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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

보이지 않는 기술자

과학자와 테크니션에 관한 이야기.


http://dongascience.donga.com/news/view/28920


(......) 1989년 과학사가 스티븐 세이핀은 《보이지 않는 기술자들》이라는 논문을 통해 위대한 과학자 로버트 보일의 실험실을 가득 채웠던 노동자들을 조명했다. 보일의 진공관을 만들고 개량하고 유지시킨 사람들은 따로 있었고, 보일은 그들에게 명령만 내린 게 아니라 그들의 판단력에 의지해야만 했다. 즉, 실험실의 주인은 보일이었지만 보일의 발견한 법칙들의 주인은 여러 명이어야 했다. 하지만 과학사는 그들 대부분의 이름을 역사에서 지우고 ‘보일의 법칙’이라는 이름으로 피라미드 꼭대기의 과학자 한 명만을 기억한다.


이런 상황은 현대에도 지속되고 있다. 현대의 생물학 실험실은 연구실을 책임지는 연구책임자인 과학자 한 명과, 한 두명의 기술자 혹은 테크니션 (테크니션이라는 명칭은 20세기에 들어와 생긴다), 그리고 박사후 연구원과 대학원생 등으로 구성된다. (......) 하지만 어떤 실험은, 테크니션의 경험과 아이디어가 없으면 아예 불가능하기도 하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과학자와 테크니션의 경계를 꽤 분명히 나누고 있으며, 이들에 대한 감사는 비공식적인 자리 등에서나 표현하는게 일반적이다. 


과학계의 이런 관행은 노벨상 수상에서 극단적으로 드러난다. 왜냐하면 노벨상 위원회의 노벨상 선정 방식에선 어떤 발견이 가능할 수 있었던 기술자의 공헌을 평가할 방법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 오래된 과학계의 관행 속에서 기술자들은 논문에서 제외되어 왔기 때문이다.


현대 생물학 실험실은 기술직 혹은 테크니션이라 불리는 직업군이 없으면 기능할 수조차 없다. 하지만 역사 속에서도, 그리고 지금도, 과학자들은 그들을 조수 혹은 실험도구와 같은 대체 가능한 존재로 치부하곤 한다. (......)


저자는 보일의 법칙을 예로 들었습니다만, 저는 그 부분은 생각이 다릅니다. 실험을 설계하고 법칙으로 정리할 수 있는 창의성. 이것이 과학자를 요약하면 반드시 들어갈 부분입니다. 이것이 없으면 그는 과학계에 종사하는 노동자일 지는 몰라도 과학자는 아닙니다.


물론, 테크니션과 기여자들의 역할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데는 동감입니다. 특히 기여자의 이력을 증명할 기록을 남기지 않는 건 불공정하겠죠. 연구 난관을 돌파하는 데 큰 도움을 받았으면서도[각주:1] 감사의 말에도 넣어주지 않거나 그러는 걸 큰 시혜처럼 생각하는 일도 있었다 하니.


  1. 본문에서 필자가 말하는 의도는 "그 정도면 공동연구자로 올려서 이름을 넣어줘야 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같습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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