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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맏아들이 지내는 제사의무를 없애고 싶다"는 온라인 글을 다룬 기사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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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맏아들이 지내는 제사의무를 없애고 싶다"는 온라인 글을 다룬 기사

정확히는 "장손이 뭔 죄라고…나도 ‘장손 사표’ 내고 싶다" 는 글인데요,
저는 저런 거 볼 때 공감하기도 하고 비웃고 싶기도 합니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20/0003475351?sid=102

“장손이 뭔 죄라고…나도 ‘장손 사표’ 내고 싶다”

“제사 없애고, 장손 사표 냈습니다.” 지난해 인터넷상에는 이같은 내용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매년 돌아오는 명절 때마다 제사 음식을 차리느라 ‘파김치’가 되는 어머니와 아내를 보면서

n.news.naver.com


공감하는 부분
ㅡ 친척들이 제사/차례비용을 분담하느냐하는 문제
ㅡ 친척들이 큰집에 큰집 대우를 하느냐하는 문제
ㅡ 1년에 제사가 너무 많은 문제

특히, 세 번째는 자녀를 1인만 낳기 때문에 일이 크죠.
ㅡ 출산율이 2만 돼도 평균적으로 아들1 딸1인데, 2밑으로 떨어진지 오래죠. 아들은 누구나 장손이 됩니다.
ㅡ 남녀평등을 논할 것 같으면 아내의 집 제사도 가져와야 하니 기제사는 더블[각주:1] [각주:2]
ㅡ 일 년에 제사 열두 번.. 그래서 명절 차례를 제사로 삼고 기제사는 합의해서 반 밑으로 줄이거나 성묘로 대신하는 집도 요즘은 꽤 있을 겁니다.


공감하지 않는 부분

ㅡ 기사 속에 '선산'을 말하는 집이 있는데, 선산이나 문중 소유의 부동산같은 것이 있으면 그 재산은 나누고 나서 제사 안 지낸다고 하는가? 그거 대대로 장손이 제사지내고 묫자리 관리하라고 떼놓은 것 아니냐. 이거 투명하게 결산하고 제사없앤 집이 별로 없지 않나요. 멋대로 다 날려먹은 다음에 "우리는 안 지내겠다/ 제사가져가라" 이러는 집도 적지 않을 것 같은데요.

ㅡ 지내고 싶다고만 한다면 제사문화는 다르게 변형해가는 집도 많습니다. 경비를 분담하고 음식을 나누어 해오는 이야기는 꽤 들었습니다. 일찍 와서 같이 음식을 하기도 하고..[각주:3] [각주:4]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는 그저, 이제는 모이기가 번거로워서, 이제는 굳이 모이고싶지 않을 만큼 사이가 멀어져서일 겁니다. out of sight, out of mind.[각주:5]

ㅡ 빈 몸으로 와서 음식을 싸간다.. 그게 문제면 합의해서 음식을 안 싸가면 좋쟎아요. 음복하고 치울 양만 하면 되지. 그게 음식을 만드는 입장에서도 편할 겁니다. (언제나 그렇듯, 양조절은 힘들지만요.) 돈도 적게 들고.

ㅡ 요즘은 한 광역시 안에 사는 경우보다는 이웃 도나 아예 전국에 퍼져 사는 집이 많을테니, 방문하는 친척도 쉽지 않습니다. 오가는 비용에 명절 교통헤쳐가며 왕복하는 피로.. 그리고 웬만하면 아파트사는 요즘 장손집이라 해도 그렇게 넓지도 않은 집이 대부분아닌가요?[각주:6] 힘들게 와서 부대끼며 지내다 가는 것도 스트레스입니다. 손님치르는 집만 고충이 아니니 서로 터놓고 얘기한다면 제사 수를 줄이든 음식을 줄이든 갈등없이 합의할 수 있는 포인트가 있을 것 같은데요.

ㅡ 제사 자체의 부담은 제사문화를 바꿔가며 지속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친척 얼굴을 보기 싫다'는 게 속마음이라면 그건 어떻게 할 도리가 없겠죠.


요즘은 종교적 관점에서도 유교영향을 완전히 벗어난 집도 많고, 다른 신앙을 갖지 않았더라도 제사의식이 점점 희미해지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공동체 전체가 장기화된 저출산이라 제사지내줄 자손이 반반으로 줄어드는 "망하는 테크트리"를 타고 있는 게 제일 큽니다. 그리고 독거노인, 독거청장년가구가 많아졌고, 아파트 평형도 작은 게 늘었고, 먹고 살기 힘들다 보니.. 모이는 것 자체가 점점 사치가 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리고 지난 이삼 년 코로나19와 거리두기는 제사지내기 싫었던/친척얼굴보기 싫었던 사람들에게는 좋은 핑계가 되었고, 그런 생각이 없었던 사람들에게도 인구감소와 가족구조의 변화 속에 제사의 의미를 곱씹게 만들었습니다. 이래저래 제사지내는 집은 점점 줄어들겠네요.



ps.
그런데 말예요.. 요즘은 명절에도 다 같이 안 쉬는 직종이 많습니다. 그건 크리스마스나 부활절에 다 같이 안 쉬는 것과 같습니다. 그리고 그건 일요일도 마찬가지가 돼야 하지 않을까요? 전국민이 일괄적으로 쉬도록 하는 공휴일이란 거, 이것도 농업사회, 산업사회의 유산이라면 유산일 텐데, 이제 어지간한 것 빼고는 폐지하고, 주간 휴식하는 요일이 서로 달라도 이상하지 않은 문화를 만들고, 명절같은 연휴도 연간이나 반년동안의 휴일수를 마추는 쪽으로 연구하는 게 맞지 않을까요.[각주:7]

  1. 같은 이유에서, 요양원, 요양병원이 많이 생기는 것입니다. 부모님세대는 자식 2~4명 중 아들 1~2명과 그 배우자가 한 부모님(2명)을 모시는 부담을 나누었다면, 요즘 세대는 점점 한 부부가 두 부모님(4명)을 모셔야 하는 계산이 나오니까요. [본문으로]
  2. 바로 그렇기 때문에, 부모세대도 이제는 자녀에게 유산을 물려줄 여력이 없어집니다. 자녀 중 자신을 부양할 사람이 없으니까(고령 노인의 부양은 돈도 돈이지만 사람.. 노동입니다) 가진 재산이 있다면 그것은 자신의 노후를 위해 써야죠. [본문으로]
  3. 그래도 장보기는 '큰집'의 일이지만요. [본문으로]
  4. 모임을 주목적으로 한다면, 음식을 나누어 해올 때는 제사지내는 장소를 장손의 집이 아닌 모두가 모이기 편한 거리에 있는 다른 장소를 이용하거나 돌아가며 할 수도 있을테고. [본문으로]
  5. 지금 생존해계신 어르신들의 촌수개념은 6~8촌 안에 셀 수 있으면 친하거나 잘 아는 친척, 그 밖이면 아는 친척인데, 우리는 6촌만 돼도 데면데면하고 다른 광역시에 살면 더 멀게 느끼니.. 제사보다는 결혼식, 장례식때나 모이는 일이 흔했습니다. [본문으로]
  6. 옛날개념으로 큰 집이면 그런 집은 장손역할해야 마땅할 겁니다. 그만큼 받아 누린 게 많으니까. [본문으로]
  7. 사장과 노동조합장의 공통점.. 뭘 같이 하는 걸 되게 좋아해요.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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