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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 선거권에 관한 짧은 생각 본문
투표권을 가지게 되고 나서
나는 투표한 적도 있고 안 한 적도 있다.
투표하고 며칠 뒤 내가 뭘 찍었는지 잊어버린 적도 많고 잘못 찍었다고 후회한 적도 있다. 1
하지만, 투표를 하지 않았을 때만큼 후회한 적은 없다.
선거공약을 숙독하고 투표해도 좋다. 아주 좋다.
후보가 드러낸 정치적 신념이나, 그가 속한 정당이나, 후보의 개인사나, 다른 사소한 이유로 좋아서 투표해도 좋고, 그게 싫어서 그 반대편에 설 사람이나 정당에 투표하는 것도 당신 마음대로다.
그저 포스터에 찍힌 후보의 첫인상이 좋거나 싫거나, 부지불식중에 언론매체나 인터넷 2에서 혹해서 3, 혹은 당신과 동향이나 동문이라 투표해도 그것이 당신의 최선이라면 별 수 없다.
투표란 그런 것이다. 몇몇 사람들의 주장과 달리, 별로 '신성(神聖)한 것'도 아니다. 그것은 그저 생활의 일부다. 선택은 나중에 기분좋을 수도 있고 불만족스럴 수도 있다. 그뿐이다.
어떤 사람은,
"이러이러한 사람들은 배우지 못했으니까 투표하면 안 돼요",
"이러이러한 사람들은 생각을 잘 못하니까 투표하면 안 돼요"라던데,
그건 어불성설이다.
그런 잘난 척하는 사람 저 위에서 더 잘난 다른 사람이,
"애걔, 당신 머리로? 당신도 투표하면 안 돼요!" 하면
그는 아마 얼굴이 불그락푸르락할 것이다.
허튼 주장을 하는 사람은, 고졸이상 학력인 사람이 인구 과반을 넘은 20세기말 4 전에는 대한민국에서 선거제도를 운영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1980년대까지의 대한민국 사회는 민주정을 열 자격이 없었다고, 1950~1980년대에 민주화를 요구하던 사람들은 잘못했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나 같다. 세계 어느 나라도 그런 역사는 없다. 5
그러니, 학력이 없거나 '인서울'이 아니라고, 젊거나 늙었다고, 돈이 없거나 돈이 많다고, 생각이 부족하거나 질병을 앓는다는 이유를 들어 법률이 인정한 다른 유권자에게 '당신은 투표하지 말라' 혹은 '당신은 입후보하지 말라'고 말하지 마라. 6 7 8 9입후보하는 것은 피선거권자 마음이고 뽑아주는 것은 선거권자 마음이다.
얼마나 배웠느냐, 영리하냐가 아니라, 책임과 의무를 지느냐, 수행했느냐가 중요할 것이다.
만 18세 선거권에 대해.
만약 그걸 주도록 하겠다면, 만 18세 음주권도 주고 만 18세 흡연권도 줘라.
선거권보다 훨씬 큰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게 이 둘이니까.
그리고 선거법만이 아니라 청소년보호법과 기타 관련법 모두를 일관되게 만 18세로 개정하자.
결혼가능나이는 지금도 만 18세라고 하고, 청소년이용불가영화는 19세, 성인등급판정받은 온라인 게임도 19세. 음.. 성인영화를 보고 성인등급 게임을 하는 게 결혼하는 것보다 나이를 더 먹어야 한다고? 결혼은 해도 술담배는 나라가 금해? 10 -_- 18세 선거권이 되면 이젠 결혼과 선거보다 난이도높은 권리가 성인등급 콘텐츠를 이용할 권리가 된다. 아니, 선거권(투표권)이 유별나게 싸지게 된 건가? 11 12이렇게 나열하고 보면, 가장 많은 기준이 19세인 것 같은데.. 선거권은 놔두고 그냥 다른 것도 19세로 올릴까?
다시 말해서, 고등학교 재학생은 나이와 무관하게 기록되는 고등학교 졸업 일자에 성인으로 인정해서 의무와 권리를 모두 부여하고, 고졸학력이 없는 경우는 만 18세가 되는 해의 생일 혹은 만 19세가 되는 해의 3월 1일 기준으로 해서, 저 모든 법령의 성인연령기준을 일치시키자.
아니면 그냥, 이 모든 것을 주민등록증을 발급할 때 동시에 적용하든가. 그런데 이건 또 만 17세라는 모양이다. 13
정부 정책으로는 대학졸업장이 꼭 필요하지는 않은 사회를 만들겠다며 고졸공무원, 고졸회사원을 장려한다는 말이 10년 전부터 지금까지 계속된다. 그런데 왜 법은 어정쩡한, 중구난방인 느낌일까. 단, 이것은 우리나라만 그런 것은 아니다. OECD통계에 노동인구는 15세부터 카운트하지만 15세에 음주허용하거나 선거권을 주는 OECD국가는 없을 것 같은데. 즉, 각 나라마다 사정이 다르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너무 난잡한 것은 정책의도가 아닐 것이다. 일관된 나이를 제시하든가, 실용적이면서 일관된 기준을 제시하는 것이 좋겠다. 지금은 법률에 따라 만 14세부터 만 19세까지, 법률마다 1년 단위로 세분화해 적용하고 있다. 14
- 그렇지 않나. 요즘 지방선거때 투표용지가 몇 장? 낙선된 국회의원 후보 이름을 몇 년 뒤에도 기억하나? "난 한 당만 찍어"하는 좋게 말해 일편단심 나쁘게 말해 "롬(ROM)"이 아니라면, 매번 공약과 사람을 보려고 보려 한다면, 어지간히 이력이 특이하거나 사건과 연루돼있지 않다면 기억하기 쉽지 않다. [본문으로]
- 신문, 방송, 인터넷 전문매체, 유튜브, SNS,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을 포함한다. [본문으로]
- 하지만 되도록, 가능하다면 토론회와 연설 완전판(!)을 보고 선거공약집 원본을 보고 시간을 두고 검토, 확인하기를 바란다(문서는 훑어볼 수 있고 유튜브는 2배속 재생도 지원한다). 내가 후회한 결정 대부분은 누군가의 요약과 편집과 비평, 그리고 투표일 1-3일 전에 언론매체의 특집프로그램을 접하고 영향받아 투표한 경우였다. 잘못도 내가 해야지 누군가의 꼭두각시노릇한 느낌은 정말 정말 기분더럽다. [본문으로]
- 25~64세 인구대상 학력별 인구비율 1995년 통계에, 고졸 이상이 60%가 되었다(중졸 이하 40%, 고졸 42%, 대졸 이상 18%). http://www.index.go.kr/potal/stts/idxMain/selectPoSttsIdxSearch.do?idx_cd=1530 [본문으로]
- 문맹률 90%가 넘는 나라도 투표는 하는 것이, 2차대전 종전 후에 열린 현대 세상이다. 재미있는 점은, 구공산권을 제외한 지역에서, 따라야 할 전통이 없는 신생 독립국이나 패전국에선 현대적인 선거제도가 일찍 시행되었고, 나름 민주정 '전통'을 가진 승전국과 중립국에서 오히려 조금 더뎠다. [본문으로]
- 구 신분제를 명목상으로 타파한 뒤 선진국의 선거권은 대강 말해 재산기준, 납세액 기준, 군복무, 성별(남성) 등을 조건을 달아 조금씩 확대되다가 오직 연령만을 조건으로 하게 되었다. 한국은 일부 선진국보다 빠르다. [본문으로]
- 그렇게 멍청한 말을 한다면, 당신 역시 과거의 유물들보다 나을 것이 없다. 지금같이 절대적인 기준에서 풍요한 시대에 고등교육 혜택을 받고도 그런 말을 한다면 오히려 더 못하다. [본문으로]
- 여당과 야당 일부 정치가들를 내가 싫어한 이유기도 하다. 예를 들어, 2000년대와 2010년대에 60대면 1980년대에 30대, 40대고 이들은 6월 항쟁과 민주화를 결정한 투표의 주역이었다. 그런데 당면한 선거에 자기와 안 맞을 것 같으니 '집에 계시라'고 그들은 말했다. 정치가에게 유권자가 투표용지 자판기로 보인 게 아니라면 그래서는 안 됐고 그래서는 안 된다. 그 유명인들에게 민주화란 화두가 평생의 이상이 아니라 단지 집권을 위한 표어에 불과한 게 아니었다면 말이다. [본문으로]
- 정치가도 사람이니 속으로야 어떻게 생각하든 간에, 적어도 겉으로는 도편추방 투표 대상으로 자기 이름을 써달라는 일자무식 시민에게 자기 이름을 적어줬다는 고대 그리스 모 정치가의 행동을 본받아야 한다. [본문으로]
- 그런데, 혼인가능연령은 십대인데 음주가능연령은 이십대인 나라가 없지는 않다. 기혼자에게 적용할 때 융통성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본문으로]
- 성인등급이라고는 해도 우리나라는 여성가족부가 눈을 시퍼렇게 뜨고 신사임당노릇을 하고 있지만. [본문으로]
- 군대를 말하는 사람이 있는데, 18세에 병역준비역에 포함되지만, 병역판정검사는 19세다. 일찍 가겠다고 지원하는 게 아니라면 의무의 이행은 그 몇 년 뒤 일이다. http://easylaw.go.kr/CSP/CnpClsMain.laf?popMenu=ov&csmSeq=547&ccfNo=1&cciNo=3&cnpClsNo=1 [본문으로]
- 현대인의 필수품이자 신분증명용으로 잘 쓰는 운전면혀증은 2종 원동기는 16세, 1종 대형과 특수는 19세, 나머지는 18세. http://easylaw.go.kr/CSP/CnpClsMain.laf?popMenu=ov&csmSeq=668&ccfNo=2&cciNo=1&cnpClsNo=1 신분증용으로는 주민등록증보다 운전면허증이 더 일찍 나온다. [본문으로]
- 만 20세 조건인 법률이 뭐가 남아있는지는 모르겠다. 없다고 적은 게 아니라 모르겠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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