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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의 재산 헌납관련 메모

2007년 선거기간에 BBK 및 재산의혹이 제기됨
당시 이명박후보는 결백을 주장하며, 선거를 약 보름 앞둔 2007년 12월 7일. 전 재산을 헌납하겠다고 선언.

대통령선거후 이 이슈는 물밑으로 가라앉았음.
야권과 반대파는 이 부분을 기회있을 때마마 물고 늘어졌지만, 청와대는 검토중이라고만 답변.

대통령선거 약 1년 반이 지난 2009년 7월초. 청와대는
이명박 대통령의 재산 331억원어치의 재산을 받아 재단을 만들겠다고 발표.


재단 명칭은 국문으로는 청계(청계천할 때 그)재단,
영문으로는 이명박&김윤옥 재단.

재단 이사장과 이사진은 다음과 같음:
- 이사장: 송정호 전 법무부 장관(재단법인 설립추진위원장)
- 이사: 김도연 울산대 총장,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 류우익 서울대 교수(전 대통령실장), 문애란 퍼블리시스웰콤 대표, 박미석 숙명여대 교수(전 청와대 사회정책수석), 유장희 이화여대 교수, 이상주 변호사, 이왕재 서울대 교수, 이재후 변호사 등 10명.
- 감사: 김창대 세일이엔씨 대표, 주정중 삼정 컨설팅 회장

이 대통령 본인 명의의 재산은 이 재단에 출연한 약 331억을 제외하고
약 50억 원어치의 자택 부동산과 현금이 남음(약 44+5억원). 이 남긴 돈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출을 받아 봉하마을에 사저를 지을 때 들인 돈보다 많을 것이다. 즉, 이 대통령은 자기 노후는 생각한 것이고 스님 말처럼 말 그대로 '전 재산을 내놓은' 것은 아님. 그리고, 목사들이 흔히 그러듯, 집까지 자기가 만든 재단 소유로 내놓은 것도 아님.
이 대통령의 재산이 300억대란 설은 이미 2007년부터 있던 이야기고, 이번에 평가한 재산은 이명박 본인 명의만인 듯(영문 명칭에 부부 이름이 들어가니 부부 명의 재산까지일 지도).

발표후 아직 정식 인가를 받지는 않았으나, 알려진 바로
청계 재단의 이사장 및 이사는 무보수 명예직이 될 것이라 하고
주 사업은 부동산 임대료 수입을 재원으로 한 장학사업이 될 것이라고 함.



본질적으로 이것은 '헌납'은 아님. 재산 소유권이 이명박 개인에게서 국가로 넘어간 것이 아니라, 이명박 개인이 창설한 장학 재단으로 넘어가는 것일 뿐이고, 그 자신의 지인이 이사진을 구성하고 있기 때문임.

2007년 대국민 선언 당시의 의미대로 '헌납'이라는 말을 쓰려면 그것은 국가에 대한 증여가 되어야 하지만(이건 내 생각이다), 이명박은 그 대신 자신이 하고 싶었다고 주장하는 일을 명문화함으로써 용도를 장학사업으로 분명히 해서 갈음한 것임.
장학금의 수혜자가 국민이니 국민에 대한 헌납이라는 논리를 쓴 것인데.. 말은 된다. 하긴, 이것은 이건희, 정몽구가 걸어간 길이기도 하다.


나쁜 일은 절대 아니다. 취지가 참 좋은 사업이다. 그런데, 웬지 속은 느낌이 진하다.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랄까? 헌납한 것도 같고 안 한 것도 같고... 지능지수가 낮은 사람은 알 길이 없다.
그가 보통 사업가요, 경제인이었다면 찬사를 보낼 장한 일이지만, 이 헌납은 그가 좋은 뜻으로 시작한 것이 아니라, 선거운동 와중에 부정 혐의를 벗고 당선되기 위해 한, 정황상 수동적이고 억지로 한 선언이기 때문에 자기 이름을 건 재단 설립은 헌납이라고 볼 수 없고 좋게 볼 수도 없다. 하려면 깔끔하게 했어야지 질질 끌기는..

장학재단이라고는 하나 돈이 도는 조직이고, 이명박 개인이 평생 치부하며 걸어온 길을 생각하면, 본 사업을 영위하면서 그럭 저럭 그가 죽을 때까지 잘 쓸 통장이 되지 않을까싶다. 원래 부자 노신사는 50억 정도가 있으면 나머지는 품위를 유지하는 데 들어가는 돈이고, 그건 3백억짜리 장학재단 창설자라는 이름과 퇴임후 이사자리 하나 가지고 있으면 족하리라.

나와 같은 사람에게 꿀밤을 한 대 먹이면서 꾸짖자면 이런 말이 어울리리라.
부자가 나중에 갚는다는 소릴 믿었단 말이냐? 어떤 형태로 나라에 준다는 말이 아니라 그냥 선거 후에 헌납한다는 말을 믿다니, 여물지가 못하구나. 너는 장사할 재목이 못 되느니라.. 그런 말을 네 멋대로 해석하고 한 표 줄 생각을 했다면 동기가 불순한 네 놈 잘못이니라..



사마의는 조조를 배신했지. 하지만 그 본인은 조조를 배신하지 않았어.
나는 조조가 사마의를 평하며 했다는 '낭고상'이란 말이 자꾸 떠오른다.
(나중에 적는데, 이 말은 조조가 한 게 아니라 후세에 덧붙은 말이라는 설이 있다)


ps. '그럼 어떻게 헌납했으면 좋았는데?'라고 반문한다면, 나는 이렇게 대답하겠다.
당선후 두 사람에게 재산 처분과 관련한 기반 조사를 맡기고, 취임후 그대로 국가기관, 그러니까 목적이 장학사업이었다면 교육부 산하에서 관련 사업을 하는 외부 조직을 하나 잡아 전액 기부하고 말겠다고. 시간을 들여 돈을 불릴 이유도 없고, 그런 사업은 빠르게 해치우는 것이 대통령으로서 직무를 수행할 때 도덕적 권위를 세우는 데 훨씬 좋을 테니까.
("알토란같은 내 재산"이 아니라 남의 돈이니 이렇게 쉽게 이야기한다. 맞다.)

이명박 대통령의 도덕적 권위란 건 사실 취임후 지금까지 없었다. 선거전 '헌납하겠다'고 말한 대로 실행할 양이었으면, 자기 재산도 아니게 될 그걸 1년 반동안 붙잡고 질질 끌었다. 재산 헌납은 자신의 도덕적 권위를 세워 줄 가장 큰 카드인데 왜 그걸 5년 임기 중 1/3이 지나도록 끌어안고 있었는 지 나는 이해를 못 하겠다.
(그리고, 이제 그 자신이 개인적으로 창설한 재단에 출연하는 형식으로 자신 소유로 등기된 재산을 줄였는데, 이래서는 이것을 헌납으로 볼 것인가는 차치하고 정치적으로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대통령의 정치 혐오증과는 별개로, 이걸 고려하지 않았다면 무성의, 무신경이 아닌가 해)

그 동안 대통령 직무는 직무대로, 국민과의 소통은 소통대로 막혀갔고 말이야. 2008년 4월, 쇠고기로 난리가 났을 때, 그대로 국가 헌납이라든가 정부의 유학이나 교육 재단에 출연해버리고 그 재산과 자신이 인연을 끊었다면, 새로운 이슈를 제기함과 동시에 대통령 개인의 도덕성이 회복되면서 쇠고기 정국이 그렇게 오래 끌 지 않았을 것이라고.

결론적으로, 개인적인 재단 출연은 이명박 개인을 뿌듯하게 하는 데는 상책이나, 이명박 대통령의 도덕적 권위를 세우고 직무를 원활하게 수행하는 데는 하책이라고 생각한다 ( 짧게 줄여 다시 말하면, 자신이 헌납하겠다는 그 재산을 두고 이명박씨는, 어떻게 쓰면 대통령 직무수행에 도움이 될 지보다 어떻게 하면 그걸 가지고 즐거운 퇴임후를 보낼까를 우선해 용처를 정했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 재산, 재임중에는 동결된 거나 다를 게 없으니. 그에게 투표한 사람들에게 심히 유감이 됐지만..)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되어야 좋을까? 정치적인 면에서는 노무현만큼이나 이명박도 자기 본위인 점이 있어보인다. 성격이 많이 다르지만, 구 정치권을 혐오한다는 점에서는 비슷하고. 잡설은 그만두고,

이렇게 하기로 발표한 이상, 이명박 대통령은 지금이나 퇴임후나 자신이나 친척, 혹은 선거 캠프에 있었거나 정치에 입문한 사람으로 이명박계열이라고 불리는 사람이 해당 재단에 이사나 이사장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이명박 개인이 재단 창설자 자격으로 어떤 대우 - 예를 들어, 외국 방문, 초청, 재단이 부담하는 휴양 등 - 를 받아서도 좋게 보이지 않을 것이니 주의해야 하고.

아마 본인이 장학증서 수여를 하고 사진도 찍고 싶겠지만, 그 자체가 '청계재단은 이명박것'이란 이미지를 주기 딱 좋은 소재고, 또 대기업들이 하는 이미지개선 사업이 그렇기도 하다. 이건 '재산을 헌납한 정치인' 이명박에는 불필요하다고 생각해. (하지만, 워낙 멋대로 하는 인간이니.. 사실, 당선되고 헌납소리 쑥 들어갔을 때 이미 재단만들어서 이 장난할 걸 짐작하고 있었는데.. 일단 적어는 둔다)

왜냐 하면, 적어도 이대통령 개인이 혐오하는(또는 혐오한다고 말했다는) 구세대 정치인과 유관한  재단, 즉 정수장학회, 일해재단, 아태재단하고는 차별화해야 할 것이고, 자칭 '헌납한 재산'으로 만든 재단을 사유화한다는 평만은 극력 피해야 하기 때문이다.

PS

지금 와서 더 알아보기도 귀찮은 이야기라 그 다음 이야기는 알아보지 않았다.
다만, 간만에 눈에 띄어 읽어본 김에 오타를 고치며 몇 자 보충했다. 맥락은 2009년 그대로다.

소감 한 줄 덧붙이면, 저 글을 쓸 당시 이명박을 쉽게 봤다는 생각이. 꼼수쟁이면서, 대통령이 되었으면 그 대신 손에서 내려놓아야 할 분량에 지독하게 집착한다는 생각은 했지만.

아 또 하나, 지금 내가 읽어봐도 저 글은 필요없이 점잖게 적으려고 애쓴 느낌이 드는데, 이유가 있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도 블로거는 이래저래 눈치봐야 할 게 많았다. 아니, 그런 분위기는, "당선자대신 당선인을 써달라"던 그 사람 집권기에 본격적이 되어 지금까지 점점 심해지고 있다고 보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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