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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연금수급대상자인 노년층 중 스스로 통장을 관리하는 비율은? 본문
얼마 전 일입니다.
산책나갔습니다. 평상에 할아버지 한 분이 앉아계셨어요.
제가 지나가니 불러세우고 통장을 내밀면서 뭘 물어보셨습니다.
말씨가 어눌하시고 귀도 좀 잡수셔서 제가 알아듣고 이야기하는 데 시간이 걸렸지만, 딱히 급하게 갈 곳이 있지도 않아서 이야기를 좀 했습니다.
할아버지손에 들려 있는 것은 재발급받은 기초연금 통장이더군요.
30만원이 찍혀 있고 들어온 바로 그날 30만원이 빠져나갔습니다.
몇 가지 안내문이 찍혀 있어서 들어온 금액과 나간 금액을 한눈에 보기가 좀 힘들더군요. 기초연금이 찍힌 농협통장은 처음 봤기도 했지만.
하여튼, 할아버지는 눈도 어둡고 글자를 모르셔서,
돈이 얼마 들어왔는지,
언제 들어왔는지,
통장에 돈이 있는지 없는지,
매달 며칠에 은행가면 현금을 찾을 수 있는지
모르셔서 제게 물어보신 것이었습니다.
현금카드는 없는 걸로 봐서, 가족분들이 관리하는 모양인데, 용돈을 한 주에 5만원씩 준다면서 통장에 들어오는 돈이 30만원이 맞느냐고 물어보셨던 거였어요. 통장에 인쇄된 숫자가 작아서인지 아니면 숫자도 잘 못 읽으시는지 모르겠지만, 몇 번이고 날짜와 금액을 확인하셨습니다. 별로 기분이 안 좋아보이거나한 건 아니고 그냥 궁금해서 물어보시는 거라고.
(여기에 30년대생 어르신세대 어휘와 저희 세대의 어휘가 다른 것도 있어서. 저도 사오정기가 없다고 말못하고..) 여기까지 이야기하는 데 시간이 좀 걸린 듯. 글자를 모른다는 이야기부터 학교못간 인생살이이야기, 그리고 통장얘기 반복.
그리고 한바퀴돌고 돌아오는 길에, 다시 마주쳤는데,
아까 이야기를 확인하셔서 다시 같은 내용으로 대화.
돈들어오는 날이 그 날이 딱 맞냐시는데, 앞뒤로 좀 바뀔 수 있으니까 그냥 하순이 되면 농협지점(농협통장이었습니다)가서 직원에게 물어보시라 말씀드렸습니다. 아니면 내일모레 통장들고 동네 농협가서 직원에게 기초연금 며칠에 들어오냐고 물어보시라 했는데, 그 이야기도 몇 번 반복. 하지만 잘 알아들으신 것 같지는, 아니 제가 잘 전달한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오면서 생각해보니,
저런 분들은 앞으로 은행을 어떻게 이용하지?
농협이나 우체국은 창구직원을 유지하도록 정부가 인건비 보조금이라도 줘야 하겠네..
(그리고 점점 2층 이상으로 점포를 옮기던데.. 엘리베이터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겠네. 아, 의무화돼있나?)
우리 세대는 일단 의무교육세대라서 최소한 글씨는 알고, 저렇게 시대에 뒤떨어질 일이 없다고 생각하고는 있습니다만, 또 모를 일입니다. 환경이 어떻게 바뀔 지 모르니까요. 그리고 눈과 귀는 어떻게 해결한다 해도 알츠하이머는 우리 세대도 예외가 아닙니다. 우리 역시 누구는 100살이 돼도 읽고 쓰고 말하고 듣는 데 지장없겠지만 누구는 60대에 벌써 주위 도움을 받아야 할 겁니다.
그리고 반대로 무인도에 뚝 떨궈놓으면 저는 굶어죽기 딱 좋지만,
이 동네가 군이었을 적부터 평생 농사지었을 저 할아버지는 잘 사실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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