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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원전 정책은 사이비 과학에 기초한 이념 운동" 본문

저전력, 전기요금

"탈원전 정책은 사이비 과학에 기초한 이념 운동"

미국 시사 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환경 영웅' 마이클 셸런버거(Shellenberger·사진) 시민단체 환경진보 대표가 "재생에너지에 대한 장밋빛 환상이 한국의 건강·안보·재정을 모두 희생시키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국은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90%가 넘는 에너지 안보 취약 국가인데, 국내 생산이 가능한 원자력을 포기하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재생에너지에 대한 집착은 미신(mystical religion)과도 같고, 문 대통령은 이런 신념을 열렬히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도 했다.


- 조선일보 2019.6.18

일각에서 이런 류 말이 나오는 이유는 CO2를 줄이는 데는 가스발전보다 낫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즉 바로 손에 잡히는, 현실에 구현된 수단이라는 말. 그 대신 방사성 폐기물이 생기기는 하지만, 저 사람들도 바보는 아닙니다. 언젠가는 재생에너지경제로 이행할 걸 예상하고 또 그걸 주장하는 사람들이 지금 원전을 말하는 이유는, 재생에너지의 간헐성(24시간주기와 날씨의존성)은 현재로선 극복할 전망이 없는 데다가[각주:1], 그리고 석탄과 마찬가지로 천연가스또한 지구가 땅과 바다 아래에 포집해 두고 있는 탄소를 대기중으로 방출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각주:2] 그 사람들말은 천연가스화력발전보단 원자력발전을 쓰는 게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더 빨리 줄일 수 있고 지구온난화를 늦출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일반인 수준인 제 생각은 조금 다르지만 일단 그건 제껴두고). 천연가스도 화력발전이기는 똑같기 때문에 석탄화력발전소처럼 앞으로는 CO2포집장치를 달아야 하고 그게 에너지를 사용하는 반응이기에 거기 비용을 쓰는 만큼 발전단가는 오릅니다[각주:3]. 그렇게 포집하고 나면 원전존치론자들에게 대꾸할 수 있을텐데 선진국+중국 로드맵에서 그건 2030년대 이후에 상용화할 것을 목표로 한 것 같더군요.[각주:4] 



그 말많은 탈원전을 밀어부치는 과정에 있어서도, 정부 일 못 해요. 


- 정부 당국자는 “한수원 출신 전직 간부가 UAE 등에 기술을 유출했다는 제보를 받은 원안위가 수사를 의뢰했다”며 “기술 유출이 위법한 과정으로 이뤄졌는지, 얼마나 중요한 기술인지에 대해 국정원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유출된 기술은 한국형 원자로인 APR-1400 설계와 관련한 핵심 자료와 원전 운영 진단 프로그램인 냅스 소프트웨어 등으로 전해졌다.


- 당국은 해외로 이직한 한수원 전직 간부 등이 기술 유출을 주도한 것으로 보고 이들이 퇴직 전에 정보를 빼돌린 건지, 퇴직 후 해외 업체에 취업해 정보를 유출한 것인지를 파악하고 있다. 감사원은 국내 원전 기술 보호 시스템에 구멍이 뚫린 것으로 보고 관계 기관을 감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아일보 2019.6.18, “한국형 원전 기술, UAE-美에 유출”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1) 일부는 정부가 허가해준 거 아니냐 2) 일부는 전 정부때 퇴직한 직원들이 한 것 같으니 탈원전과 무관하다 3) 일부는 우리가 모른다, 수사한다면 협조하겠다고 했습니다. 한수원은 전 정부때도 허술한 운영으로 지탄받았습니다. 북한 해커에게도 털리고[각주:5] 정직원이 서버 접속권한을 하청업체에게 임의로 넘기기도 하는 등. 그런데 새 정부가 되어 새 사장이 들어간 다음에도 기본은 별로 바뀌지 않은 모양이군요. 전 정부나 그 다음 정부나 윗사람들 관심사는 콩밭에 있어서 그런가..


이직한 직원이 퇴사할 때 무단반출한 걸 사용했거나 퇴사할 때 맺은 계약을 어기고 영업비밀을 사용했다면 한수원 얘기가 일리가 있습니다. 그리고 국가안보에 관한 기술수출을 심사하는 정부기관이 잘못 판단했다면 그것도 한수원의 잘못은 아닙니다.

그런데 대통령부터가 탈핵정책이라 말하며 압박해 그쪽 업종은 전문가가 될 인재가 대학에 지원하지도 않고, 큰회사 작은회사할 것 없이 연구직도 내보내고 매출없어져 무너져가는 게 3년째입니다. 우리나라는 조직관리시스템과 보상이 부족하기 때문에 이렇게 국가가 대놓고 배신감을 주고 일이 년 사이에 갑자기 생존문제가 되면, 법제도가 미흡해도 그동안 애국심과 동료의식으로 지키던 울타리가 녹아버리기 쉽습니다.[각주:6] 각자도생분위기가 되면 현직 후배가 먼저 나가 자리잡은 선배에게 뭔가 넘기고 자기 있을 자리를 찾는 식으로 유출됐다 해도..[각주:7]  그리고 각 회사들도 정부가 국내에선 산업과 기술을 버리겠다고 공언해버린 데다 대신 수출시장을 개척하라 해버린 이상, 이제는 자기들이 살아남아야 하기에 외국사업에 사활을 걸고 있을 테고 그 전까지는 동료의식이나 애국심으로 참던 것도 스스럼없이 한다 해도 이상할 게 없을 겁니다. 허술한 법제도를 해석하기 나름인 부분은 이제 얼마든지 이기적이 되어도 된다고 등떠민 것이나 같습니다. 탈원전정책이든 무슨 정책이든 이런 상황이 오지 않도록 잘 하는 것이 미국과 유럽 선진국이고, 그냥 두둘겨 장단지를 깨버린 모양새가 돼버린 것이 보리스 옐친시절의 러시아였지요. 우리는 어쩐지 후자를 따라가는 것 같습니다. 다른 기사를 하나 보니, 이것도 동종업계 이직 제한이 적용되기 때문에 새 직장을 찾아야 하는 전문가들이 치킨튀길 게 아니라면 규제가 효력없는 외국회사로 나가도록 조장하는 셈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새 대통령 취임때만 해도 일견 무난한 관계를 유지하는 듯 보였던 UAE가 작년올해들어 태도를 바꾸었고, UAE원전을 지은 한국회사들은 그 원전을 가장 잘 알 설계자, 건설사업자임에도 다른 나라 회사들과 운영사업권을 놓고 노골적으로 경쟁하는 처지로 내몰렸습니다. 그 이유가 궁금했는데, 그동안은 "자기나라에서 퇴출시키면서 우리에게 파는데, 당신들 30년 60년 유지보수할 인력은 있고 기술개발을 하기는 할 거냐?"[각주:8] 이렇게 막연히 짐작했습니다만, 그 뒤에 이런 일이 있었군요.




원자력발전소는 적어도 지금까지 상용화된 것은 설계수명 30년, 40년이라 잡았으면 그거 쓰고 딱 버리는 게 아닙니다. 그런 짧은 생각은 교양서 한 쪽 읽고 사회운동하고 또 한 쪽 읽는 시민단체사람들이 글자 그대로 문장을 읽고 하는 이야기입니다. 시설관리능력과 수명연장, 개량기술을 키우며 쓸 수 있을 때까지 쓰는 게 전세계에서 하고 있는 일입니다. 문재인대통령이 동유럽, 영국, 중동에서 원자력발전소 수출 세일즈 외교를 했을 때, 우리 대통령을 접견한 그 나라 사람들도 그 사실은 다 알고 있으며, 그들은 그런 바탕 위에서 우리 세일즈맨 대통령과 대통령이 이끌고 간 회사 대표들을 보고 있었던 것입니다.[각주:9] 



  1. ESS로 완전커버하기에는 부족합니다. 눈비가 며칠 오면 세탁기못돌리고 냉장고가 녹아도, 반대로 집이 꽁꽁 얼어도 괜찮은 사람 있나요? 저장해 둔 전기는 병원과 정수장, 교통/통신시스템 등 필수적인 사회간접자본과 행정시설에 가장 먼저 써야 합니다. 러시아처럼 시간대가 10개(?)나 되어도 충분하지 못할 테고요. SF에 나오는 얘기처럼 지구궤도에 발전위성을 올리고 송전받는다면 모르겠지만 [본문으로]
  2. 석탄, 석유, 천연가스는 똑같습니다. 대기에서 분리되어 지구 지각 아래에 격리된 탄소(C). [본문으로]
  3. 정부가 보조금을 주어 장려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강제하겠지요 [본문으로]
  4. 수소경제의 이상향도 이산화탄소포집과 이어져 있습니다. 탄화수소는 탄소+수소니까요. [본문으로]
  5. 김수키라는 이름으로 보안쪽 뉴스를 찾아보시면 올해 기사도 여럿 나옵니다. 그 그룹, 여기 저기 설치고 다닌다더군요 [본문으로]
  6. 옛날세대같은 충성심을 바라긴 그렇쟎아요? 그리고 자기 생존문제가 아니라 단지 욕심때문에 국익을 팔아치운 KT 김원철같은 사람도 있습니다. [본문으로]
  7. 이직한 전 직원에게 회사 서버 접속권한을 준 채 방치했다는 소린 아니기를 바랄 뿐. [본문으로]
  8. 영국에서 어려움을 겪게 된 큰 이유 중 하나가 이거였습니다. 수요자로선 당연한 질문이었죠. [본문으로]
  9. 설계수명지났으면 반드시 폐기하라는 나라의 대통령이, 외국나가 영업할 때는 한국원전 튼튼하고 안전하고 수명 깁니다~하면..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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