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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성, 혹성, 떠돌이별, pl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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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평범한 사람이 쓰는 그냥 잡담글입니다.

행성은 항성을 도는 천체로서 자발적으로 가시광선을 방출하지 않는 것이라...
이렇게들 이야기합니다. 천체는 다큐멘터리를 보면 영어로 world라고 하더군요.

과학기술관련 언론 기사를 보면 요즘도 가끔 '혹성'이란 말이 튀어나옵니다.
80년대 MBC더빙으로 방송하던 은하철도999라든가.. 일본 SF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익숙할 겁니다. 네. 이거 일본어입니다.

네이버사전에서 '혹성'을 찾아보면 설명끝에 "행성"으로 순화했다는 꼬리가 붙어 있습니다.
참고: 네이버 일본어 사전 링크

칠팔십년대 한 때, 우리 나라에서는 그 때까지도 생활에 흔하게 쓰던 일본어 어휘를 우리말로 바꾸기 위한 바람이 분 적이 있습니다. (전문용어는 물론이고 당시까지 생활용품 이름까지 일본어를 많이 썼습니다. 일제 36년의 잔재는 그렇게 오래 갔습니다) 그 때 사람들은 그거 하나는 참 올곧은 이상을 갖고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비록 그런 시도 중 실현되지 못하고 일어로 쓰던 게 영어로 바뀌어버렸지만 말입니다. 물리와 화학쪽 단어 중에서 우리말인데 말하면서 도가니 연골을 씹는 듯한 맛이 난다면 그것일 지도 모릅니다. ^^; 지금 전문가연하는 사람들은 영어쓰면 잘난 줄 알죠. 자기가 게으르고 머리가 안 돌아가는 줄은 모르고. 그 사람들의 선배가 되는 옛날 대가들은 시간이 남아돌아서 대응하는 우리말을 만들었겠습니까.
단지 한자만 읽을 수 있으면 중국말이든 일본말이든 신경쓰지 않고 우리말인 척 많이 썼습니다. 지금은 또 영어를 그렇게 하죠. 그것의 문제점은 해당 문화권에서 그 말을 만든 배경을 모른다면, 힘들게 제대로 이해한 1세대가 그냥 그 말을 쓰면 그 단어를 그냥 새 단어로서 인식하는 나머지 사람들이 1세대만큼 이해하려면 우리 문화에 맞는 단어를 썼을 때에 비해 필요없는 노력을 더 해야 한다는 점입니다(언어가 달리 문화를 반영하겠습니까). 문화 문제는 둘째치고 교육 효율에 문제가 생깁니다. 

ps. 50-70년대, 늦게는 80년대까지, 조사와 어미만 국어로 쓰고 나머지는 일어를 그대로 쓰던 번역 방식이 만연한 것은 어쩔 수 없는 이유도 있기는 했습니다. 그 시대 우리 경제가 엄청나게 발전했으며, 사회도 발전했습니다. 여기에는 돈도 들어가지만 '현대적인 지식'이 대단히 많이 필요합니다. 그 자식을 어디서 쉽게 가져오겠습니까? 지금도 영한 직번역을 잘 하는 사람이 흔하지 못한데 말입니다. 결국 공장부터 국회의원, 사전편집자부터 학자와 작가까지 그랬던 것입니다. 당시의 필요는 인정을 해줘야 합니다. 다만, 그 뒤가 전혀 없이 편한 대로 타성에 젖어가버린 것은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국회의원들은 요즘도 일본법조문 가져다 베낀다 하더군요.

ps2. 일본의 경우를 보아도, 약 150년 전 근대화를 시작할 시절에는 중국에서 한역 출간된 문서를 바로 가져다가 많이 쓰기도 했다고 합니다. 조사와 어미만 일어식으로 한다는 말을 써도 될 그런것도 많았고. 일역을 많이 하면서 무수한 시행 착오를 겪으며 일본인의 문화와 정신 세계에 맞는 어휘를 발명하고 사용했습니다. 우리가 한자어 = 영어 뜻이 절묘하게 대응하는 단어들을 보며 신기해할 때가 잦은데, 백 년 전 일본인이 고심한 결과(중에 동양적 감각에 맞는 번역 혜택)를 누리고 있는 것입니다. 그 중에 어감이 한국인에게 이질적인 것이 있다면 그것은 우리의 정신세계와 맞지 않는 단어란 뜻이며, 우리는 우리에게 맞는 대체 용어를 발명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 와중에 일본어를 버리고 영어공용어화하자는 주장까지 나왔다고 하죠)


그런 시도 중 하나가 "떠돌이별"이었습니다. 그 때 나온 SF소설이나 갈릴레오 전기 중에 행성을 떠돌이별이라고 적은 게 나옵니다. 이게 뭔가 하고 한참을 고민했던 게 생각나네요. 이천년대 들어 한 일본 애니 <플라네테스>에서 중간 씬에 각국 언어로 행성을 표현하는 데, 국어는 어설프게 "헤매는 사람"이라고 적어놓았죠. (플랑크톤이든 플라넷이든 어원은 서양말의 '떠돈다'는 뜻이 있어 그랬던 모양입니다)

잡담을 길게 적었는데, 결국 이겁니다. 나라에서 정식 명칭을 '행성'으로 교육한 지가 이십 년이 훨씬 지났습니다. 따라서,  신문기사 중에 '혹성'이라고 적은 과학기사가 있다면 그건 일본기사를 번역하다 그리된 것이라고 짐작해도 되지 않을까 하는 것입니다.

그 밖에, "부품을 '실장'하다, 한국'향' 물량" 이런 거 전부 일어 문서를 읽어버릇하던 사람들이 쓰는 짓입니다. 한자를 읽을 수 있다고 조사와 어미만 우리말을 쓰는 것이지, 저 단어가 우리말이 아닙니다.


ps. IT업계 관용어라며 강변하는 사람들에게, 그러면 법조계 용어, 공사판 관용어는 왜 순화해야 하나요. 자기는 배운 대로 쓰는 게 편하니 이대로 가고, 다른 업계는 내가 알아듣기 좋게 바꿔야 한다는 생각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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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Comments
  • 프로필사진 혹성 2013.02.19 00:24 혹성 써도 된다고 생각함. 행성은 한국말인가? 결국 일본이 150년전에 한것을 한국도 따라하는거 아닌가? 예전엔 나도 이게 잘하는것인줄 알았는데 말이나 단어를 억지로 바꿀 필요가 없음. 따지고 보면 한국이나 일본이나 중국문자 쓰면서 그런거 따지는게 웃기는 일이지. 크게 봐서 동북아시아 문자문화로 포용해야 함. 쓸데없는 열등감에 빠질 필요가 없음
  • 프로필사진 alberto 2013.02.19 14:51 신고 혹성의 '혹'자가 planet 의 어떤 특성을 반영하나?
    차라리 '행'성이면 뱅글뱅글 돈다는 생각이나 들지.
    이왕 말을 만들려면 원래 대상을 잘 표현한 단어를 받아들이거나 잘 만들어야 할 게 아닌가.

    한자를 쓰더라도 한국인이 써온 방식에 맞아야 한다는 말임.
    같은 한자라도 한국뜻, 일본뜻이 미묘하게 다르거나 전혀 용법이 다른 게 많음. 그런데도 한국인이 쓰지 않는 일본 한자어를 그대로 가져와 음차해 쓴 바람에 알아먹기 어려운 대표적 사례가 법조계에서 사용하는 용어들. 순차적으로 우리한자어, 우리말로 바꿔가고 있음.

    깊이 공부해야 뜻을 알 수 있는 말로 칠갑을 해놓는 게 무슨 자랑할 일인가. 한국의 초대 학자들은 단지 편의상 그대로 썼고 그래서 어설프게나마 한글화하려 한 것인데, 뒷사람들은 오히려 가차한 그걸 성전시하는 게 말이 안 되는 일임. 그러니 입문만 떼면 원서를 보라 하고, 한국말은 과학에 안 어울린다는 소리나 나오고..

    차라리 솔직하게 고백하자고. "내가 총대메고 바꾸려 하니 지랄맞게 업무량이 많아지고 머리 빠개지게 고민해야 해서 엄두가 안 나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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