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PC Geek's

개천절 새벽, 비오는 밤입니다. 본문


아날로그

개천절 새벽, 비오는 밤입니다.


반응형

1.

비가 참 얌전하게 내리네요.

 

원래 추석 대목 전 재래시장들은, 매상은 몰라도 일단 활기차서 좋은 구경거리입니다. 간 김에 시장 안 밥집에서 뭐 사먹기도 하고, 눈에 보이는 게 있으면 사들고오기도 하고, 그러려고 일부러 돌돌이나 장바구니를 들고 버스를 타기도 하고요. 시내의 상설시장도 있지만 오일장, 칠일장도 있고, 대중교통으로 갈 수 있는 바로 옆 소도시에서 가장 큰 시장도 있고.

 

그런데 비가 오면 좀 그렇죠. 내일쯤 가봐도 괜찮기는 하지만. 대개 시장 상인들도 명절을 지내야 하기 때문에, 명절 전날의 점심때까지 하고 파장하기 시작하더군요. 안 지내는 사람이 점점 느는지 조금씩 늦춰지는 느낌일 때도 있지만.

 

비가 와도 좀 적게 오고 빨리 그치면 좋겠습니다.

 

 

 

2.

아무래도 코로나때 명절모임 금지 강제를 겪어본 다음일 텐데, 

사람들이 생각을 바꾸게 됐습니다. 아, 이렇게도 사는구나하는 다른 삶의 방식을 발견한 것?

그래서 문화가 바뀌고, 명절을 쇠는 사람이 줄어드는 추세를 등떠민 느낌?

 

그게 이런 빗소리를 듣는 밤에는

조금 서글프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자유와 고독은 함께 간다죠?

하나도 도움이 안 된다며 거추장스러운 얽매임을 떨쳐버렸지만

반대로 기대할 것이 없다면서도 붙잡을 것도 없어져 허전한 느낌.

 

어르신들은 더한 것 같습니다.

명절에 바빠서 못 온다는 연락에,

일때문에 바쁜 것은 좋은 일이라며 덕담하면서도

섭섭해하시는 게 느껴집니다.

나이들수록 인생을 같이 걸어가는 동세대 형제, 친척이

말은 안 해도, 살아갈 기운을 보태주는 지팡이가 되기 때문에.

 

세상에 혼자 남았다는 고독감은 안 좋거든요.

 

 

그리고, 그런 면에서 다르게 생각하면,

 

그 연배 분들은 끈끈한 인간관계를 더 겪어온 분들이라서 그런 양분을 더 필요로 하실지도 모르지만,

한편 그렇게 살아왔기 때문에, 세상과 내가 별개가 아니라 이어져있다는 인식을 더 하시는 것 같습니다.

그 점에서만큼은 요즘 세대보다는 정신적으로 훨씬 튼튼하다고 생각합니다.

 

뭐, 요즘은 정말 멋대로 살아도 어지간하면 살아져서 그런지, 어느 연배든 상궤에서 벗어난 사람들도 많지만요.

 

반응형
이 글과 같은 분류글목록으로 / 최신글목록 이동
Comments
more

Viewed Posts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