아니니까)

 

 

그렇게 짐작할 만한 이유가 있어요.

활주로 끝에서 로컬라이저 둔덕까지의 땅때문이죠.

짐작해보면 이렇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아마 처음부터 저랬을 겁니다.

(그게 아니라면, 처음에 활주로 높이보다 낮게 설비해서 지적받은 다음에 높게 만들면서, 높은 철구조물을 재시공하는 게 아니라 둔덕을 쌓아 기초를 높여서 기존 구조물을 올리는 식으로 대응했든가)

 

 

여기저기서 보니 관계규정상 저 안테나는 활주로와 수평을 이룬 지면 기준으로 몇 미터 올라와야 한다는 것 같더군요. 활주로 반대편까지만 해도 3km가 되고, 활주로 북쪽에서든 남쪽에서든 몇 km 밖에서 접근하는 항공기에게 전파를 날려 정보를 주어야 하기 때문에.^[각주:1]

 

 

그런데 저기는 활주로 끝에서 아주 약간 경사가 져서, 대지가 활주로 끝에서 로컬라이저 위치까지의 약 250여 미터를 가는 동안 약 2~3미터 정도가 낮아진 거죠. 원래 비행기가 다니는 길이 아니므로 그 정도 구배는 큰 문제는 아니었겠지만, 단지 저 안테나를 위해 활주로(런웨이)가 끝난 지점부터 거기까지 수평을 마춰 성토공사를 하려면 돈이 엄청 들겠죠. 그러니 저 둔덕을 처음 생각해낸 사람은 아마, 그것이 설계 착오를 현장에서 임기응변한 것인지 아니면 공기단축인지 예산절감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예산을 받아낼 수 없어서, 그냥 로컬라이저 안테나를 올릴 자리만 흙언덕을 쌓아 활주로와 수평인 높이를 만들고 그 위에 콘크리트 기초를 잡고 그 위에 안테나 어레이를 심었을 겁니다. 안테나 어레이를 높은 것을 제작해 설비하지 않고.

 

그리고 둔덕을 만들고 그 위에 올렸을 정도니까, 적어도 공사한 사람들, 공사를 감독한 사람들은 비행기가 여기까지 미끄러지는 상황이 있을 것이라고는, 그런 상황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을 겁니다. 그건 공항을 설계하고 공사를 발주한 사람이 했어야 했던 일이겠지만... 규정에 어긋나지는 않았다고 알았던 모양이거든요?

 

 

이 부분은 기시감이 있지 않아요?

네, '잘은 모르지만' 내가 맡은 영역에서는 열심히 해야지하는 게 위아래로 운이 나쁘게 겹쳐 위험요소가 생겼는데, 평소 문제없었지만 오랫동안 이용하다 마침 그 부분이 문제가 될 사고가 생겨 안 좋은 결과를 낸 것.

앞으로 공항의 책임자, 공항공사의 책임자를 기장이나 기장출신 교수였던 사람으로 임명하라고는 말하지 않겠지만요.

 

 

그래서, 몇 년도에 처음 이렇게 지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건 공항을 이렇게 짓고 계기비행을 돕는 시설을 설계할 때부터 내재된 문제같다는 겁니다. 그리고 십여 년, 이십여 년 전 사람들은 지금보다더 이쪽 전문가가 적어서였을지는 모르겠지만, 미처 생각을 못했겠죠. 우리보다 더 항공교통 운영이 익숙할 다른 선진국에서도 그렇게 만들었다가 위험을 지적받아 고친 사례가 종종 있다고 하니까요.

 

 

그런데, 이번 정부가 그랬다느니, 바로 전 정부가 그랬다느니하며 가짜뉴스를 퍼나르며 싸움붙이는 쓰레기들이 d*, p*, c*, r* 같은데 보이더군요. 아래 구글스트리트뷰 사진만 봐도 2018년 것입니다. 하지만 둔덕도 있고 멀쩡하게 안테나 다 있죠.^[각주:2]  요즘 기사나오듯 2024년 지금도 규정위반이 아니라니 개장 이래 그렇게 반드시 고쳐야 한다고 지적받은 적이 없었을지도 모르죠.

 

공무원이든 시설을 담당한 공사든 간에 순환근무하느라 잘 모르는 사람, 전문가가 아닌 사람들은 이런 부분에 약했을 겁니다. 그리고 어떻게 만들어야 한다는 권고 규정을 의도를 읽지 못하고 국내 규정을 만들었거나, 읽고서 절충하면 안 되는 걸 절충해 설계에 반영했겠죠. 그리고 후임자들은 전임자가 문제없이(=사고없이) 이어온 것을 자기도 그대로 잘 유지하는 '미덕'을 발휘했을 겁니다. 작년이든 5년 전이든, 그 전이든, 역대 보수공사도 그런 식이었을 겁니다.

 

구글지도 2018년 가을

 

카카오맵 2022년 1월

 

네이버지도 2011년 10월^[각주:3]

 

 

skymaps.co.kr 의 저 공항 로컬라이저 둔덕의 몇 년 치 사진 비교.

 

구글어스. 2022년과 2024년 위성사진. 

 

 

저 공사한 사람들은 튼튼하게 오래 가게, 비바람에 끄떡없도록 만들고 싶어했을지도 모릅니다.^[각주:4] 

 

(하지만 저 안테나는, 유사시 비행기가 치고 가면 잘 부서지도록 만들어야 하고, 737정도의 비행기가 쓸어도 방해하면 안 되도록 만들어야 했습니다. 오버런 사고사례를 찾아보니, 우리나라 737여객기가 아시아권의 다른 나라 공항에서 활주로를 오버런해서 그 공항의 저 안테나와 충돌한 적 있는데, 기체는 결국 폐기하기는 했지만 큰 인명사고가 없었다는 뉴스가 보입니다. 원래 다른 나라에서 사용하는 규정은, 안테나를 세우는 바닥 기초공사부분도 비행기가 쓸고 넘어갈 때 기체를 막는 장애물이 돼서는 안 된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인천공항의 그 시설도 그렇게 돼 있어서, 외국 비행기가 활주로를 이탈해 거기를 넘어간 적 있지만 큰 재해는 안 됐다고 합니다. ^[각주:5] 하지만 이번 사고가 난 그곳은, 심했죠. 국내 다른 공항들은 요즘 어떻게 돼있는지 매체들이 취재해서 사진넣어 보도를 해주면 좋겠네요. 어쩌면 지방 공항들 손볼 게 많을지도.)

 

연합뉴스 기사의 국토부 관계자 인터뷰를 보면, "제주공항은 콘크리트와 H빔을, 여수와 포항공항은 성토와 콘크리트를 썼다" 라는 내용이 보입니다. 무안공항만이 아니라 모든 공항의 시설에서, 항공기가 충돌하면 이 시설이 부서져야 한다는 생각은 안 했던 것 같습니다.^[각주:6] 

중앙일보 기사를 보면, 인천공항 로컬라이저의 사진이 보입니다. 흙둔덕을 쌓아 활주로와 높이를 맞추는 식으로 하지 않았고, 콘크리트를 부어 기초를 만들었지만 지하로 깊이 만들고 지상부는 몇몇 사람들이 말하던 그 높이를 준수했습니다.

 

 

생각하고 제도를 개선해나가겠다면 이런 관점에서 생각해야 합니다.

 

그저 밥만 먹고 나면 누구 잡으려는 궁리하는 정치, 그 조선시대 사색당파식 정치하는 양반들은 어느 당이든 진짜 국회에서 벌초하고 싶어요. 이런 일에까지 그런 소리를 꺼내야 하나.

 

 

1. 링크한 매일경제신문에서 일부 인용합니다. "취재를 종합하면 (......) 높은 둔덕이 있다. 무안국제공항은 활주로 종단 이후 지면이 기울어져 있기 때문에 흙으로 둔덕을 세워 수평을 맞췄다. 로컬라이저는 (......) 국토부 관계자는 “콘크리트 구조물은 2~3m 높이의 둔덕 안에 30~40cm 깊이로 심어져있고 지상으로도 7cm가량 튀어나와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로컬라이저 안테나는 트럭도 뚫고 지나갈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고 덧붙였다. 사실상 ‘오버런’하던 제주항공 여객기와 정면으로 충돌할 수밖에 없는 구조 (......) 규정 위반은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공항안전운영기준 제42조에 따르면 설치가 허가된 물체를 지지하는 기초구조물이 지반보다 7.5cm 이상 높지 않고 부러지기 쉬운 구조로 세워져야 한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무안국제공항 로컬라이저는 안전구역의 물리적 범위 바깥에 위치해 조항을 적용받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말하는 "지반"이 무안공항에서는 비행기가 미끄러지던 그 땅이 아니라 그 미끄러지던 비행기를 막아선 둔덕의 정상이었다는 게 문제였죠. [본문으로]
2. 저렇게 지은 이상 23년의 공사 전에도 콘크리트 기초는 있었을 것 같습니다(이 부분은 최초의 공사, 그리고 나중의 공사 기록을 봐야 알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콘크리트 기초공사가 없이 철골을 흙에 박기만 하면 세월이 지나며 방향이 틀어질 수도 있을 테고 그러면 기능을 못할 테니, 옛날 시설도 기초공사를 했을 거라고 생각해요). 설령 흙담으로만 저런 토성을 쌓아놨어도 이번같은 사고나면 비행기는 저걸 온전히 돌파하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연합뉴스 기사에 이 둔덕의 단면을 가늠할 수 있는, 충돌로 파헤쳐지고 파손된 시설의 사진이 올라왔습니다. 흙둔덕 자체가 상당히 두껍더군요(위성사진으로는 바닥기준 두께가 15미터 정도 돼보입니다). 그리고 둔덕의 높이도 보잉 737의 기수 끝보다 높아보여서 그런 고속으로 충돌해서 타넘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만약 콘크리트가 적었다면 어차피 폭발은 했겠지만 피해는 약간 덜했을 가능성이 있을지도. 아예 둔덕이 없는 게 훨씬 나았겠지만. [본문으로]
3. 네이버의 2023년분 사진에는 안테나가 보이지 않고, 트럭비슷한 물체가 하나 보입니다. 이때가 매체에서 말하는 재공사였던 것 같습니다. [본문으로]
4. 연합뉴스 기사에도 사진이 몇 장 나오는데, 불행한 일이지만 튼튼하게 '진화'한 것 같습니다. 어쩌면, 해가 갈수록 이 시설이 어떤 구조물이어야 하는지 잘 모르는 실무자들이 바통을 이어받으면서, 처음부터 잘못 지어 저렇게 땅 위로 언덕처럼 몇 미터 볼록하게 올라온 장애물만 쳐다보고 근무하다보니, 유사시에 그 위로 비행기가 쓸고 지나가도 되는 시설이라야 한다는 컨셉, 잘 부서지게 만들어야 한다는 부분은 아무도 생각못하고, 유지보수할 때도 튼튼하게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결국 완전하게 다른 물건이 된 듯. [본문으로]
5. 외국의 규정에도 콘크리트로 기초를 삼지 말라는 이야기는 없고, 단지 항공기의 오버런에 장애물이 되지 않도록 지면에서 몇 센티 이상 올라오지 말라는 것만 있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외국의 이 설비 사진을 보면 습지나 저런 땅바닥에 콘크리트를 쳐 기초를 잡고 그 위에 잘 부러지는 안테나를 고정한 것처럼 보입니다. [본문으로]
6. 인구밀집지역에 위치한 일부 공항에서는, 어차피 그 자리를 지나가면 끝장이라거나 민간 피해가 더 크다는 식으로 설명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