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PC Geek's

내가 만나본 의사들. 좋은 의사, 보통의사, 나쁜 의사 본문

건강, 생활보조, 동물/병원 등

내가 만나본 의사들. 좋은 의사, 보통의사, 나쁜 의사

이 글은, 감정이 많이 들어있어서, 생각날 때마다 발행일을 뒤로 뒤로 넘긴다. 그래서 독자가 읽을 때는 글쓴 시기부터 세면 상당히 뒤가 될 것이다.

 

 

내가 병원다니면서,
그리고 부모님 외래/입원을 따라다니면서.

이것는 사적인 에세이며 그냥 푸념이다.
어떤 정보를 제공하려는 뜻이 없는 글이다.

좋은 의사..

나는 의과대학을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내가 만난 의사선생님은 거의 전부 좋은 의사로 놓겠다.

그래도 생각나는 건, 어르신 수술해야 할 때 연세를 고려해 대단히 조심해서 여러가지를 점검하고, 자기가 확신이 안 서면 타과에 의뢰도 하고, 수술의 득실과 리스크를 꼼꼼하게 미리 알려주는 의사선생님은 믿음이 갔다. (저 밑에 적은 "나쁜 의사"와는 정반대다)


보통 의사..

돌아보니 개운하지는 않은데, 뭐 더 기대해서 뭐하냐 내가 정신차렸어야지싶은 부류..

1기와 2기를 오가는 고혈압이 있어 혈압약을 드시고 정상혈압을 유지하는 어르신이 두 눈에 백내장과 녹내장이 왔다. 그런데 약을 써도 안압이 안 내려가는 것이다.
안과의원의사는 수 년인지 십 년인지를 치료하면서 약만 주다가, 환자가 나이들고 두 눈의 두 병이 다 아주 심해지니까 그때 전문병원가 수술하라고 말해줬다.
안과병원에서는 여기서는 못한다며 대학병원에 가라 했다.
대학병원에서는 녹내장이 심하다고 했다. 망막사진을 보니 신경나가는 데가 컵처럼 파여있었다.[각주:1] 녹내장치료가 더 중요하다며 방수유출관시술을 했는데, 안압이 안 내려갔다.
몇 달 후, 양안 백내장수술을 하셨다. 의사보다는 "안 보여서 답답하다"는 어르신 의지가 강했다. 그리고 그 수술 후 안압이, 수술 전 안압에서 30%에서 50%가 내려가 정상으로 돌아왔다.

여기서 내가 얻은 교훈은 이것이다. 의사 너무 믿지 말고, 오래 다녔는데 차도가 안 보이면 다른 의사에게도 가봐라.
그 안과의원의사는 아무래도, "백내장은 익으면 수술한다"는 옛날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녹내장에 대해서도 심도있는 검진은 안 하고 의뢰하지도 않고 안약만 주고 악화시키며 시간을 보낸 것 같다.
대학병원의사(그사람 전문의였는지는 생각나지 않지만, 진료예약표와 진료실 명판에 교수타이틀을 달고 있었다)는 녹내장이 중증이라는 사실은 알아냈지만, (결과적으로, 돌아보면 생각인데) 심한 백내장이 안압이 높은 데 기여할 수 있을지는 잘 생각이 안 갔나보다. 저 경우에서, 의원에서 일찍 백내장수술을 권했으면 녹내장이 중해지는 걸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하는 내가 잘못일까?


나쁜 의사..

"제가 꼭 수술하게 해주세요"하고 매달리고, 이거 쉽다, 금방이다, 어디 가나 나와 같은 수술하라는 말을 할 것이다, 지금 한꺼번에 하는 게 병원비도 적게 든다 이런 소리를 연타로 하는 의사. 그것도 환자를 설득해달라며 보호자를 간호사실로 불러내서는 전화로 치근덕대던 놈. 그래서 두세 시간이라던 수술이 한나절이 되고 환자는 중환자실에서 나오지도 못하고 요즘 세상에 3차병원에서 복막염? 그 뒷이야기를 적자면 기막히고 내가 귀신에 홀렸나하는 생각이 들어 부끄럽기 그지없다. 결국 안 보내주려고 붙잡는 걸 앰뷸런스태워 거기서 탈출해야 했고, 나중에 환자가 온전하지 못해 증명을 떼러 가니 "그 새끼", 하나도 반성 안 했더라. 환자 한 명 호구잡아서 과장에서 밀려났지만 마빡에 전에는 없던 전문의타이틀붙이고 있는 썩을 놈. 지거국출신 의사까지는 괜찮을 줄 알았는데, 지거국중에서도 손꼽는 대학출신이거나, 출신대학은 지명도가 없어도 재직 중인 병원이 손꼽는 곳 의사라면 모를까.. 그게 아니면 그냥 지잡이라는 인상을 갖게 한 놈이다.

수술 전 이거 '누워서 떡먹기'라는 식으로 자신만만한 말을 쏟아내며 동의서명을 요구하던 그 "의사새끼"가, 수술 일 주일이 돼도 환자가 의식이 오락가락하니까 환자의 가족을 다 불러서는 "죄송합니다. 제가 전문의가 아니라서" 이딴 소리를 입에 담던 게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각주:2] '의사선생님이 잘 해주시겠지'하고 순진하게 너무 믿었던 것이 탈이었다. 사실 그때 조금이라도 공부를 했다면 두 가지 중 어느 수술도 그 병원에서 하자는 것에 결코 동의해주지 않았을, 귀신에 홀리기라도 한 것처럼 외래방문할 때마다 의사가 말한 수술규모가 점점 커지고 또 의사말에 불안없이 넘어간 이상한 치료였다.[각주:3]

이놈 하나다.[각주:4]


끝으로,
"지옥으로 가는 길바닥은 선한 의도로 포장돼있다"
이 서양 속담은 참으로 옳다.
세상의 의사선생님은 전부, 적어도 9999명 중 9998명은, 환자를 낫게 하려고 애쓰는 사람이니까. 사소한 사심이 있을지라도 기본적으로그 목표를 벗어나지는 않는다고 나는 믿는다.
하지만 자기 자신의 능력, 자기가 일하는 병원의 능력 한계를 모르는 의사는 환자에게 이롭지 않다고 생각해.

공부하세요, ˚일부˚ 의사선생님들!


그리고 또 끝으로..
넌 왜 그렇게 우둔했니? 평소 공부 좀 하지 그랬니? 그런 말을 누가 할 수 있다. 그래, 나도 후회한다.
나도 그쪽 지식이 아주 없지는 않고, TV 의학다큐멘터리나 건강프로그램을 안 보지도 않았다. 하지만 내가 철든 후로 친척들 그런 소식은 들었지만 가족 중에 큰 병을 앓아 머리나 몸통 안 수술까지 가본 일은 없어서 남일처럼 가볍게 본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그런 거 아무리 알아봐야, 의사앞에 앉으면 작아지는 걸. 경험해보기 전에는 뭘 말하고 뭘 들어야 하는지도 모르고 어리버리하는데, 요즘도 그렇다. 전해야 할 내용은 적어야 하고 다 듣고 모르겠으면 죄송한데요 다시~하고 또 물어본다. 선생님은 번거로우실지 모르겠지만, 이제 다시는 "나 잡아 잡숴"하며 '관심법'을 요구하거나 수동적으로 알아듣지도 못한[각주:5] 말만 듣고 사인하고 문닫고 나오지는 않겠다고 생각하게 됐다.



  1. 나중에 의사들 유튜브보니 아주 중한 상태 예시와 비슷했다. [본문으로]
  2. 그런 놈이 상복부 장기절제와 하복부 장기절제를 쉽다고 한 번에 하겠다고 수술동의를 요구했어? 나중에 안 일인데, 자기 인맥으로 외부 병원(아마 협력병원?) 의사를 불러다 같이 수술했다고. 아니, 능력없으면 큰 병원에 가라 할 일이지.. 만약 그때 큰일이 생겼다면 나는 그 병원에서 "쏘우"가 됐을지도 모른다. [본문으로]
  3. 참고로 거기 국립이다. 나중에 "소잃고 외양간고친다"가 아니라 "내장잃고 환자고친다"는 입장이 돼서 같은 지역 민간병원과 지방거점병원 의사에도 보였는데, 말을 아끼는데 어이가 없다는 식이더라.. [본문으로]
  4. 다른, 훨씬 더 기막힌 예도 알고 있지만 그것은 너무 오래 전 일이니까. [본문으로]
  5. 그러고 보면, 조금이라도 아는 게 있어야, 내가 의사말을 이해했는지 모르는지 알 수 있다. [본문으로]
이 글과 같은 분류글목록으로 / 최신글목록 이동
Comments
Viewed Posts
Recent Comments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