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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다큐어(강아지용 인지장애치료제) 효과에 대한 생각, 그리고 여담 본문

건강, 생활보조, 동물

제다큐어(강아지용 인지장애치료제) 효과에 대한 생각, 그리고 여담

몇 가지 기록이다. 생각나는 대로 적었으니까 틀린 부분이 있을 수 있다.

 

처방해주는 수의사선생님 말씀대로였다.

처방 초기에는 말짱해진 것 같다가, 다시 조금씩 나빠질 거라고 하셨는데

그렇게 되어가고 있다.

나중이 되면 잊어버릴테고 쓸 마음이 안 생길 수도 있으니까, 지금 생각난 김에 기록해둔다.

 

 

우리집 강아지는 상태를 점수로 어림하면,

원래 그렇게 버릇이 잘 든 강아지는 아니었다. 성견이 된 다음 데려오기도 했고, 아마도 첫 주인이었을 먼저 주인은 원룸 학생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그 강아지는 사교성도 떨어지고 우리 가족 중에서도, 주워온 사람도 아니고, 서열이 안 높은 내게는 더 그랬다. 가장 점수가 높았을 때가 밤에 멋대로 와서 이불 안에 들어와 곁잠하다 멋대로 자기 자리로 갈 때였나. 그래서 점수는 주로 배변을 잘 하느냐로 매겨보자.

 

노견이 되면서 90~80점 정도로 가끔 실수하는 정도였는데, 성질이 점점 괴팍해져서 목욕시키고 발톱깎는 것도 물릴 각오를 해야 했고 무는 것도 장난이 아니라 상처날 정도로 진심이 되었다. 가족 중에 이놈에게 물린 상처로 몇 번 병원가고 파상풍주사를 맞은 사람이 나왔을 정도로.

그러면서 배변실수가 조금씩 늘더니 갑자기 50점 아래로 내려갔는데, 그  50점 가기 바로 얼마 전에

 

각막에 상처가 생겨서 이것때문에 동물병원데려갔더니 선생님이 강아지를 보고, 눈이 거의 먼 것 같고[각주:1]

이녀석 치매왔다며 인지장애치료를 권했다. 하지만 그냥 노견이니 그렇겠지하고 그 약은 안 썼는데,

바로 얼마 뒤에 너무 크게 앓아서 주말 내내 개시중드느라 고생했다. 그리고 개가 똥오줌을 못 가리는 상태로 바로 내려가버렸다. 다음 주 시작하자마자 동물병원에 가서 다른 약과 같이 처방받은 것이 제다큐어였다. (이 약에 대해서는 다른 글에 조금 적은 게 있으니 참고할 것) 

 

(강아지도 인지장애가 있고 섬망이 있는 것 같더라. 허약해졌을 때 완전 사람에 준해서 잘 먹이니까 섬망부분이 좋아지는 느낌. 대신 입맛을 버려서 이제는 건식이든 습식이든 사료를 절대 안 먹는다. 쯧.. 방금 삶아낸 닭가슴살을 찢으면 나는 냄새를 아주 좋아한다. 그래 그걸 누가 싫어하겠냐)

 

 

제다큐어를 처음 먹이고나서 며칠 뒤에는 80~90점까지로 돌아왔다. 그리고

3달째 먹이는 와중에 다시 눈에 띄게 실수가 늘어 70점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말로 하자면,

 

아무데나 똥오줌싸던 게 없어지고 다시 누던 데 누어서 정상으로 돌아온 느낌이다가

실수하는 빈도가 다시 약간씩 늘더니

 

낮에는 전에 버릇들인 곳에 제대로 누다가 밤에는 오줌만 아무데나 싸다가

밤에는 똥오줌을 모두 아무데나 싸는...

밤마다 그러는 건 아니지만 제대로 눌 때와 거실과 주방 바닥에 아무데나 눌 때가 번갈아 나오는 상황이다.

(그래서 밤에는 강아지가 일보는 화장실에 불켜고, 물먹는 자리와 베란다에도 스탠드를 켜서 조명을 두었다)

그러다 점점 낮에도 그러고 있다.

 

지금이 증상 후 4달째, 약은 3달째 처방분을 다 먹어가고 있다.

소변만 그러면 기저귀를 채우면 되는데, 대변도 그러니 문제.

아직은 그래도 방 안에는 누지 않으니까 다행이지만.. 이라고 적었는데, 처음으로 방에 눴네 이런..

 

3~4달째 들어 두드러진 증상

약을 먹는 동안은 구석에 머리처박고 낑낑대는 일은 없다.

하지만 아주 가끔 그러는 경우가 3달째에 다시 생겼지만 지금까지 한두 번이다. 그래서 그건 문제가 아니다.

먹이를 주는 자리에, 몸가누기 좋으라고 스티로폼받침을 두어 그릇 높이를 높이고 밥그릇1, 밥그릇2, 물그릇을 차례로 두었다.

그런데 인지장애가 온 다음에는 발로 다른 그릇을 밟는 일이 있어서 위치를 조정해주었는데,

밥그릇 2에 닭고기를 찢어놓았다고 하자. 그리고 강아지는 밥그릇2-밥그릇1-강아지 위치관계라고 하자.

그러면 강아지는 밥그릇 2의 정면으로 돌아와서 밥먹지 않고, 몸이 밥그릇1옆에 있는 그 상태로 목을 뻗어 입은 밥그릇 2에 처박고 먹는다.

가끔은 그러다 밥그릇1을 밟아 엎기도 하고..

그럴 때는 몸을 끌어다 밥그릇2 앞에 두면 그 자세로 밥을 먹는다.

1~2달째는 이렇지는 않았다. 

 

약을 먹으면 안 먹었을 때 대비 증상이 확 회복되지만 다시 점진적으로 내려간다는 그 곡선이 맞는 듯. 물론 이 상태에서 약을 끊으면 다시 완전한 인지장애로 떨어진다. 

 

 

사료는 너무 가려서 이제 강아지식비가 많이 든다. 사람은 라면이나 국수해먹는 날에도 강아지는 닭고기나 돼지고기를 준비해 주면서 어이없어 웃기도 했다. 평생동안 그 쪽으로는 부담을 안 주던 고마운 녀석이었는데 나이먹어서 다 하네.

대신 저 약을 안 먹으면(첫 달 다 먹이고 나서 병원갈 시간이 안 나 이삼일 안 먹인 적이 있었는데, 상태가 퇴화하는 게 보였다) 구석에 처박혀 울고 식사도 물도 잊어버린 느낌이다가(슬라이스치즈를 줘도 안 먹었다) 저 약을 먹으면 그나마 맛있는 것이라도 찾는다. 사료는 안 먹어서 골치지만.

어쨌든 쭉쭉 빠지던 살이 몸을 지탱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만큼은 돌아온 느낌이니 그 쪽으로도 효과가 있는 셈이다. 대신 전처럼 근육이 붙었다는 느낌은 아니다.

 

 

여담

다리 힘도 약해졌고 눈이 어두워 똥오줌을 밟고 다니는 일도 자주 있어서,

화장실입구와 거실베란다 문지방에는 사람용 위생패드(배변패드 제일 큰 것보다 더 크다. 와상환자들 침대에, 엉덩이가 있는 자리 밑에 까는 것이다)를 붙여놓았다. 그리고 개가 다니는 버릇들인 동선에는 다른 물건을 놓지 않고.

 

개똥은 치우면 되고 개오줌은 걸레를 몇 개 준비해 닦고 그때그때 빨고, 그 자리는 락스물뿌려 닦아 마무리하면 그만이다. 락스물을 담은 분무기와 롤티슈를 여기 저기에 준비해두고. 아침에 일어나서 강아지 배설물을 치우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것, 그리고 식사준비와 식사 중일 때를 포함해 집에 있는 가족이 수시로 강아지배설물을 치워주는 일상이다. 가족 모두가 출타 중인 시간에는 크게 손이 안 가도록 여기저기 치워둔다. 가장 힘든 때는 이 녀석이 무른 똥을 밟고는 집안을 돌아다녔을 때. 어쩔 수 없이 대청소다. 그래서 굳은 똥을 눌 수 있도록 먹이를 조심하는 것이 신경써야 할 포인트가 됐다. 요 1년동안 장도 약해진 듯, 먹이에 따라서겠지만 변의 굳기가 불안정한 경우도 늘었다. 그리고 먹이도 아무거나 주면 안 되고 사람질의 개양이다. 입맛이 너무 고급이 돼서 전에 달려들어 먹던 걸 이제는 입에 대주면 화내지만. 

 

더 어린 강아지라면 사진찍고 검사해보고싶은 증상이 있는 모양이지만, 이 녀석이 18살이 돼가기 때문에 수술이나 시술같은 걸 하기 어렵고 그러니 돈이 많이 드는 검사를 하는 것도 동물병원에서는 권하지 않았다. 그래서, 말하자면 '대증요법'이라나. 각막다친 것은 점안액과 연고를 오래 바르니 나았다. 생각해보니 그것도 아마, 인지장애가 와서 여기저기 머리를 받고 다니다 난 상처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1. 집구조는 안 변하니까 눈이 아주 흐릿하게라도 보이면 잘 보이는 것처럼 간다고 한다. 가을에 밤말리느라 널어보니 확실히, 그런 게 보인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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