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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은 '자산'이다." 법원 판결 본문

기술과 유행

"비트코인은 '자산'이다." 법원 판결

"비트코인은 가치가 없다"는, 구세대의 골동품 유 모 씨의 발언과는 상관없이, 비트코인이나 다른 암호화폐/가상화폐 그 자체에 가치를 두어 사용하거나, 네트워크에 데이터처리를 의뢰하고 수수료 지불용 토큰으로 사용한 경제 행위는 국내외에서 늘어 가고 있습니다.[각주:1] 심지어 유 씨가 쓴 책을 가상화폐를 받고 유통하는 사람도 출현했는데, 유씨는 "내 책을 그렇게 팔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다지만, 작가가 자기 책을 팔겠다고 유통망에 풀고 나서 그런 허튼 소리하면 통할 것이라고 스스로 생각하고 한 말은 아닐 겁니다. [각주:2]


http://www.pictame.com/media/850294725908070376_1541777270

몰디브의 헐값 조개, 아프리카 화폐 ‘지존’으로 - 주경철, 한겨레신문 2008년


우리 나라는 미국이 아니기 때문에 아래 판결로 정부 정책의 기조가 어떻게 될 일은 없지만, 재미있는 가십거리로 알아둘 만은 합니다. 다른 기사를 보면, 법원도 이 쪽으로 걱정됐는 지, "화폐로 인정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설명을 달았다고 하네요.


어쨌든 간에, 이번 판결은 작년에 떠들썩했던 범죄 유형

1) 불법행위/불법서비스에 대한 댓가를 처음부터 암호화폐로 지불받은 것 (이번 사건)

2) 불법행위로 취득한 재산을 암호화폐로 교환 보유한 것 (보이스피싱 등 사기, 절도, 갈취, 횡령 후 은닉, 세탁)

이렇게 범죄에 연루[각주:3]된 암호화폐에 대해, 법원이 몰수명령을 내릴 수 있느냐, 만약 몰수한다면 어떻게 평가해서 집행할 것이냐 하는 문제[각주:4]에 대한 결론입니다. 1심에서는 비트코인은 몰수할 수 없고 추징금을 별도 산정하라 했고, 2심에서는 비트코인 자체가 몰수 대상이 될 수 있는 자산이라 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비트코인, 자산 가치 있다"...첫 몰수 판결

음란사이트 결제 이용 비트코인

몰수 기각한 원심, 2심서 파기

가상화폐 관련 재판에 참고될듯

서울경제 2018.1.30


해당 사건에서, 피고인은 성인사이트를 운영하며 처음부터 비트코인으로 결제받음.


1심. 수원지법 형사9단독 반정모판사. 몰수청구 기각 

  • 몰수 구형한 216비트코인은 범죄수익만을 특정하기 어려움
  • 비트코인은 실체 없이 전자화된 파일, 객관적 가치 산정 힘듬
  • 몰수보다는 범죄수익에 상당한 액수만큼 추징금 물려야 

2심. 수원지법 형사항소8부 하성원 부장판사. 몰수청구 인용 

  • 범죄수익은 통념상 경제적 가치가 인정되는 유무형의 재산 의미
  • 물리적 실체없다고 재산적 가치까지 부정되는 것은 아냐
  • 비트코인은 환전 가능하고 결제 가능한 가맹점도 존재
  • 미국, 독일, 호주, 프랑스에서 비트코인 몰수 사례 있음 


아직 확정되진 않았는 지 대법원까지 갈 지 모른다는 어조로 기사는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하긴 216비트코인이면 1천만원씩 쳐도 21억이 넘으니..



이 사건 기사를 읽으며 재미있었던 점 하나. 올들어 비트코인값이 푹 내렸지만, 저 범죄시점에 비해서는 아직도 비트코인값은 크게 올라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검찰은 비트코인을 몰수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판단했을 테고, 제 법감정에도 그래요. 게임회사 주식을 받아 챙겨 백 억 넘게(?) 이익을 본 검사님 사건때도 그랬죠. 주가가 엄청 올라 있어서, '주식을 몰수해야지 최초 증여받은 주식 가액만큼만 몰수하면 나쁜짓해서 돈벌게 방치하는 거 아니냐'는 생각이 들었거든요.[각주:5] 하지만 두 경우 모두에 있어서, 만약 비트코인값이나 주식값이 폭락해서 현재 가치가 증여, 범죄당시의 가치보다 훨씬 낮다면, 1심 판결이 죄의 응징이란 면에서는 더 즐거움을 줄 것입니다. 이 문제는 일반화하면 이미 법제화된 다른 경우에 기대어 논리를 끌어낼 수 있겠지만, 법을 모르는 저같은 구경꾼에게는 이렇습니다.


  1. 소박하게는 서울 노원구의 재능코인, NW코인이 있습니다. http://www.inven.co.kr/mobile/board/powerbbs.php?come_idx=2097&my=chu&l=882591 노원코인은 단위당 1원으로 가치가 고정돼 있고 노원구가 보장합니다. 블록체인은 위조 여부를 가리는 데만 사용하는것 같고, 퍼블릭인지 프라이빗인 지는 기사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사용자가 지갑만 가질 테니 후자겠죠? 자금이나 계산인프라가 충분한 정부나 대기업이 사업할 땐 퍼블릭/프라이빗 블록체인은 선택 문제지만, 벤처기업이 국가간 송금, 물류시스템같은 사업에 손대려면 적당한 퍼블릭 블록체인을 사용하는 게 경제적일 것 같은데요. 그것말고는 참가자가 줄어 생기는 단점을 감수하고 아마존 서버라도 빌려야 하나. 그래도 당치도 않은 초기비용이 들 것 같은데..(그거랑은 다른 얘기지만, 업비트가 아마존 서버를 있는 대로 빌려서 서버다운을 막는 데 썼다는 기사가 있었습니다. 매출과 영업익이 커지고 투자도 받으니 그렇게도 할 수 있게 된 거죠.) [본문으로]
  2. 한편, "돌덩어리처럼 가치가 없는 것"과 교환한 책의 가치는.. 아, 그냥 기부행위인가. [본문으로]
  3. 범죄에 연루되는 다른 형태도 있습니다. 범죄행위를 사주하거나 후원하고, 암호화폐로 대금이나 비용을 지불하는 유형이죠. 전세계의 개인이 유니세프 후원하듯이 각자의 '어벤져스'와 '투페이스'와 무장단체를 익명으로, 특정 행위에 대해 조건부로(그러니까 현상금을 거는 식으로) 후원하는 게 이론적으로 불가능하지 않다는 말입니다. 각국의 정부와 민간에서는 이런 악용에 대비한 추적 기술을 개발 중이고 서비스를 상용화한 곳도 있습니다. [본문으로]
  4. "비트코인은 도박이다"는 말에 대해서, "황령한 돈 어디 썼어요?" "도박해서 탕진했어요" 하던 흔한 문답이 생각나는 부분입니다. [본문으로]
  5. 횡렴범죄로 구속된 사장/사원이 "불려서 다시 채워놓으려 했다"고 곧잘 변명하는 것을 인정해줄 순 없쟎아요.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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