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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총수지정, 기업집단 지정 관련 생각. 공정위는 한국에서 영업하는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은 왜 지정하지 않았지?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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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총수지정, 기업집단 지정 관련 생각. 공정위는 한국에서 영업하는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은 왜 지정하지 않았지?

혹시 외국회사 CEO들은 공정위가 그런 것 지정해도 코웃음치니 영이 안 서니까?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는 토종IT기업들만 만만해서?

구글과 애플과 페이스북, 테슬라같은 세계적인 대기업이 규모가 작다고 생각할 사람은 어디에도 없고, 그 회사들의 창업자 CEO와 대주주가 자기 회사의 의사 결정에 네이버 대주주와 창업자만한 영향력이 없다고는 누구도 생각하지 않을 것 같은데 말이다. (MS의 스티브 발머는 물러나기 직전까지 네이버의 이해진과 비슷한 4% 지분을 가지고 있었다. 빌 게이츠의 후계자가 됐을 때는 8%정도였을 것이다). 이것은 마치, 소상공인 보호를 하겠다며 삼성전자, LG전자를 공공발주시장에서 퇴출시키면서 HP, DELL납품을 받던 걸 반복하는 짓이 아닌가?

지금 네이버가 가족경영을 하는 회사거나 자녀상속해 세습경영할 가능성이 있는 회사인가? 그렇지 않다. 네이버를 좋아하는 사람도 네이버를 싫어하는 사람도, 네이버가 그런 회사라거나 그런 회사가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아.

그럼 공정위는 그 지정을 통해 무엇을 하려는 것인지 궁금해진다. 만약 총수를 지정한다면 지정된 사람은 경영에서 완전히 물러나기 전까지는[각주:1] 어떤 직책을 가져도 회사의 의사결정권을 갖게 될 것이다. 왜냐 하면 경영판단에 대해 형사 책임을 가장 먼저 져야 할 테니까. 그럼 오너를 만들어주는 게 아냐? 다른 기사를 보면 무총수대기업이라고 해서 KT, 포스코, KT&G(그리고 사실상 정부가 관리하는 대우조선해양 등)가 열거돼 있는데, (대우조선해양은 말할 것도 없고) KT와 포스코는 그 회장들이 네이버는 비교가 안 될 만큼 부패한 짓을 많이 했다. 이석채도 있고 정준양도 있고.. 그럼 공정위의 기준은 뭐지? 실태와는 무관하게 정부가 경영권을 가지고 있거나 국영기업에서 민영화된 회사들은 자동적으로 무총수대기업으로 지정하고, 민간 회사들은 가족경영을 하든 하지 않든 이번 계란사태같은 일이 생기면 정부대신 매맞을 사람을 찍고 싶어 유지하는 제도인가?

그냥 시대에 뒤떨어진 기준을 기계적으로 적용하려는 게 아닐까.

몇 가지 기사를 찾아 보았는데, 예전 다음-카카오때 나온, 대기업집단 지정에 관한 이의 제기도 보인다. 한겨레쪽은 완화하면 안 된다는 주장이고 경제신문쪽은 재벌총수들의 발언을 중시하는 내용인데, 그 총수들 중에는 지난 1년 사이 탈법상속으로 구설에 오르다 구속된 사람[각주:2]도 있어서 웃음이 나왔다. 그런데 이 제도가 처음 시행된 전두환때와 달리 지금 우리 나라는 많이 세계화되어 훨씬 큰 외국 대기업들이 국내에서 경쟁하고, 그 때처럼 모든 대기업집단들이 비슷한 사업 구성을 갖추고 경쟁하는 경향은 덜해지고 있는 데다가, 상위권과 하위권 대기업 집단들의 덩치 차이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그러니, 체감되는 효과가 떨어지고 감독관청이 편리한 이런 제도를 바꿔서, 지금까지 대기업집단 지정이라는 이름으로 퉁치던 걸 업종별 특성을 반영해 개별 불공정행위를 엄격하게 정의하고 처벌하자는 얘기에 공감이 갔다. 대기업집단 규제 중에는 본래 중소기업도 규제해야 하지만 제도를 만든 시절의 행정편의나 중소기업을 배려하기 위해 대기업만 규제하고 있는 것도 있을 것이고, 시대가 바뀌어도 변치 않는, 대기업의 덩치가 여전히 존재 이유를 설명하는 규제도 있을 것이다. 제도를 없애서 다 풀어주자는 게 아니라, 규제의 근거가 되는 논리를 바꾸자는 것이다.


  1. 회사에 일족이 하나도 없이 완전히 물러나도 의심받기는 마찬가지지만. [본문으로]
  2. 재판가면 어떨 지 모르겠는데, 적어도 구속 사유는 대기업집단 규제 위반이 아니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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